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 사용 설명서

Chapter 16. 버리지 못한 말들, 언젠가는 다 쓴다

by 유혜성

Chapter 16. 버리지 못한 말들, 언젠가는 다 쓴다


완성되지 않은 문장이 아니라, 숙성 중인 문장들에 대한 이야기


창작자란, 버리지 않고 모으는 사람이다. 언젠가 쓸 것을 믿고 말들을 저장하는 사람. 창작자와 함께 일하려면, 그 사람의 ‘숙성 창고’를 이해해야 한다.


1. 묵혀두는 게 죄는 아니야


나는 글을 쓰며 지우지 못한 파일이 유독 많다.

도입부만 적힌 초안, 제목만 있고 본문은 없는 워드 파일, 심지어 냅킨 뒷면에 적은 문장까지.


누가 내 노트북을 보면 이렇게 물을 수도 있다.

“이거 다 못 쓴 글이에요?”

“아니요. 아직 안 쓴 글이에요.”


단어 하나, 문장 하나가 나중에 아이디어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창작자들은 말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아니, 못 버리는 게 아니라 ‘키우는’ 중이다. 그저 숙성의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2. 창작의 숙성 - 묵은지 이론


오래전에 썼던 글을 우연히 열어봤다.

제목은 <겨울의 두 번째 입구>.

내용은 세 문장뿐이었다.


“겨울은 나를 다시 태어나게 했다.

그게 꼭 좋지만은 않았다.

다시 태어나는 건, 때로는 고통이기도 하니까.”


그땐 너무 오글거려서 닫았다.

하지만 1년 뒤, 다시 읽었을 땐 국물 맛이 났다.

깊고 진한 맛.


문장이 달라진 게 아니라, 내가 달라졌다.

그게 바로 ‘글의 숙성’이다.

시간이라는 간장에 담가둔 묵은지 같은 것.


3. 창작은 냉장창고 운영이다


창작은 요리와 닮았다.

당장 써야 할 신선한 재료도 있고,

냉동실에 넣어둔 아이디어도 있다.


지금은 낯설거나 애매한 재료들.

하지만 언젠가, 그 문장이 딱 맞는 순간이 온다.


중요한 건,

고갈됐을 때 그 저장고가 생명줄이 된다는 것.

버리지 못한 말들이 아니라,

버리면 안 되는 말들이다.


창작자의 자문자답 Q&A


Q. 왜 이렇게 못 버리세요?

A. 못 버리는 게 아니라… 키우는 중이에요.


Q. 그럼 언제 써요?

A. 정확히는 몰라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써져요.


Q. 쓸모없는 문장이면 어쩌죠?

A. 그런 문장은 없어요.

비유의 줄기가 되거나, 전혀 다른 이야기의 열매가 되니까요.


Q. 창작이 막힐 땐요?

A. 그냥 저장 폴더 구경합니다.

‘이 문장 미쳤다!’ 싶은 거 하나는 꼭 나와요.


4. 창작은 사라지지 않아, 저장될 뿐


생각은 흘러가고, 감정은 사라진다.

하지만 기록한 말은 남는다.


우리가 버린 줄 알았던 말들,

사실은 우리 마음 깊은 숲 속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는 중이다.


지금 당신의 메모 속 한 문장이,

당신의 첫 책 제목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지우지 마.

보류해.


버리지 못한 말들은, 언젠가 다 쓴다.

그게 바로 창작력이다.


창작자 사용설명서: 숙성의 기술 편


창작자는 모으는 사람이다. 지금은 ‘보류’ 일뿐이다.


1. 미완성은 죄가 아니다

“못 쓴 글”이 아니라 “아직 안 쓴 글”이다.


2. 말은 버리는 게 아니라, 키우는 것이다

임시저장 글, 냅킨 낙서… 다 아이디어의 씨앗.


3. 창작은 냉장창고 운영이다

바로 쓰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숙성 재료’가 진짜 작품을 만든다.


4. 묵은지 이론을 기억하라

오글거리는 문장도 시간이 지나면 진국이 된다. 문장이 아니라, 내가 달라진다.


5. 아이디어가 고갈됐을 땐 폴더 탐험

막히면 저장고를 열어라.

잊고 있던 문장이 툭 튀어나온다.


6. ‘쓸모없음’ 딱지는 금지

그 문장은 다른 작품의 열쇠일 수 있다.


7. 완벽보다 ‘충분히 숙성된’ 순간을 노려라

창작은 기다림의 기술이다.


8. 언제 쓸지는 몰라도, 언젠가는 쓴다

“언제 써요?”

“모르겠어요. 근데 결국 써져요.”

이게 창작자의 정답이다.


9. 폴더 탐험은 루틴이다

창작자에게 폴더 구경은 리서치이자 명상이다.


10. 기록된 말은 언젠가 살아난다

흘러가는 감정은 잊혀도, 적어둔 문장은 언젠가 되살아난다.


11. 창작은 모으기 게임이다

쓸모없어 보여도 모아둬라. 나중에 보물 된다.

축적이 곧 창작력이다.


12. 지우지 말고, 숙성시켜라

지금은 “보류” 상태. 나중에 “대표작” 될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적었던 그 한 줄이,

몇 년 뒤 당신 삶의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


그러니까 오늘도,

버리지 말고 묵혀두자.

창작은, 잊고 있을 만큼 오래된 말들에서 다시 시작된다.


(그리고 저장 폴더 이름은… 제발 좀 정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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