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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테스 강사의 맛있는 인생 수업

밥 한 끼의 철학:수제버거, 패스트푸드와 슬로 푸드의 경계

by 유혜성

패스트푸드와 슬로푸드 사이, 수제버거의 맛있는 경계


햄버거를 좋아하시나요?


햄버거를 좋아해서 먹은 건 아니다. 시간이 없어서, 급하게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동네에 있는 패스트푸드점들은 다 가봤다. 버거킹, 맥도널드, 롯데리아, 노브랜드버거…익숙한 메뉴를 빠르게 주문하고, 정신없이 먹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패턴이었다.

일산 라페스타에 있는 수제버거집 ’회기버거’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말했다.


“우리 수제버거 먹으러 갈래?”


그때까지 나는 수제버거에 대해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패스트푸드나 수제버거나 다 똑같지 않나?’ 싶었다. 하지만 친구의 말에 이끌려 처음으로 ‘수제버거’라는 세계에 발을 들였다.


그 친구는 기자였다. 어느 날 우리가 다 알만한 유명 대기업 대표를 인터뷰하고 난 후, 대표가 식사를 하자며 데려간 곳이 햄버거 가게였다고 한다.


대기업 대표가 햄버거를 먹는다고?”


내가 의아해하자 친구는 웃으며 말했다.

“미국 유학 시절에 햄버거를 자주 드셨대. 좋아하는 음식이라던데? “


그러고 보니 당연한 일이었다. 누구나 햄버거를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단순한 패스트푸드 햄버거가 아닌, 직접 빵을 굽고 패티를 만드는 ‘수제버거’였다.


“근데 그 가게, 버거킹이랑 다를 게 없더라.” 친구가 덧붙였다.

“그런데도 뭔가 다르긴 했어. 패티가 두툼하고 신선한 느낌이었거든.”


그 말을 듣고 나니 궁금해졌다. 수제버거가 뭐가 다르길래 사람들이 열광하는 걸까?

‘밤가시 버거‘에서 깨달은 것


느림과 속도의 경계에서, 밤가시 버거


“야, 우리 밤가시 버거는 한번 가봐야 하지 않겠어?”

친구가 한껏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궁금했다. 동네에서 그렇게 유명하다는데, 블루리본 서베이에도 선정된 맛집이라는데, 웨이팅이 그렇게 길다는데. 햄버거 하나 먹으러 줄을 서야 하나 싶으면서도,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 그러겠지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블루리본 서베이? 궁금해서 찾아보니, 한국의 미식 가이드였다. 미슐랭 가이드처럼 특정 음식점의 맛과 퀄리티를 인정해 주는 시스템이었다.


풍산역을 지나 밤리단길 안쪽으로 들어가면 조그마한 가게가 보인다. 간판은 수수한데 내부는 꽤나 아메리칸 스타일. 나무 테이블과 따뜻한 조명이 분위기를 살리고, 팝송이 기분 좋게 흐른다. 패스트푸드점의 빠른 리듬과 같았지만, 햄버거를 먹는 사람들에게서 왠지 모를 여유로운 감성이 느껴졌다.

밤거시 오리지널 버거와 치즈버거

햄버거 빵을 직접 반죽한다고?”


주방 안쪽에서 번을 반죽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친구가 놀란 듯 속삭였다. 이 집의 햄버거 번은 우리 밀과 유기농 밀가루로 직접 반죽해서 만든다. 주문이 들어가면 갓 구운 빵이 패티와 신선한 야채, 치즈와 함께 어우러진다. 단순한 조합 같지만, 이게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패티에서 육즙이 흘러나오고, 번은 쫄깃하고 고소하며, 신선한 야채가 그 느끼함을 잡아준다. 수제버거의 묘미는 결국 이 완벽한 밸런스에 있지 않을까.

밤가시 버거의 햄버거 번은 우리 밀과 유기농 밀가루로 직접 반죽해서 만든다.

우리는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버거를 조심스럽게 잘라 한 입씩 맛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가끔은 이런 여유가 필요하다고, 바쁜 하루 속에서도 잠시 멈춰 서서 좋은 음식과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에 대해. 그렇게 우리는 버거를 한 조각씩 나눠 먹으며, 그 순간을 오롯이 즐겼다.


밤가시 버거에서의 한 끼는 단순히 맛있는 수제버거를 먹는 시간이 아니었다. 그것은 일상의 쉼표였고, 미각과 감각을 깨우는 작은 여행이었다. 패스트푸드처럼 보이지만 슬로푸드의 가치를 품고 있는 이곳에서, 우리는 잠시 동안이라도 삶의 속도를 늦추고 온전히 현재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한 입 베어 문 친구가 감탄하며 말했다.

“와… 이거 진짜 제대로다.”

나도 한 입. 빵이 부드러우면서도 씹는 맛이 있고, 패티의 풍미가 입 안 가득 퍼진다. 감자튀김 대신 고구마튀김을 선택했는데, 바삭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햄버거와 의외로 잘 어울렸다.


햄버거라는 게 원래 패스트푸드의 상징 같은 음식인데, 이곳에서 먹는 햄버거는 오히려 슬로푸드에 가까웠다. 직접 만든 번, 신선한 재료, 정성스레 조리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시간이 깃든 음식이었다. 패스트푸드와 슬로푸드의 경계에서, 밤가시 버거는 느림의 미학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며 친구가 말했다.


“이 정도면 웨이팅을 해도 아깝지 않다.”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음식은 결국 기다릴 가치가 있는 법이니까.

햄버거의 유래


햄버거는 원래 독일 함부르크에서 유래했다. 19세기말, 미국으로 이주한 독일인들이 함부르크식 스테이크를 빵 사이에 넣어 먹기 시작했고, 그것이 현대적인 햄버거의 시초가 되었다. 이후 패스트푸드 문화가 발달하며 햄버거는 전 세계적으로 대중화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햄버거도 다시 ‘슬로푸드’의 개념으로 돌아가고 있다. 패스트푸드와 차별화된 수제버거가 인기를 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햄버거도 다시 ‘슬로푸드’의 개념으로 돌아가고 있다.

‘회기버거’에서 만난 또 다른 맛


‘밤가시 버거‘에서 경험이 인상적이었기에, 그 이후로 나는 수제버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스튜디오 근처에서 ‘회기버거’라는 곳을 발견했다. 회기점에서 시작해 프랜차이즈로 확장된 곳이었다.


이곳에서 우리는 치즈버거와 와사비 새우버거를 주문했다.


와사비 새우버거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한 입 베어 물자, 바삭한 새우 패티가 입안에서 터졌다. 와사비 소스가 알싸하게 퍼지면서 새우의 감칠맛을 더욱 돋워주었다.

‘회기 버거’의 치즈버거와 와사비 새우버거

슬로푸드와 패스트푸드의 아슬아슬한 경계, 수제버거


햄버거를 한입 베어 물면서 생각했다.

패스트푸드와 슬로푸드의 차이는 재료뿐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패스트푸드는 단순히 빠르게 조리된 음식이 아니라, 우리가 빨리 먹도록 환경이 조성된 음식이다. 익숙한 메뉴, 단순한 주문 방식, 빠른 서빙, 짧은 식사 시간…. 이 모든 것이 우리가 ‘빨리 먹고 가야 한다’는 암묵적인 신호를 준다.


반면, 수제버거는 다르다.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에서, 접시에 담겨 나오고, 나이프와 포크가 제공된다. 천천히 음미하며 먹도록 유도하는 환경이 조성된다. 같은 햄버거라도, 우리가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패스트푸드점에서도 우리는 슬로푸드처럼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햄버거를 손에 들고 천천히 씹고, 그 맛을 음미하고, 여유를 즐긴다면 말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음식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대하는 태도 아닐까?

몸을 움직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숨을 쉬고, 내 몸의 감각을 느끼고,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슬로푸드 같은 삶


수제버거를 먹으며 깨달았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패스트푸드처럼 바쁘게 흘러가는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하는 일들 속에서 우리는 종종 숨 가쁘게 살아간다. 하지만 가끔은 수제버거처럼, 천천히 음미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필라테스 수업에서도 회원들에게 늘 이야기한다.

몸을 움직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숨을 쉬고, 내 몸의 감각을 느끼고,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삶도 마찬가지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가끔은 한 템포 늦춰보자. 패스트푸드점에서도 천천히 음미하며 먹을 수 있듯이, 우리의 삶도 조금은 여유롭게, 한 입 한 입 음미하며 살아가 보자.


그것이야말로 ‘슬로푸드 같은 삶’이 아닐까?


때로는 패스트푸드처럼 빠르게, 때로는 수제버거처럼 천천히.

속도를 조절하며, 나에게 맞는 리듬으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내가 햄버거를 통해 배운, 인생의 작은 깨달음이다.

급하게 삼키는 인생이 아니라, 한입 한입을 음미하며 살아가는 삶이 진짜 풍요롭다.

필라테스 강사의 맛있는 인생 수업

1. 속도의 균형을 찾자

인생은 패스트푸드처럼 빠르게 흘러가기도 하고, 수제버거처럼 천천히 음미해야 할 순간도 있다. 언제 속도를 내고, 언제 멈춰야 할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2. 한입 한입,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

급하게 삼키는 인생이 아니라, 한입 한입을 음미하며 살아가는 삶이 진짜 풍요롭다. 필라테스가 몸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느끼게 하듯, 삶도 그렇게 천천히 즐겨보자.

3. 완벽한 속도는 없다, 나에게 맞는 리듬이 있을 뿐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내 속도로 걸어가자. 가끔은 빠르게, 가끔은 천천히. 내 삶의 템포를 조절하며 나만의 리듬을 만들어가자.

4. 작은 여유가 큰 행복을 만든다

수제버거를 즐기는 여유처럼, 내 삶에도 작은 쉼표를 만들어보자. 하루 10분의 명상, 한 잔의 차나 필라테스 한 동작으로 시작해도 좋다.

5. 맛있게, 즐겁게, 나답게!

음식도 인생도, 내 취향대로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속도에 휘둘리지 말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맛있고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자.


결국, 삶도 요리처럼 내가 어떻게 조리하고, 어떤 방식으로 즐기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패스트푸드 같은 날도, 수제버거 같은 날도. 어떤 순간이든 나만의 리듬으로 맛있게 살아보자.

어떤 순간이든 나만의 리듬으로 맛있게 살아보자.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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