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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빙북 Nov 10. 2024

누구와 함께 일할것인가? Who not How

어떻게(How)가 아닌 누구와(Who)



지인으로부터 북클럽에 참가 권유를 받았다.


일주일 후에 참여하는 북클럽의 1박 2일 WS에서 함께 나눌 책의 제목은


"누구와 함께 일할 것인가"(댄 셜리번/벤저민 하디)다.


그 다음날 이른 새벽 내가 일본을 가야하는 일정임을 감안해 종이책을 전달 받을 수는 없어

전자책으로 주문하고 일본가는 비행기에서 그리고 여행하는 중간 중간 책을 읽었다.


책의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방법이 아닌 사람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의 성과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떻게(How)의 방법이 아닌 누구와(Who)와 것인가로

우리의 생각과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와 일한것인가에 집중함으로써

시간의 자유, 경제적 자유, 관계의 자유, 목적의 자유를 이룰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번 여행은 마음과 머리를 비우고 생각을 정리하러 가는 여행이라 이책의

1부 1장에서 시작하는 “적게 일하고 많이 벌게 도와줄 사람을 찾아라”라는 얘기부터

성공과 돈에 대한 성공학을 얘기하는 통속적인 자기개발 도서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살짝 반감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이 책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얘기하는 어떻게의 ‘방법’이 아닌 ‘누구’와 일할 것인가라는

사람에 집중하자는 화두에는 공감하면서도 1부 시간의 자유, 2부 경제적 자유를 읽을 때까지는  

사람을 목적이 아닌 자신의 성공과 부를 이룰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아

거부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멀리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말처럼 내게는 사람이 전부다라는 생각을 직장생활을 하며

 또 사람과의 만남을 이어가며 가지고 있었는데 이 책의 전반부에서 전달하는 메세지는

사람이 전부가 아닌 일부이고 수단이라는 인상을 받게되었다.


3부 관계의 자유, 4부 목적의 자유라는 부분을 읽으며 전반부에서의 반감이 공감으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만약 내가 이 책의 편집자였다면 이 책의 순서를

4부 목적의 자유> 3부 관계의 자유> 2부 경제적 자유> 1부 시간의 자유로 변경할 수 있었을 것

같고 그랬다면 나와 같은 반감을 가질 독자의 오해도 조금 피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러나 이책의 주 독자가 비지니스와 관계된 리더 그룹임을 감안하면

이 책의 순서가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나도 오랜 시간 조직에서 리더로 또 팔로워로 일하면서 사람의 중요성을 절감했고

마음과 비젼과 가치를 공유해 줄 수 있는 사람 2~3명이 있으면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2~3명의 협업자들과 함께 두려움없이 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도 있다.


이 책의 부분중 3~4부는 공감하는 내용이 다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리더의 역할로 과정보다는 결과에 포커스해야 한다는 부분에는 부분적인 동의, 그리고 부분적으로는 동의하지 못하는 포인트도 있다.


비젼과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만이 리더의 역할은 아니며 때로는 과정에 대한 명확한 원칙 제시도 리더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내가 오래 한국기업과 유럽기업의 JV 해외 본사에서 근무시 우리와 다른 유럽 기업들이

중요시하는 한가지 원칙을 보았고 실제 일을 하면서 경험하였다.


“ code of conduct” 행위규범” 또는 “윤리규범”이라고 얘기하는 업무의 실행 및 추진과정에서 조직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지켜야할 공통의 행동 양식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인데 이 부분을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실제 업무시에 이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부분을 경험했다.


업무를 추진 하는 과정에서 실무자들은 많은 유혹을 느끼게 된다.

특히 해외영업/마케팅 조직에서는 실적에 대한 압박이 매월, 매년 있다.


이런 압박에 조금 편법적인 방법으로 실적 달성을 이루려다가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보았다.

일본의 대표기업 도시바 그룹도 실적 달성을 위한 분식회계로 무너지는 모습을 

비지니스의 현장에서 보았다.


따라서 조직 리더의 역할은 결과에 집중하여 성과창출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지속가능한

(sustainable) 성과를 유지하기 위해 과정에 대한 원칙 제시, 피드백도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리더일수록 단기 성과외에 과정으로서 장기 성과에 대한 그림과 비젼도 필요하다.

내가 조직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도 지속성(sustainability)이었다.


실무자의 경우도 실무자가 휴가등으로 자리를 비웠을때 그 공백없이 일이 진행되어야 하고

리더의 경우도 본인이 그 자리에 있을 때 그리고 퇴임후에라도 후배들이 이어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단기 성과를 달성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기업의 속성상, 특히 대기업의 경우에는

 CEO  기본 임기가 3년으로 되어있고

성과가 있을시 제 2기의 CEO 임기를 통상 이어간다.


CEO이외의 상무급 이상의 임원의 경우에는

그런 기본 임기 개념도 없이 실적이 저조하면

임원 승진 한 그 다음해에도 퇴직을 하게된다.


이런 한국 조직 문화에서 장기 성과의 그림과 비젼을 만들어 가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진정한 리더라면 미래세대에 브릿지를  놓는다는 마음으로 미래에 대한 비젼과

그림을 준비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야기하다 보니 이책에 비판만 한것 같은 미안함이 있다.

위에 언급한 아쉬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사람 그리고 사람과의 협업의

중요성을 리더에게 아주 극명하게 전달해 주는 목적이 분명한 책이라 생각한다.


내가 성과와 결과에 대한 생각이 많을 때마다 떠올리는 책이 하나 있다.


이 책의 후반부에서도 언급되었던 작가 톨킨이 쓴

“니글의 이파리”(Leaf by Niggle)라는 책이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매우 짧은 단편다.



톨킨이 ‘반지의 제왕“이라는 역작을 쓰다가 완성에 대한 두려움과 대작을 쓰는것에 대한

어려움으로 지쳐있을때 CS 루이스에게도 도움을 받았지만 본인 스스로 이 책을 쓰면서

위로를 받고 다시 쓸 용기를 얻었던 책이다.

니글의 의미는 아주 사소한 것, 하찮은 것에 연연한다는 의미가 있다.


화가인 니글은 아름다운 나무 그림을 완성하겠다는 평생의 목표가 있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다양한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도와주고 나무 그림의 완성도를 위해

잎 하나하나를 실제와 같이 그리려 분투한다.


결국 남을 돕다가 병에 걸려 나뭇잎 하나만 그리고 죽게된다.

죽은 후 하늘나라에 가서 시간을 낭비하였다는 비난의 소리와 자신을 희생하며

다른 이들을 돌보았다는 위로의 소리를 듣게 되고 그 앞에 그가 평생 그리려고 꿈꾸던 나무가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보게 된다.


’반지의 제왕“이라는 역작 완성 앞에서 좌절하던 그에게 자신이 쓴 이 이야기가 힘이 되었다.


선한 일, 가치 있는 일을 하다보면 꼭 그 성과가 단기에 나오지 않을 때도 있다.

실리콘 밸리의 힘이 실패를 격려하는 문화에서 나온다는 얘기도 있다.


실패한 일에서도 교훈을 얻을 수 있고 또 인생의 긴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내가 시작한 선하고

가치 있는 일이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못 달성해도 뒤를 이어 후배들이 이어갈 수 있는

브릿지를 놓을 수 있는 일이라면 완성에 대한 두려움을 물리치고

그 일을 시작하는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방법이 아닌 나와 꿈을 이룰 누군가를 생각하며 두려움 없이 광야와 같은 이세상을

뚜벅 뚜벅 걸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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