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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영 Aug 17. 2024

쉬는 주말

뒹굴뒹굴 토요일

예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주말을 못 견뎠다. 나 홀로 카페라도 가야 했다. 집은 답답했다. 주말인데 어떻게 집에 있을 수 있지? 용납할 수 없었다.


지금은 집이 좋다. 뒹굴뒹굴할 수 있음이 신난다. 나는 MBTI, I로 향해 가는 중인가 보다. 온종일 뒹굴었다. 이슬아 작가의 《부지런한 사랑》을 완독 했고 남편이랑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영화도 봤다. 뒹굴뒹굴 집에서도 즐거웠다.


이슬아 작가가 《일간 이슬아》를 연재했다는 걸 책을 통해 알았다. 그래서 나도 일기를 매일 작품으로 써 보고 싶었다. 그런데 송구하다. 이런 글을 선보여서. 그래도 《부지런한 사랑》을 읽고 부지런히 쓰고 싶어졌다. 지금, 작가 지망생인 나는, 실천 중이다. 너그러이 봐주시길, 감사드립니다.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소설만큼 사랑스럽다. 아이들의 귀엽고  짠함과 엄마의 무게감에 울컥하기도 했다.


쉼이 좋다. 이제 방학이 끝났다. 아직 일주일이 남긴 했지만 다음 주는 내내 학교 일정이 있다. 뒹굴뒹굴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




방학 막바지는 아들도 마찬가지다. 아들은 밀린 과제에 입이 대빨 나왔다. 나는 어린 아들 상사병이 있다. 아이가 어렸을 적, 오므라이스를 좋아했어서 주말 아침은 오므라이스를 했었다. 아이는 달걀 안에 밥이 있는 게 재밌다고 했었다.


오늘 아침, 오랜만에 오므라이스를 했다. 욕심껏 밥을 넣어서 달걀로 다 덮지 못한 어설픈 음식이었으나 고맙게도 남편과 아이는 맛있게 잘 먹어 주었다. 이제 한껏 시크해진 아들은 재밌다고도 맛있다고도 하지 않는다.


맛있어?

응.


단답형 대답뿐이다. 나는 사랑스럽고 다정했던, 귀엽게 웃던 아들이 그립다. 지금의 아들도 가끔 씩 웃는다. 나는 진흙 속에서 진주를 발견한 마음으로 그 모습을 오래오래 포착한다. 너무도 귀하다.


점심은 냉면과 어제 남겨둔 치킨, 저녁은 두부 부침과 밑반찬을 차렸다. 나는 가족의 밥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아이가 욕심껏 크지 않아서 우려를 표했더니 인상을 쓴다.


나, 키 더 안 커도 돼.

아니, 커야 해.

내가 괜찮다는데 엄마 왜 그래?

너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안 괜찮아.


늘 키 큰 사람으로 산 사람으로서 유전자는  충분히 줬다고 생각했는데 평균치를 맴도는 아들이 낯설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뛰어야 하는데 이 세 가지를 잘하지 않는다. 욕심 많은 엄마는 아들이 키도 크고 성격도 좋고 공부도 체육도 잘했으면 좋겠다. 




교사 문영은 뒹굴뒹굴했는데 엄마 문영은 뒹굴뒹굴하지 못했다. 세끼를 챙기고 과일을 챙기고 과제를 닦달했다. 그러다 후회했다 뒹굴뒹굴할 수 있는 엄마였으면 좋겠다. 아들에게도 여유를 가져야 한다.


아무튼, 평화로운 주말이었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서 지소는 이렇게 말한다.


집이 있는 사람은 그게 얼마나 소중한 건지 모른다고.


문득, 셋이 한 집에서 알콩달콩 뒹굴 수 있음이 참 소중했다.


                                                              2024. 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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