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 사회생활을 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아직도 초짜인 것 같다. 따지고 보면 지금 인생의 25 퍼센트 정도의 시간을 투자했으니 사회생활을 그리 오래 한 것도 아닌가 보다.
내가 스스로를 초짜라고 여기는 이유는 공과 사를 구분 못하기 때문이다. 상대가 좋으면 뭘 해도 반대를 못하겠고 반대로 업무에서 부딪혀서 힘든 상대는 사적으로도 싫다. 그리고 그 감정이 얼굴에 다 드러난다.
아직도 나는 너무도 감정적이다.직장 동료와의 적당한 거리를 지키지 못한다. 좋으면 너무 좋고 싫으면 정말 싫다. 적당히 지내야 한다는 걸 알면서 그 적당히가 되지 않아 나 혼자 피곤하다.
긴 회의를 마치고 넉다운이 되었다. 쌤들 몇몇은 맥주를 드시러 가신단다. 나는 이런 자릴 매우 좋아한다. 퇴근길에 맥주 한 잔! 애정하는 스케줄이다. 그런데 이날은 사회생활의 연장 같은 느낌이 들었다. 회의에서 이미 에너지를 소진해서 남은 게 없다. 뿐만 아니라 몸에 이상 신호도 감지됐다. 살살 아픈 배가 나를 집으로 끌어당겼다.
회의 때 일부 상한 감정들을 아는데 또 아무렇지 않게 잔을 부딪는 모습을 보기 싫었고 그 주체가 될 자신도 없었다. 이런 여러 이유로 모임에 끼지 않고 집으로 와서 벌러덩 드러누웠다.
한 곳에서 오래 근무한다는 것은 좋기도 싫기도 한 일이구나. 관계에 적당한 선이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나는 그 선이 그렇게 어렵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무뎌질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에 감정 이입하는 것이 아닌, 거리를 두고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제는 더 이상 초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