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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테스 강사의 맛있는 인생 수업

프롤로그: 필라테스하는 여자는 배고프다

by 유혜성

프롤로그


필라테스 강사는 배가 고프다.

아주 많이!


운동을 가르친다는 건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일이 아니다. 말도 엄청 많이 해야 한다.


“골반을 살짝 말고요, 복부 힘 유지! 어깨 긴장 풀고, 후- 호흡하세요!” 하루에도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하고, 시범 보이고, 회원들의 자세를 직접 잡아준다. 그러다 보니 칼로리는 미친 듯이 소모된다.


결과적으로?


배가 고프다!


회원들은 종종 묻는다.

“선생님, 인스타그램 보니 그렇게 많이 드시는데 왜 살이 안 쪄요?”

나는 빙그레 웃으며 속으로 생각한다.


‘살찔 시간이 없어요.‘


아침에 스튜디오 문을 열고, 회원을 맞이하고, 수업을 하고, 틈틈이 회원들의 인생 상담까지 하다 보면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간다. 그렇게 바쁘게 움직이다 보면 어느 순간,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하지만 수업이 줄줄이 이어지니 뭔가를 먹을 시간이 없다. 결국, 간헐적 단식은 필라테스 강사의 기본 '패시브 스킬'(Passive Skil:기본적으로 지속되는 능력)이 된다.


그러다 점심시간이 되면, 본능적으로 가장 든든하고 건강한 음식을 찾게 된다. 운동하는 사람들은 맛있는 것만 찾아 먹는 것 같지만, 사실 건강한 음식에 대한 촉이 발달해 있다. 마치 사막의 낙타가 물을 찾아 헤매듯, 몸이 좋은 음식을 자동으로 탐색한다.

운동하는 사람들은 건강한 음식에 대한 촉이 발달했다.

“저건 단백질이 풍부해! 저건 식이섬유가 많겠어!”

자연스럽게 몸에 좋은 것들로 식단이 맞춰진다.


그렇게 필라테스를 하며, 나는 조금씩 깨달았다.

운동은 단순히 다이어트의 수단이 아니라, 삶을 평화롭게 만드는 과정이라는 것을.


그리고 필라테스 강사란, 그 철학을 몸으로 살아내는 사람이라는 것도.


나는 운동을 하고, 맛있는 한 끼를 즐기고,

좋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살아간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회원들에게 음식을 나누고 있는 나를 문득 발견하게 되었다.


주먹밥을 만들고 있고, 유부초밥을 만들어 주고, 때로는 따뜻한 미역국 한 그릇을 건네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이런 말까지 듣게 되었다.


“선생님, 필라테스 센터에서 도시락도 팔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에버유 사랑초밥’, ‘에버유 샌드위치’ 같은 거요!”


하지만 나는 웃으며 대답한다.


“아니, 난 필라테스 가르치는 걸로 충분해요. 이건 그냥 좋아서 하는 거예요.”


운동하고, 먹고, 사람을 만나고, 챙겨주고, 나누는 것. 결국, 이게 인생 아닐까?


이 책은 필라테스 강사의 먹고사는 이야기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우리는 모두 열심히 일하고, 배고파하고, 그리고 맛있는 무언가를 찾아 헤맨다. 그러다 어느 순간, 누군가와 따뜻한 한 끼를 나누며 ‘사는 일’이란 결국 그런 거구나, 조용히 알아간다.


그래서 누구는 이 책을 읽으며 피식 웃을 것이다.


“아, 사는 건 다 똑같구나.” 하고.


결국, 인생은 먹고사는 이야기 아닐까.

누군가는 먹기 위해 살고,

또 누군가는 살기 위해 먹는다.

어느 쪽이 옳은지는 각자 알아서 생각하며 살면 되는 일이다.


나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삶의 철학을 배운다.

그래서 이 책은 필라테스 강사의 ‘먹고사는’ 이야기다.


그리고 어느 순간,

당신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comet_you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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