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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영 Mar 21. 2024

프롤로그

우애로운 남매의 어린 시절

“희유만 술래하고! 흥!”     


연달아 술래가 된 희유가 삐쳐서 집으로 들어가 버린다. 동네 아이들은 영문을 모른 채 숨어 있다가 술래가 나타나지 않아서 꼼지락거린다. 희성만이 뭔가를 눈치채고 집으로 달려간다. 아니나 다를까, 희유가 거실에 누워 있다.      


“희유 얼른 친구들 찾아야지!”

“싫어, 나 술래 안 해.”

“안 돼! 가자! 어서!”

“싫어, 술래 재미없어.”

“그럼 내가 술래 할게.”

“진짜?”

“응”     


희유는 신나서 오빠 손을 잡고 일어난다. 둘은 쏜살같이 뛰어 나간다. 희유와 희성은 언제나 붙어 다닌다. 희유는 오빠 하는 건 고대로 따라 하며 까르르까르르 웃는다.   

  



“우리 희유는 어떤 남자랑 결혼할까?”

“응? 희유 오빠랑 결혼하잖아. 희유도 오빠랑 결혼할 건데.”   

  

엄마 아빠는 동그란 눈을 깜빡이며 진지하게 대답하는 희유가 귀엽다.   

  

“오~ 우리 희유는 오빠랑 결혼할 거구나!”     


희유는 결혼은 당연히 오빠랑 하는 걸로 알고 있다. 단순히 오빠가 좋아서가 아니다. 엄마도 아빠를 오빠라 부른다. 엄마 밑으로 외삼촌들이 줄줄이 결혼할 사람이라고 누군가를 데려오는데, 그 누군가도 외삼촌을 오빠라고 부른다. 그러다 둘은 결혼한다. 희유는 그래서 결혼은 오빠랑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다섯 살짜리에겐 가족이 세상의 전부이다. 아직 어린 희유는 친오빠와 애인을 구분할 수 없다. 그냥 오빠랑 결혼하면 된다는 생각에 즐겁다. 평생 오빠랑 놀면 된다.     


“나는 희유랑 결혼 안 해!”

“왜? 왜 왜? 오빠는 왜?”

“싫어, 희유랑 결혼 안 해!”

“으아아 앙 그런 게 어딨어~ 오빠 희유랑 결혼해야 해!”

     

희유가 울기 시작했고 엄마는 빙그레 웃으며 희유를 끌어안는다.  

   

“아직 그런 생각 안 해도 돼. 그리고 남매는 결혼하는 거 아냐.”

“응?”

“남매는 원래 결혼하는 거 아냐.”

“외삼촌도 동생이랑 결혼하고 아빠도 동생이랑 결혼했잖아.”

“친동생이 아니고, 나이가 어린 사람인 거지. 우리 희유 그렇게 생각했구나.”

“응, 원래 오빠랑 결혼하는 거 아냐?”

“응, 남매는 결혼 못 해.”

“나 오빠 좋은데,”

“희유가 오빠 좋아하는구나.”

“응, 난 오빠랑 결혼할 거야, 으앙”     


결혼할 수 없다는 말에 희유는 또 울음을 터뜨린다.

      

“각자 결혼해도 가까이 살면 되지~”

“가까이 살면 맨날 숨바꼭질할 수 있어?”

“그럼~ 가까이 살면 할 수 있지!”

“박희유! 나가서 숨바꼭질하자~”     


울던 희유가 희성이 부르는 소리에 쪼르르 달려 나간다. 엄마는 흐뭇하게 남매를 바라본다. 어쩜 저렇게 사이가 좋을까. 눈에 넣어도 아플 일 없는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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