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남인숙의 쇼핑 목록

질문하기

by 맵다 쓰다


사람은 생각에 쓰는 에너지를 줄이고 다급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동 사고라는 것을 한다. 경험과 그에 대한 해석, 그리고 실천을 통해 패턴을 만들고 비슷한 상황에서 자동으로 반응하고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가장 좋은 선택을 하기보다는 선택하기에 좋은 것을 선택할 때가 더 많다. 중요한 일에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보다 시간을 들여 생각을 하니 다를 거라고들 믿지만 그렇지 않다. 크고 중요한 결정도 언제나 작은 선택의 순간들이 모여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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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그렇듯 선택의 태도는 아주 작은 것들과 보다 큰 것들이 서로 연결돼 있다. 작은 선택에 서툴면 큰 선택도 서툴다.

< 내 방식대로 삽니다> 남인숙


쇼핑은 욕구의 해소일까? 재력의 과시일까? 아니면 그저 물건과 재화를 바꾸는 수단일까?

과잉생산의 시대인 요즘에는 한쪽에서는 물건을 마구 만들어내고 또 다른 쪽에서는 새것들이 버려진다.

싼 물건이 많이 만들어지고, 유행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점차 쉽게 소유했다 버리고 또다시 사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다.


5만 번쯤 카드를 긁어봤을 거라는 남인숙 작가는 삶은 인생과 놀랍게 닮아있다고 한다.

고 스펙이면서도 가볍고 가격도 싼 노트북은 없는 것처럼 무언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선택은 없으며

수많은 것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 이유나 방식이 쌓여서 크고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것에도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테이크아웃 커피점에 자주 간다. 여름에는 선택의 시간이 짧은데 요즘처럼 선선한 바람이 부는 계절에는 고민이 깊어진다. 그날의 기분이나 마시는 시간, 그전에 먹은 음식이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지금 어떤 선택을 해야 마시고 나서 만족스러울까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이런 날씨에는 따뜻한 라떼를 먹었을 때 만족스럽더라' 같은 나만의 리포트가 생긴다. 이런 작고 사소한 일들은 별 거 아닌 것 같아 보여도 나에게 취향으로 쌓인다.

작은 선택이 결국은 큰 선택을 만들듯이 작은 취향은 곧 주관이 된다.


일적으로 알던 사람을 오랜만에 만났다. 막연하게 같이 일했던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데 기억의 왜곡인지 시간이 흘러서인지 달라진 모습, 생각의 간극을 발견하게 된 만남이었다.

예전의 나라면 애써서 좋은 쪽으로 이해하는 선택을 했을 것이다. 착하거나 이해가 되서가 아니라 그러는 편이 내 마음이 편해지니까 말이다. 억지이해라는 선택을 했을거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누군가 묻지도 않았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음 만남은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대답이 내려졌다. 존중하지 않는 듯한 묘한 태도가 자꾸 기억에 남았고, 다수를 위해 내 감정을 숨겨가면 애써서 자리에 참석하는 일은 지금 나에게 큰 의미가 없다고 정리가 되었다.


예전 같으면 내키지 않아도 뭔가 불편한 감정을 가면 뒤에 숨긴 채,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을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줄 안다.

글쓰기가 만병통치약이나 정답지는 아니다. 하지만 작은 질문과 답을 선택했던 과정이었다.


' 내가 원하는 것일까?'

'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까?'


모니터 앞에서 나에게 던지고 답했던 수많은 시간들은 내가 원하는 것,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명확히 드러나게 하는 연습이었다.


스스로도 원래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 놀랄 만큼 주관 없이 우유부단하던 모습이 변했다. 무조건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내게 꼭 필요한 것을 남기고 설레는 마음을 주는 것을 사는 삶의 방식인 '미니멀 라이프'처럼 내 방식을 찾아가게 된다.


내게 집중하는 삶, 필요한 것만 선택할 수 있는 여유는 쓰는 사람이 누리는 특권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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