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 강사는 왜 주먹을 쥐고 있는가?
필라테스 강사가 주먹을 쥔다? 이게 무슨 소리일까? 운동 중에 힘이 들어가서? 아니면 수업 중 화가 나서? 모든 필라테스 강사가 그런 건 아닐 테고, 사실 이건 굉장히 사적인 이야기다.
필라테스는 몸의 정렬을 맞추고, 어깨 힘을 빼고, 중심을 잡으며 몸을 컨트롤하는 운동이다.
그런데 나는 어느 순간부터 자꾸 주먹을 쥐고 있었다. 그것도 꽤나 자주.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필라테스 강사인데, 이상하게도 주먹밥과 유부초밥을 만드는 날이 많아졌다.
주먹밥의 탄생
처음엔 그냥 내가 먹으려고 만든 거였다. 한참 수업을 하면 허기가 지기 마련이고, 간단하면서도 속 든든한 게 필요했다.
그래서 보리새우와 잔멸치를 살짝 볶고, 말린 자두를 잘게 썰어 넣고, 참기름을 살짝 둘러 주먹밥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게 예상보다 너무 맛있는 거다!
그러다 회원들에게 한두 개 나눠줬다. 퇴근 후 허겁지겁 오는 회원들은 배가 고팠고, 나는 자연스럽게 말했다.
“배고프죠? 이거 하나 드세요.”
그게 시작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자주 주먹밥을 만들었고, 자연스럽게 밥을 해주는 필라테스 강사가 되어 있었다.
사랑초밥이 탄생하다
그날도 늦은 밤, 마지막 회원이 수업을 마치며 헉헉거리며 말했다.
“선생님, 배고파요.”
그 순간, 내 가방을 뒤져보니 내가 먹으려고 싸 온 유부초밥이 있었다. 그냥 주는 건 심심해서 예쁘게 토핑을 올려봤다. 타코고추냉이, 참치 샐러드, 크래미, 그리고 상큼한 샐러드까지. 깨를 솔솔 뿌려 건네줬더니 한입 먹은 회원이 감탄하며 말했다.
“선생님, 이거 너무 맛있어요. 사랑이 담긴 초밥 같아요!”
그때부터 그것은 ‘사랑초밥’이 되었다.
선생님, 이거 사랑이 담긴 초밥 같아요.
유부초밥뿐만 아니라 국물이 생각날 땐 미역국을, 추운 날엔 밀가루 없는 어묵탕을 보온병에 담아 주먹밥과 함께 건네주기도 했다. 그러자 회원들은 귀엽게 농담을 던졌다.
“선생님, 이러다 식당 차리는 거 아니에요?”
“선생님, 못하시는 게 뭐예요? 필라테스도 잘 가르치시고, 상담도 잘해주시고, 밥도 해주시고.”
나도 모르게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요. 저도 가끔 헷갈려요. 제가 필라테스 강사 맞나?”
운동과 음식, 그리고 삶의 균형
필라테스를 하면서 몸을 가꾸고 건강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건 ‘균형’이다.
운동하는 사람들은 밥을 제대로 먹어야 한다. 잘 먹어야 에너지가 생기고, 그 힘으로 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
회원들이 식사를 거르고 힘이 빠진 상태에서 레슨을 받으러 오면, 나는 늘 이렇게말한다.
“운동하려면 먹어야 해요. 안 먹으면 살도 빠지지만, 힘도 빠져요.”
건강하게, 오래, 균형 잡힌 몸을 만들기 위해선 먹는 것도 중요하다. 단순히 살을 빼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어묵탕을 보온병에 담고, 주먹밥을 예쁘게 싸서 회원들을 기다린다. 그리고 주먹을 쥔다.
어쩌다 보니 필라테스 강사인 나는 밥을 챙겨주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게 나쁘지 않다. 따뜻한 밥 한 끼가 사람을 웃게 만들고, 그 웃음이 나를 또 행복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운동을 가르치고 밥을 나눈다. 그렇게 몸과 마음의 균형을 맞추며, 함께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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