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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굴양 Jul 25. 2019

제주댁에서 광명댁으로

너굴양 임신일기


이사.

나는 이사를 많이 다닌 적이 없다.


어렸을 때는 그래도 좀 다녔던 것 같은데 기억이 없고,

초등학생때부터 대학 입학할 때까지,

대학 신입생 이후 결혼할 때까지 같은 집에서 살았다.


한 번 이사하면 십년 이상 그 집에서 살아서 그런지

이사를 많이 다녀서 피곤하다는 걸 잘 몰랐다.


대학생 때는 교환학생 간다고 1년,

회사생활 하며 자취한다고 2년 좀 안되는 시간 동안

남의집 살이를 했지만

기껏해야 큰 트렁크, 많아야 1톤 트럭이 반도 안차는 짐을

실어나르며 하루 정도 고생했을 뿐이었다.


이사 오기 전 제주에서 마지막 물놀이한 논짓물


그러다 제주살이를 시작하며 

나의 이사복(?)이 본격적으로 터졌다.

매달 큰 트렁크를 제주-서울 왕복으로 옮기다가

제주에 본격적으로 이사를 했고,

야금야금 택배로 집에서 뭔가가 옮겨졌다.

(그 짐이 엄청났다는 걸 이번에 깨달음)


그러다 남편과(당시 남친) 결혼을 앞두고 자취 살림을 합치면서

다시 한 번 이사를 했다.

달랑 두 사람 짐인데 뭐 이렇게 많은지,

한 블록 아래 동네로 이사하면서 '이사 힘드네!' 소리가 절로.

그래도 나는 팔팔했고, 신혼집이니까 조금 신나있었다.


그렇게 제주에 정착하는가 싶었는데...

하늘의 선물이 내 뱃속에서 자라기 시작하고

제주냐, 서울이냐를 고민하다 결국 상경을 택했다.


함덕 해수욕장에서 세미 만삭을 찍었다


우리 둘만 편하면 되는 결정을 내리던 때와는 달리

아기와 가족들까지 고려하다보니 결국 서울.


그리하여 육지로 이사를 오게 되었고,

이번에도 가구는 없었다. 대신 우체국 택배 박스가 서른개...

틈틈히 올려보내고도 한참이 남아 픽업 택배로 보내고

남편은 혼자 차를 가지고 제주에서 서울까지 달려야했다.

내 배가 부르지 않았으면 같이 로드 트립이라도 찍었을텐데.


쫄깃하게 배타는 전날 밤까지 폭우가 쏟아진 제주.

(그날 배는 다 취소 됐었다고함)

새벽에 거멍도둑마냥 차에 짐을 바리바리 싣고

졸음과 싸워가며 뭍으로 남편이 왔다.


그 사이 나는 새 집에 가구를 들이고

살림과 그릇, 냄비 등을 사들였다.

장장 일주일간의 지리~한 이사 끝에

둥둥이가 태어나 처음 만날 집을 꾸몄다.


우리에겐 생소했던 사방팔방 횡단보도


앞으로 또 얼마나 이사를 해야할까?

이사 많이 하면 잘 산다고 엄마가 그랬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냥 주어진 상황에 맞게 잘 살아가도록 노력할뿐이다.


새로 이사온 동네는 굉장히 사람이 많이 산다.

오래된 주택들 사이로 좁은 골목들도 많고

그 사이 사이로 작은 가게들이 들어차있다.


역 주변으로 내려가면 맛있는 집들도 많고

내가 좋아하는(--;) 갖가지 병원들도 있다.

둥둥이가 태어날 병원을 정하고, 조리원을 정하고

체크리스트를 하나씩 지워가면서 이사를 마쳤다.


우리 부부에게 또 다른 챕터가 열렸다.

제주에서의 만남과 연애, 그리고 결혼.

곧 태어날 둥둥이를 기다리며

우리 부부의 첫(?) 육지 생활은 어떻게 될지, 기대중이다.


아직 까진 너무 바쁨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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