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굴양 그림일기
저녁을 준비하는 데 친구들에게 카톡이 왔다.
"눈온다!"
서울에 사는 친구들이라 그런가? 우리동네는 아직 조용했다.
잠시 후 엄마에게서도 카톡이 왔다.
"딸, 눈오네~"
아직도 밖은 조용한데 대설주의보라고 재난문자만 쉴 새 없이 울려댔다.
저녁을 다 먹고 문득 생각이 나서 다시 창문을 열어보니 그새 바깥이 온통 하얗게 변해있었다.
올 겨울 첫 눈이구나. 첫 눈... 작년만큼은 아니어도 꽤 쌓이겠는걸.
난간에 쌓인 눈을 뭉쳐보니 딴딴하게 잘 뭉친다. 눈사람 만들기 좋은 습설이다.
푸짐했던 저녁상을 치우고 설거지 하기 전 충전하려고 침대에 누워 빈둥대고 있는데,
아이가 뭔가 물어본다고 침대에 슬금슬금 기어 올라왔다.
포근하고 몰랑한 아이를 안고 있다가 내 입에서 흘러나온 말.
"우리, 밖에 나가서 눈구경 할까?"
셋 다 갑자기 뭐에 홀린듯 갑자기 옷을 주섬주섬 줏어 입고 집 밖에 나갔더니, 벌써 한 집 나와있다.
옆 골목 식당에선 누군가 나와 눈사람을 만들고 있다.
벌써 골목에 쌓인 눈을 쓸고 있는 아저씨도 있다.
챙겨 나온 눈놀이 도구로 눈오리와 펭귄을 잔뜩 만들고, 눈싸움도 했다.
피날레는 역시 눈사람! 눈이 잘 뭉쳐져서 금방 만들었다.
눈을 뭉치고 노는데 모처럼 신이 났다.
아이는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엄마! 온 세상이 하얗게 됐어! 너무 좋아!" 외쳤다.
코가 빨개지도록 30분쯤 신나게 놀고 들어와서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었다.
평화로운 겨울밤 같아서 너무 행복했다.
카톡방에도, SNS에도 눈 사진과 영상, 아이들과 눈놀이 하는 모습이 속속 올라왔다.
행복이 뭐 별거냐, 소소하게 재밌는 거 함께 나누는거지.
그렇게 첫 눈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