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기구 위에서 다시 서는 사람들
나는 필라테스를 처음 만났을 때, 그게 마치 운명처럼 느껴졌다.
유연하지 않다고 믿었던 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고,
그때마다 필라테스 기구들이 나를 도와주었다.
그들은 단순한 운동 장비가 아니었다.
각자의 개성과 역할을 지닌, 마치 살아 있는 존재 같았다.
그 후 나는 분명히 깨달았다. 이 기구들은 단지 몸을 움직이는 도구가 아니었다.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는, 치유의 장치였다.
에버유에서는 누구든 기구 위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다시 서고, 다시 일어나고, 다시 웃을 수 있다.
조셉 필라테스가 전쟁 중, 부상자들의 재활을 위해 병상에 설치했던 구조물.
그것이 바로 캐딜락의 시작이었다.
캐딜락은 마치 따뜻한 품을 지닌 부모 같다.
부드럽지만 단단하게 몸을 감싸주고, 불안한 마음을 다독인다.
“선생님, 오늘 너무 지쳤어요…”
퇴근 후 힘없이 들어온 회원이 캐딜락 위에 누워 깊게 숨을 내쉬었다.
나는 조용히 말했다.
“괜찮아요. 오늘은 캐딜락에 몸을 맡기고, 그냥 편안하게 호흡만 해봐요.”
천천히 그녀의 어깨가 풀리고,
굳어 있던 마음도 이완되었다.
그녀는 마치 포근한 이불속에서 하루를 정리하는 아이 같았다.
체어는 작지만, 그 안에 담긴 힘은 놀랍다.
단순한 의자처럼 보이지만, 그 위에 올라가는 순간,
누구든 삶의 중심을 다시 배워야 한다.
“이게 제일 힘들어요!”
체어 위에서 런지를 하던 회원이 투덜댔다. 몸이 흔들려 중심을 잃었지만, 끝까지 버틴 그녀에게 나는 말했다.
“중요한 건 다시 중심을 찾는 거예요.
인생도 그렇잖아요. 흔들릴 수 있어요.
하지만 무너지지 않는 건, 다시 중심을 찾기 때문이죠.”
그녀는 다시 자세를 잡았고,
비틀리던 다리는 점점 단단해졌으며,
마음속 중심도 함께 세워졌다.
체어는 그렇게 작지만 강하게,
누군가의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배럴은 곡선이다.
그리고 인생도 그렇다. 곧게만 가는 삶은 없다.
우리는 자주 꺾이고, 휘어진다.
배럴 위에서 회원들은 굳어진 몸을 풀고,
마음의 굴곡도 함께 이완시킨다.
“기분이 이상하게 좋아져요.
몸이 예뻐지는 느낌이랄까?”
스트레칭을 하며 말한 회원의 눈이 반짝였다.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몸이 예뻐지면 마음도 따라 변해요.
그게 배럴의 마법이에요.”
리포머는 가장 유연한 기구다.
앉아서도, 누워서도, 점프하면서도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리포머를 ‘변신하는 기구’라고 부른다.
회원들이 리포머 위에서 점프할 때마다 나는 말한다.
“하늘로 날아오르듯,
우리 인생도 한 단계 더 뛰어넘어봐요!”
리포머의 탄력을 통해 몸이 떠오를 때,
회원들은 단지 공중에 있는 것이 아니다.
삶의 무게를 잠시 벗어난 듯한 가벼움.
그 속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
어느 날, 한 회원이 목발을 짚고 찾아왔다.
발목은 붕대로 감겨 있었고, 걸음은 불편했지만,
그의 눈빛은 단단했다.
“오늘도 운동할 수 있죠?”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요. 다리는 쉬어도, 우리는 다른 곳을 단련할 수 있어요.”
에버유에는 그렇게 다쳐도 멈추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손목에 깁스를 한 채 코어 운동을 하고,
발목을 다친 채로 상체 근육을 단련하며 회복을 기다리는 사람들.
그들은 안다.
운동은 단지 움직임이 아니라, 회복이라는 걸.
운동 중 흘리는 땀은, 때로는 눈물과 섞인다.
다친 몸을 치유하면서, 마음의 상처도 조금씩 아문다.
“내가 다시 움직일 수 있구나.”
“나는 아직 할 수 있구나.”
그 감각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위로다.
그러다 드디어, 목발을 짚고 오던 회원이
두 발로 리포머에 올라섰다.
“선생님, 저 오늘 처음으로 다리 힘으로 버텼어요!”
그 순간 나는 확신했다.
우리는 단지 근육을 키우는 것이 아니다.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있다.
사람들은 ‘운동하러 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들은 자신을 회복하러 이곳에 온다는 걸.
나는 그 회복의 순간들을,
기구 위에서 수없이 목격해 왔다.
기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사람을 안다.
몸이 무거운 날, 마음이 지친 날, 눈빛이 흐려진 날,
기구는 묵묵히 그 몸을 받아준다.
그리고 어느새, 사람은 기구 위에서 다시 서게 된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삶이라는 거대한 리포머 위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균형을 잃을 수도 있고, 넘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다시 일어나는 힘이다.
나는 그 순간들을 매일같이 마주한다.
그리고 조용히 속으로 되뇐다.
“이 기구 위에서,
또 한 사람이 다시 일어났다.
오늘도, 삶은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1. 기구는 단순한 운동 장비가 아니라, 회복의 공간이다.
2. 넘어져도 괜찮다. 중요한 건 다시 중심을 찾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3. 몸의 곡선을 회복하면, 마음의 굴곡도 자연스럽게 풀린다.
4. 작은 시도, 짧은 호흡 하나가 삶을 다시 일으킬 수 있다.
5. 기구 위에서 우리는 ‘다시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되찾는다.
To. 독자님들께
<필라테스 힐러>를 응원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이번엔 매 챕터마다 담아낸 테마송도 함께 준비했어요. 이 뜨거운 여름날, 시원한 음악 들으며 잠시 쉬어가세요. 여러분의 힐링 공간이자 작은 휴식처가 되길 바랍니다.
From. 필라테스 힐러 유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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