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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일과 창작의 추진력-좋아함은 시작의 연료

by 유혜성

7장 일과 창작의 추진력 - 좋아함은 시작의 연료


우리는 자주 이렇게 말한다.

“하기 싫은 일도 해야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오래가는 일은 대부분 그렇게 시작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일은 ‘의무’로 시작되지만,

오래 남는 일은 언제나 ‘좋아함’으로 시작된다.


“좋아서 하게 된 일.”

이 마음보다 강한 추진력은 세상에 없다.


좋아함은 ‘해야 한다’는 의무보다 오래가고,

‘열심히 해야지’라는 노력보다 멀리 간다.

왜일까.


의무는 몸을 움직이지만

좋아함은 마음을 움직인다.

억지로 하는 일은 버티는 힘으로 가지만,

좋아해서 하는 일은 스스로 달리고 싶은 힘으로 간다.


근육은 반복하면 피로해지지만,

좋아함은 반복할수록 익숙해지고 단단해진다.

몸은 쉬어야 회복되지만,

마음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오히려 에너지를 얻는다.


일은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오래가는 일은 좋아하는 마음이 붙잡고 선다.

의무가 불을 붙인다면,

좋아함은 그 불을 지켜낸다.


의무의 불은 잠시 번쩍이며 타오르지만,

좋아함의 불은 천천히, 그러나 오래 타오른다.

그건 커다란 불꽃이 아니라,

매일의 삶을 은근히 데워주는 생활의 불이다.


새벽의 커피 향,

누군가의 “잘했어요”라는 한마디,

그리고 오늘도 다시 시도해보려는 마음.

그 작은 온기들이 모여 우리의 불이 된다.


눈부시진 않아도, 쉽게 꺼지지 않는 불.

좋아함은 그렇게, 조용히 우리의 하루를 밝힌다.

시작의 순간


새벽, 불이 켜진 작업실마다 각자의 호흡이 있다.

누군가는 논문을 쓰고,

누군가는 캔버스를 펼치며 붓을 든다.

누군가는 조용히 문장을 고치고,

나 역시 커피 향이 번지는 어둠 속에서

오늘의 첫 문장을 꺼낸다.


그들을 움직이는 건 특별한 재능이나 거대한 열정이 아니다.

그저 좋아하는 마음 하나,

그게 사람을 앉히고, 다시 쓰게 만든다.


불꽃은 누구나 한 번쯤 켤 수 있다.

하지만 끝까지 타오르게 하는 건 마음의 연료다.

좋아함이 바로 그 연료다.

크게 타오르지 않아도 괜찮다.

그 불이 조용히 오래가면,

그것으로 하루는 충분히 따뜻해진다.


안에서 솟는 힘, 내적 동기


사람을 오래 움직이게 하는 건 외부의 보상이 아니라,

‘이 일 자체가 좋아서’ 하는 내 마음의 동기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내적 동기라고 부른다 ¹.


점수나 돈, 칭찬은 순간의 에너지를 준다.

하지만 그 힘은 금세 사라진다.

반면 “이 일이 그냥 좋다”는 마음은

시간이 지나도 천천히, 꾸준히 사람을 움직인다.


예를 들어보자.

한 학생은 “칭찬받으려고” 그림을 그리고,

다른 학생은 “그리는 게 즐거워서” 그림을 그린다.

둘 다 열심히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두 번째 아이의 손이 더 오래 움직인다.

그게 내적 동기의 차이다.


내적 동기를 키우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1. 자율성: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선택해서 하는 일.”

2. 유능감: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감각.

3. 의미감: “이게 나에게 왜 중요한가”를 아는 마음.


이 세 가지가 함께 켜질 때,

우리는 해야 하는 일을 억지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일 속에서 시간이 저절로 흘러간다.

시계를 보지 않아도 손이 움직이고,

끝났을 때는 오히려 상쾌해진다.


그게 내적 동기의 순간이다.

노력하지 않아도 몰입으로 이어지는 힘 ².


사례 1 - 글을 쓰는 이유


나는 매일 쓴다.

누군가는 묻는다. “그렇게 매일 쓰면 힘들지 않아요?”

물론 힘들다. 그런데 이상하게 지치지는 않는다.


나는 결과보다 과정의 감각을 좋아한다.

한 문장을 고치고, 생각의 흐름을 다듬는 일.

그 순간에는 피로보다 집중의 온기가 느껴진다.


좋아함은 끝을 내지 않아도 계속할 수 있는 힘이다.

결과를 바라보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 ‘쓰는 일’ 그 자체가 즐겁다면

그건 이미 충분한 이유다.


하루의 글이 쌓이고,

그 축적이 작품이 된다면,

그건 성실함으로 만든 결과가 아니라

‘좋아함’이 만든 결과다.


‘좋아서 하게 된 일.’

그 마음이야말로

이 책이 말하고 싶은 단 하나의 연료다.


좋아함이 만든 세계들


빈센트 반 고흐

지금은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화가로 불리지만,

그가 살아 있을 땐 그 사랑을 단 한 번도 확인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매일 붓을 들었다.


극심한 가난과 병 속에서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에게 그림은 생계를 위한 일이 아니라,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행위였다.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보다 더 예술적인 일은 없다고 점점 더 느낀다.”³

그의 좋아함은 세상을 이기지 못했다.

그러나 그 불완전한 마음이,

오히려 세상을 다시 일으켰다.


고흐의 그림은 완벽한 기술의 결과가 아니다.

끝내 멈추지 않은 마음의 기록이며,

좋아함이 만들어낸 인류의 가장 뜨거운 유산이다.

그의 불완전한 붓질 하나하나가 지금도

사람들의 마음을 조용히 데운다.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글쓰기는 달리기와 닮아 있다.

그는 매일 새벽 달리고, 매일 쓴다.

몸이 리듬을 만들면 문장이 숨을 쉬고,

문장이 숨을 쉬면 다시 몸이 움직인다⁴.


그는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말했다.

“오래 쓰려면, 몸의 리듬을 지키는 생활이 필요하다.”

그에게 좋아함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자신을 지탱하는 일상의 의식이었다.


하루키는 완벽한 문장을 쓰기보다

매일 쓰는 문장을 택했다.

그 꾸준한 리듬이 그의 세계를 만들었고,

좋아함이 그를 가장 오래가는 작가로 남겼다.


스티븐 킹(Stephen King)

스릴러의 제왕이라 불리는 스티븐 킹 역시

‘매일 쓰기’의 철저한 신봉자다.

그는 하루 2천 단어를 목표로 정해놓고,

휴가 중에도 단 하루도 빠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에게 글쓰기는 ‘영감’이 아니라 ‘근육의 일’이다.


<유혹하는 글쓰기(On Writing)>에서 그는 말했다.

“글쓰기는 재능보다 습관의 문제다.”

좋아함이 없다면 그런 습관은 불가능하다.

그는 두려움, 중독, 사고를 넘어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글을 썼다.

그의 세계는 천재성이 아니라

좋아함이 만든 꾸준함의 기록이다⁵.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정치철학자이자 사상가였던 그녀는

인간을 ‘말하고 행동하는 존재’로 정의했다⁶.

인간은 생각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말과 행동으로 세상 속에서 자신을 드러낼 때

비로소 ‘인간다움’이 생긴다고 믿었다.


아렌트에게 행동은 단순한 실천이 아니다.

그건 내면의 생각을 세상으로 옮기는 용기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한다는 것은

세상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가장 작은 ‘행위’의 형태다.


고흐가 붓으로,

하루키가 문장으로,

킹이 키보드로,

아렌트가 사유로 보여준 것.

그건 모두 좋아함이 만들어낸 인간다움의 증거였다.


좋아함은 예술가의 색이 되고, 작가의 리듬이 되며,

사유하는 인간의 목소리가 된다.

불씨가 꺼지지 않는 한, 우리는 계속 창작할 수 있다.


사례 2 - 수업의 열


필라테스 수업을 하다 보면 가끔 ‘완벽한 순간’이 온다.

회원들의 호흡이 한 박자로 맞고,

공간의 리듬이 일정하게 흐를 때,

나는 ‘강사’라기보다 그 순간을 좋아하는 사람이 된다.


평가도 보상도 없다.

그저 공간이 숨 쉬고,

사람들의 몸이 하나의 파동처럼 움직인다.

그럴 때마다 나는 깨닫는다.

일의 행복은 결과가 아니라 순간의 온도에 있다.


오래가는 사람들의 비밀


오래가는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좋아함’을 습관으로 만든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 스스로에게 물었다.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 하려는 일을 할 것인가?”⁷

그 질문에 ‘아니요’가 반복되면 그는 방향을 바꿨다.

그의 기준은 성공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로 하루를 채우는 가였다.


요리사 줄리아 차일드(Julia Child)는

“요리는 곧 실험이며, 실패는 언제나 재미있다”라고 말했다⁸.

그녀는 맛보는 과정을 사랑했고,

그 즐거움이 프랑스 요리를 미국 가정식으로 바꾸었다.


천재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Glenn Gould)는

무대보다 연습실을 더 사랑했다⁹.

그에게 음악은 ‘공연’이 아니라 ‘탐구’였다.

좋아함이 깊어질수록 그는 더 조용히, 더 오래 연주했다.


철학자 시몬 베유(Simone Weil)는

“사랑이 아니라 주의(Attention)가 인간을 구한다”라고 썼다 ¹⁰.

그녀에게 좋아함은 타인을 향한 집중의 형태였다.

몰두가 곧 사유였다.


이들 모두는 알고 있었다.

좋아함은 불꽃처럼 타오르는 열정이 아니라,

루틴으로 다져진 온기라는 사실을.

작은 반복 속에서 자신을 소모하지 않고,

다시 채워 넣는 힘.

그게 오래가는 사람들의 비밀이다.


좋아하도록 만드는 기술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 수는 없다.

하지만 해야 하는 일을 좋아하도록 바꾸는 기술은 배울 수 있다.

좋아함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길러지는 감정이니까.

이건 내가 실제로 써보며 효과를 본 방법들이다.

필라테스 수업이든 글쓰기든,

이 기술들을 적용하면 하기 싫던 일도

어느새 ‘내 일’이 되어 있었다.


1. 이름을 바꿔보자


단어가 감정을 바꾼다.

“보고서 = 귀찮음” 대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라 불러보자.

내가 운동 전 ‘준비운동’ 대신 ‘시작 루틴’이라 부르기 시작했을 때,

몸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준비됐다.

이름은 우리의 뇌를 속이는 가장 쉬운 주문이다.


2. 3분만 시작하기


의욕이 없을 땐, “일단 3분만.”

신기하게도 시작이 되면 뇌는 끝내고 싶어 하는 본능을 작동시킨다.

글쓰기든 청소든 스트레칭이든,

3분의 문턱만 넘으면 나머지는 저절로 굴러간다.


3. 적당히 어려운 구간 찾기


너무 쉬우면 지루하고, 너무 어렵면 도망친다.

내가 회원들에게도 자주 말한다.

“70%쯤 어려운 동작이 제일 몰입돼요.”

우리 뇌는 적당히 도전적인 순간에 가장 집중한다.

이 구간이 ‘좋아함의 온도’다.


4. 작은 의식 만들기


같은 시간, 같은 음악, 같은 자리.

반복은 뇌에 “이제 시작이야”라는 신호를 보낸다.

나는 매일 새벽 커피 향이 피어오를 때 글을 쓴다.

그 향이 나에게는 ‘좋아함의 신호등’이다.


5. 공간을 정리하기


책상 위가 복잡하면 생각도 복잡해진다.

필요한 도구를 미리 꺼내두고,

핸드폰 알림을 꺼두면 의지가 필요 없어도 집중이 따라온다.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건 이미 절반이 시작된 것이다.


6. 한 사람을 떠올리기


“이 일을 통해 누군가의 하루가 조금 편해질까?”

그 생각 하나가 일에 온기를 더한다.

나는 글을 쓸 때 늘 특정한 한 사람을 떠올린다.

그 마음이 생기면, 힘든 일도 ‘좋아하는 일’로 바뀐다.


7. 한 칸 기록하기


하루의 완벽보다 한 칸의 진전이 낫다.

어제보다 한 줄, 한 발짝.

그 작은 성취가 내일을 부른다.

‘기록’은 나의 노력을 눈에 보이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응원이다.


8. 보상을 섞기


외적인 보상(끝나고 커피 한 잔)은 시동,

내적인 보상(‘나 좀 성장했네’)은 항해다.

작은 보상은 뇌의 보상회로를 깨워 즐거움을 학습하게 만든다.

“수고했어” 한마디를 스스로에게 건네는 것도 훌륭한 보상이다.


9. 좋아함 예산 20%


하루 중 최소 20%는 ‘순수 좋아함’에 써라.

그 시간이 나머지 80%의 일에도 에너지를 공급한다.

좋아하는 일을 할 때의 감정은 다른 일들로 전이된다.

좋아함은 번지는 감정이니까.


좋아하는 일은 우리를 움직이고,

‘좋아하도록 만드는 일’은 우리를 단단하게 만든다.

그 둘이 만나면, 일은 더 이상 의무가 아니라

삶의 리듬이 된다.


오늘의 연료 점검


오늘 당신의 하루에서

‘좋아서 한 시간’은 몇 분이었나요?


아래 세 가지 중 하나를 바로 해보세요.


1. 해야 해서 하는 일 하나를 ‘좋아서’로 바꾸기.

2. 좋아하는 일 10분 더 하기.

3. 싫은 일 속에 좋아함 한 조각 섞기.


좋아함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연습되는 감정이다.

조금씩, 꾸준히, 진심으로.

그게 당신의 하루를 앞으로 밀어주는 연료다.


라이크 노트 - 혜성쌤의 감정수업


좋아함은 삶의 추진력이다.

성과보다 확실하고, 보상보다 오래간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쉽게 닳지 않는다.

그들은 일과 삶을 구분하기보다

모든 순간을 ‘살아 있음의 시간’으로 바꾼다.


좋아함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리듬과 생명력이 흐른다.


좋아함은 불꽃이 아니다.

한 번 붙으면 오래가는 불씨다.

타오르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는다.


사랑이 타인의 얼굴을 비춘다면,

좋아함은 내 삶과 세계를 밝히는 빛이다.


오늘도 스스로에게 묻자.

“지금 내 일을, 나는 얼마나 좋아하고 있는가?”

그 대답이 바로

당신을 내일로 데려갈 하루의 연료가 될 것이다.



참고 문헌

1. 리처드 M. 라이언 · 에드워드 L. 데시, 『자기 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 학지사, 2020.

2.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몰입: 미치도록 행복한 나를 만난다』, 해냄, 2011.

3. 빈센트 반 고흐, 『고흐, 영혼의 편지』(이예승 옮김), 예경, 2005.

4.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양억관 옮김), 문학사상, 2008.

5.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On Writing)』(김진준 옮김), 김영사, 2011.

6. 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이진우 옮김), 한길사, 2018.

7. 월터 아이작슨, 『스티브 잡스』(안진환 옮김), 민음사, 2011.

8. 줄리아 차일드, 『나의 프랑스 요리 인생(My Life in France)』(박산호 옮김), 모던타임스, 2013.

9. 케빈 배저, 『글렌 굴드, 천재의 초상(Gould’s Shadow)』(정윤수 옮김), 시공사, 2002.

10. 시몬 베유, 『중력과 은총(La Pesanteur et la grâce)』(윤영돈 옮김), 한길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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