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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청환 Aug 31. 2023

덕산 양로원

덕산 양로원


           / 박청환



닳고 해진 비누들 양파망에 모였습니다

세숫비누 여러 개와 빨랫비누 한 개

한 평생 제 살을 깎아 남을 씻겨온 것들이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할 것들이

옹기종기 모여 먼 산을 바라봅니다

마지막 살 한 점까지 내어놓으면

큰 놈 윗도리에 묻은 얼룩도

소식 없는 작은 놈 작업복 해진 무릎도

다시 말쑥해질텐데


원래는 네모 반듯했습니다

물에 불은 살이 뭉텅뭉텅 떨어져 나가고 

때로 빨래 방망이에 헛맞아 아찔했던 순간순간 

제 살을 깎아 견뎠습니다

이리저리 깎여 네모도 세모도 동그라미도 못 되고

그저 볼품없이 찌그러진 모양입니다


평생 물가에서 한뎃잠 자던 비누는

제 몸 누이던 수돗가 좁디좁은 비눗갑마저 내어주고

빨래터 양파망 속에 엉겨 붙어

서로의 품을 파고듭니다

까끌까끌 늙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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