나는 정말 당선을 원했나
9월 30일 응모 마감 후 12월 1일 결과 발표를 기다리는 동안 가을에서 겨울이 되었다.
연말 준비로 분주했던 나는 발표 날짜가 다가올수록 남몰래 마음의 준비를 했다. 응모했다는 사실도 매우 소수의 친구들에게만 알렸으니 '남몰래'라 하기도 뭐 하지만. 아무튼 그랬다.
'떨어져도 이상할 건 없어.'
'떨어지는 걸 기본값으로 해야지, 사실.'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딱 두 명에게 주어지는 수상기회인데, 나에게 오지 않는 게 확률적으로도 더 맞아.'
'떨어지더라도 나를 응원하고 도와준 이들에게 고맙다고 해야지.'
'기획안으로 제출한 목차를 가지고 브런치에 혼자 다시 써야지.'
저녁이었다. 운전을 하던 중이었고, 막내를 차에 태우고 급히 마트로 향하고 있었다. 저녁상을 차리다 말고 필요한 재료가 없어 후다닥 나왔기 때문이다. 차에서 내려 마트로 들어갔다. 양념통을 집어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을 마치고 다시 차에 올라탔다.
시동을 걸기 전, 습관처럼 폰을 열었다. 빨간 이메일 알림 아이콘에 '1'이라는 숫자가 떠있다.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는 이메일 주소로 응모를 했었다. 그 숫자 1은 곧 오늘 예정되어있던 결과 발표라는 걸 열어보지 않고도 알았다. '최대한 덤덤하게, 덤덤하게 받아들이자. 괜찮아.'
[복음과상황] 연재 기획 공모전 수상 안내
제목을 보고 '이상한데?' 했다. 공모전 결과 안내가 아니라 수상 안내라니. 아, 수상자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이메일을 응모자 모두에게 보낸 건가? 하며 제목을 눌러 이메일을 열었다.
"복음과상황 연재 기획 공모전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최종 심사 결과, '하갈의 후손을 찾아서'가 우수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차 시동을 걸지 못하고 그 자리에 한참 앉아 있었다. 받은 이메일을 읽고 또 읽었다. '지금 이거 나한테 온 거 맞지? 내가 수상했다는 거 맞지?' 물어볼 사람이 아무도 옆에 없어 혼자 되묻고 또 되물었다. 친한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연락을 했다. 그리고 내 안에 숨겨진 가시를 알아보고 이야기해 준 분에게도 연락을 했다.
- 저 공모전 결과 나왔어요.
- 축하합니다.
- 아니, 아직 말도 안 했는데...
- 떨어졌으면 굳이 이 시간에 카톡을 주실 리가요. 당연한 결과입니다.
나도 나를 믿지 못했는데, 나를 알고 내 글을 아는 이 분은 나를 믿어주고 있었구나 싶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생각이 많았다. 왜 당선이 되었는지, 심사위원들이 내 글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그리고 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정말 닿을 수 있는지. 물음들은 꼬리를 물었지만 답은 없었다.
간절히 원했기에 실망하지 않으려 미리 낙선을 예상했건만, 그에 걸맞은 기쁨은 내 마음 어느 구석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다고 기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결코 아니다. 환희에 폭죽을 터뜨리는 기쁨은 아니어도, 뚝배기에 온기가 차오르듯 서서히 나를 데우는 가슴 벅참이 있었으니까. 소란스럽지 않은 온기가 그 겨울 저녁, 차 안에 서서히 번지는 열기가 되어주었으니까.
그럼에도 '축하합니다'라는 그 말 한마디가 무거운 바위가 되어 내 가슴팍에 내려앉은 건 분명했다. 마냥 기뻐하기에는 생애 첫 공식(?) 연재 앞에서 느끼는 조심스러운 두려움이 더 컸던 걸까. 혼자 쓸 때는 글이 나를 지켜줬다면, 이제는 내가 글을 지켜야 할 것만 같았다고 할까. 브런치에 숨어서 홀로 이야기를 적어 내려갈 때랑은 전혀 다른 세상으로 발을 내딛는다는 뜻이니까. 그리고 그 세상에서 누구를 만날지, 어떤 일이 나를 기다릴지 모르니까.
'처음'과 '미지'라는 발걸음 앞에서 나는 그렇게 한없이 작아졌다. 나는 정말 당선을 원했나 싶을 만큼.
나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으며, 홀로 조용히 마음의 방탄복을 여몄다. 누군가의 오해나 상처가 와도 묵묵히 나만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어떤 시선을 마주하게 되든, 계속 쓸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