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시작과 끝
하루에도 몇 번씩 생기는 죽을 이유
몽롱하다. 매일같이 왜 이렇게 피곤해야 하나. 이유를 알 수 없다.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차라리 세상을 떠나면 편해지지 않을까. 안식을 얻는 거야. 뒤차가 나를 박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내 책임이 아닌 이유로 쉴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을 떠나거나.
희유는 온갖 우울한 생각과 두통에 시달리며 운전 중이다. 동그란 해가 두둥 떠오른다. 정동진에서나 볼 법한 아름다운 풍경에 잠시 넋을 놓는다. 사진을 찍고 싶은데 차를 세울 수가 없다. 이 어여쁜 풍경이 희망을 느끼게 해 주진 않는다. 그냥 예쁠 뿐이다. 둥그런 해에게 안녕을 고하고 희유는 계속 달린다.
차선을 바꿀 차례다. 2차선에 차가 없다. 깜빡이를 넣고 2차선으로 들어가는데,
빠앙~~ 경적 소리와 함께 부웅~~
큰 덤프트럭이 3차선에서 2차선으로 돌진한다. 희유는 소름이 돋았다. 빻아앙 클랙슨 소리가 더 커지자 희유는 몸을 떨며 다시 1차선으로 잽싸게 돌아왔다. 극한의 공포를 느끼며 눈물을 왈칵 쏟고 온몸을 부르르 떨었으나 희유는 진정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차를 멈출 수 없다. 눈물을 흘리며 한기를 느끼며 계속 간다. 인생은 계속 가야만 하는 것이다. 학교에 주차를 하고 펑펑 울었다. 희유의 몸은 여전히 덜덜 떨린다. 희유는 몰려오는 피곤을 느꼈다. 두통이 자기를 쥐고 흔든다고 생각했다.
[사랑해]
희유가 가족 톡방에 메시지를 남겼다. 지금 꼭 말해야 할 것 같았다. 덤프트럭과 박치기를 했다면 지금 이 시간에 자기는 없었을 테니까. 진정을 하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자리로 가면서 희유는 유영에게 장문의 톡을 했다. 덤프트럭과 박치기할 뻔했다고. 웬일로, 잘 피했다고 칭찬을 해 준다.
수업과 상담, 회의까지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이제, 퇴근이다. 어깨가 천근만근이다. 희유는 기지개를 켜고 양팔을 쭉 뻗어 천천히 돌린다.
"뭐 하세요?"
"어깨가 너무 아파서요. 운전하기 전에 풀어주려고요."
"우리가 어깨가 아픈 나이지."
"아 그런가요? ㅋㅋㅋ"
"뭣하러 집에 가요? 8시 수업 있잖아. 조금만 있다가 올 건데. 여기 보건실에서 자요."
"그러게 말입니다. ㅋ 그래도 갈게요. 내일 봬요!"
다시 운전을 시작한다. 왠지 모르게 눈물이 차오른다. 정말 힘들다. 희유는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힘들다를 속으로 되뇐다. 신호가 걸리고 눈을 감았다. 눈물이 흐른다. 희유가 건조한 눈꺼풀이 착 달라붙은 느낌이 참 좋다고 생각할 무렵, 빠아아 앙~~~ 또다시 클락션이 울리고, 눈을 번쩍 떠 보니 신호가 바뀌어 옆 차선은 쌩쌩 달리고 있다. 희유가 급하게 액셀을 밟는데 뒤차가 차선을 변경하여 옆으로 온다. 신경질적으로 클락션을 누르지만 희유는 절대 창문을 열지 않는다.
"야 씨X ! 운전 그따위로 할 거야? 야 이 썅X아! 문 안 열어? 똥차 끌고 다니면서 정신 안 차려?"
어찌나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지 문을 열지 않아도 다 들린다. 희유는 절대 옆을 보지 않으며 되는 대로 좌회전을 해 버렸다. 어떻게든 가기만 하면 된다. 우선 피하는 게 상책이다. 희유는 소리도 없이 눈물을 흘린다. 눈물이 끝도 없이 나온다.
모든 걸 끝내고 집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9시가 훌쩍 넘었다. 밤 열 시가 가까운 시간. 15시간을 밖에 있었다.
왜 이렇게까지 힘들게 살까. 내가 엄살인 걸까. 모두가 이렇게 힘든가.
늘 그게 궁금하다. 타인은 어느 정도 힘든지. 집에 올라가면 아이는 본 체 만 체 할 거고 유영도 피곤하다 하겠지. 희유는 어디에서 활력을 얻어야 할지를 모른다. 어쩌면 두통이 희유를 쥐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건강을 챙기는 방법 따윈 모른다.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시작했으면 지는 해와 함께 끝났어야 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