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하며 쓰기
나는 밤새 혼자 앉아 있었다.
< 난중일기> 이순신
오히려 절절하거나 비탄에 빠진 문장으로 기록하지 않아서 장수 이순신의 마음 너머를 그려보게 만든다.
이것저것 두르지 않아도 괜스레 멋있어 보이는 사람이 있다. 대단히 몸매가 좋다거나 비싼 것으로 치장해서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자신을 잘 드러내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다. 체형에 따라 숨기거나 강조하고 싶은 신체적 결점을 알고, 어떻게 자신을 보여줄지 생각해봤을 확률이 높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공들여 치장하고 나선 날이 있다. 평소에 묶는 걸 좋아하는 머리도 늘어뜨리고, 잘 신지 않는 높은 구두도 신었다. 몸을 좀 쬐어주긴 하지만 날씬해 보이는 원피스까지 입었는데 약속 자리에서는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옥쬐는 옷을 자꾸 끌어내려보고 긴장을 한 탓인지 늘어뜨린 머리 탓인지 덥지도 않은데 혼자 땀이 났다. 그러니 대화에 신경이 멀어지고 어서 집에 가서 편안히 쉬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평소에 자주 입던 옷을 단정하게 차려입고 편안하게 나를 보여줬다면 오히려 자신 있고 매력적인 사람으로 비쳤을지도 모르겠다.
애써서 슬프고 비통하게 보여야지 정하고 글을 쓰면 슬퍼 보이기만 위한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애절하게 슬펐다고 할까? 피 끓는 마음으로 울음을 토해냈다고 할까? 슬픔을 치장하기 위해 애쓴다. 애쓸수록 자연스러움은 멀어진다.
비워두는 마음으로 이 정도의 의미만 전달하면 된다 하고 정하고 글을 쓰면 오히려 글을 남긴 여백에 더 많은 것이 담긴다. 옷에도 글에도 절제를 선택하기가 어렵다.
편안하고 단정한 셔츠가 더 멋스럽게 느껴지는 것처럼 전하고 싶은 바가 분명한 문장일수록 문장이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