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나태주의 풀꽃

글감의 발견

by 맵다 쓰다
Q. 지금은 뭐가 특별히 더 예쁜가요?


A. 지금, 너, 꽃… 이런 단어들. 나는 어떤 시를 쓰겠다는 계획도 없고, 인생 계획도 없어요. 그때그때 발견해요. 꿀벌의 꿀은 본래 꽃의 것이잖아요. 시도 사람 마음 밭에 있는 것을 줍는 거예요. 본래 주인은 세상이죠. 길에서 버려진 쓰레기에서 보석을 줍듯, 누구에게나 있는 시어를 캐서 독자에게 돌려줘요.
아이 엄마가 ‘나도 꽃필 날 있을까’하면 그 마음이 안쓰러워 쓰고, 노인이 ‘정년퇴직하니 넥타이 맬 일도 없어’하면 또 그 마음이 철렁해서 써요.

시인 나태주의 인터뷰 中



풀꽃시인으로 유명한 나태주는 위로를 건네는 시인으로 대표된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온기를 더해주는 시는 작정하고 쓰는 것이 아니라 그저 마음에 있는 것을 줍는다고 표현한다.

원래 여기저기 세상에 흩뿌려져 있는 것을 고르는 일만을 한다는 시인.

마치 광부가 탄광에서 보석을 캐내듯, 가치를 아는 사람 눈에만 보이는 원석을 캐내고 다듬어 세상에 빛을 보인다. 모두에게 시어가 숨어있기에 독자에게 돌려주기 위해서가 아니라도 쓰는 사람이라면 내 안에 순간을 발견할 줄 알아야 한다.

위로할 순간, 축하할 순간, 애틋해지는 순간을 발견하지 못한 사람은 현재를 흘려보낸다. 가끔은 왜곡된 기억으로 남기기도 한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기쁜 일은 온전히 기쁘게, 슬픈 일은 애잔하게 자신을 바라볼 때, 타인에게도 그런 시선을 둘 수 있다.


" 글을 쓰려니 매일 비슷한 말만 써지고 막상 쓸 말이 없어요" 한다면 내가 사는 세계를 들여다보자.

쓰레기장에서 분리수거를 하듯 적당히 다시 쓸 것을 가려내고 마음속에 구더기와 초파리가 가득한 쓰레기를 안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 살핀다. 깜박 잊고 가스 오븐 안에 숨겨둔 현금뭉치를 몰라보고 태워버리는 현실판 뉴스처럼 마음속의 보석을 숨겨두고 잊지 않도록!


글쓰기에 대단한 글감은 필요 없다. 내가 경험한 그것이 지금 가장 필요한 글감이며 좋은 글감이다. 취업에 불합격한 경험, 친구와 오해가 생긴 일, 가족에게 느끼는 고마움, 서운함 같은 것에서 시작한다.


복합적인 문제가 있다면 더 좋다. 상황과 사람과의 관계, 감정을 집중해서 글로 옮긴다는 것은 나의 태도와 가치관이 드러나는 일이다. 그 상황에서 무언인가 먼저 보이거나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은 분명 내가 살아온 삶과 연관이 있다.

큰 화재가 난 공장 뉴스를 보면서 인명피해를 떠올릴지, 인간의 본성을 참아내며 불과 싸우는 소방공무원이 떠오를지 아니면 막대한 피해를 입을 회사가 먼저 걱정될지는 모두 같지 않을 것이다.


기억되는 감정, 어떤 선택은 개인의 우선순위가 합쳐진 결과이다.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스스로가 만들어 둔 상자 안에서 저마다 살아간다. 그게 가치관이나 취향이란 이름이 붙여질 수도 있다.


내 안에 남아있는 생각, 기억되는 경험을 글감으로 쓰면 '마음 테라피'를 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좀처럼 떼내 지지 않고 드리우고 있던 연민과 분노, 짜증이 생각보다 쉽게 털어질 때도 있다. 털어볼 생각을 하지 않고 온 몸에 두르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털어지는 거였네?' 하게 될지 모른다.

그래서 내가 느낀 것은 무엇일까? 미로 찾기처럼 감정을 적어 가다 보면 다. 내게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내게 좋은 것이 남는다.

꾸미지 않은 나의 이야기는 나를 위로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도 위로가 된다.



오래 보아야 예쁘다.
자세히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풀꽃> 나태주



누군가를 사랑스럽게 보아야 한다면 자신을 가장 먼저 오래 보아야 하지 않을까?

공주병 걸린 사람처럼 거울을 들여다보면 코 옆에 점을 올 겨울에는 꼭 레이저로 제거해야지 했는데 어느샌가 나를 대표하는 매력점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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