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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영 Mar 24. 2024

하루의 시작과 끝

하루에도 몇 번씩 생기는 죽을 이유

몽롱하다. 매일같이 왜 이렇게 피곤해야 하나. 이유를 알 수 없다.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차라리 세상을 떠나면 편해지지 않을까. 안식을 얻는 거야. 뒤차가 나를 박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책임이 아닌 이유로 있을 것이다. 세상을 떠나거나.


희유는 온갖 우울한 생각과 두통에 시달리며 운전 중이다. 동그란 해가 두둥 떠오른다. 정동진에서나 볼 법한 아름다운 풍경에 잠시 넋을 놓는다. 사진을 찍고 싶은데 차를 세울 수가 없다. 이 어여쁜 풍경이 희망을 느끼게 해 주진 않는다. 그냥 예쁠 뿐이다. 둥그런 해에게 안녕을 고하고 희유는 계속 달린다.

차선을 바꿀 차례다. 2차선에 차가 없다. 깜빡이를 넣고 2차선으로 들어가는데,


빠앙~~ 경적 소리와 함께 부웅~~


큰 덤프트럭이 3차선에서 2차선으로 돌진한다. 희유는 소름이 돋았다. 빻아앙 클랙슨 소리가 더 커지자 희유는 몸을 떨며 다시 1차선으로 잽싸게 돌아왔다. 극한의 공포를 느끼며 눈물을 왈칵 쏟고 온몸을 부르르 떨었으나 희유는 진정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차를 멈출 수 없다. 눈물을 흘리며 한기를 느끼며 계속 간다. 인생은 계속 가야만 하는 것이다.  학교에 주차를 하고 펑펑 울었다. 희유의 몸은 여전히 덜덜 떨린다. 희유는 몰려오는 피곤을 느꼈다. 두통이 자기를 쥐고 흔든다고 생각했다.

     

[사랑해]     


희유가 가족 톡방에 메시지를 남겼다. 지금 꼭 말해야 할 것 같았다. 덤프트럭과 박치기를 했다면 지금 이 시간에 자기는 없었을 테니까. 진정을 하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자리로 가면서 희유는 유영에게 장문의 톡을 했다. 덤프트럭과 박치기할 뻔했다고. 웬일로, 잘 피했다고 칭찬을 해 준다.

     

수업과 상담, 회의까지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이제, 퇴근이다. 어깨가 천근만근이다. 희유는 기지개를 켜고 양팔을 쭉 뻗어 천천히 돌린다.


"뭐 하세요?"

"어깨가 너무 아파서요. 운전하기 전에 풀어주려고요."

"우리가 어깨가 아픈 나이지."

"아 그런가요? ㅋㅋㅋ"

"뭣하러 집에 가요? 8시 수업 있잖아. 조금만 있다가 올 건데. 여기 보건실에서 자요."

"그러게 말입니다. ㅋ 그래도 갈게요. 내일 봬요!"


다시 운전을 시작한다. 왠지 모르게 눈물이 차오른다. 정말 힘들다. 희유는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힘들다를 속으로 되뇐다. 신호가 걸리고 눈을 감았다. 눈물이 흐른다. 희유가 건조한 눈꺼풀이 착 달라붙은 느낌이 참 좋다고 생각할 무렵, 빠아아 앙~~~ 또다시 클락션이 울리고, 눈을 번쩍 떠 보니 신호가 바뀌어 옆 차선은 쌩쌩 달리고 있다. 희유가 급하게 액셀을 밟는데 뒤차가 차선을 변경하여 옆으로 온다. 신경질적으로 클락션을 누르지만 희유는 절대 창문을 열지 않는다.


"야  씨X ! 운전 그따위로 할 거야? 야 이 썅X아! 문 안 열어? 똥차 끌고 다니면서 정신 안 차려?"


어찌나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지 문을 열지 않아도 다 들린다. 희유는 절대 옆을 보지 않으며 되는 대로 좌회전을 해 버렸다. 어떻게든 가기만 하면 된다. 우선 피하는 게 상책이다. 희유는 소리도 없이 눈물을 흘린다. 눈물이 끝도 없이 나온다.


모든 걸 끝내고 집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9시가 훌쩍 넘었다. 밤 열 시가 가까운 시간. 15시간을 밖에 있었다.


왜 이렇게까지 힘들게 살까. 내가 엄살인 걸까. 모두가 이렇게 힘든가.


늘 그게 궁금하다. 타인은 어느 정도 힘든지. 집에 올라가면 아이는 본 체 만 체 할 거고 유영도 피곤하다 하겠지. 희유는 어디에서 활력을 얻어야 할지를 모른다. 어쩌면 두통이 희유를 쥐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건강을 챙기는 방법 따윈 모른다.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시작했으면 지는 해와 함께 끝났어야 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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