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에 감사하고 하고 싶은 일에 기뻐하라!

'그만둘까?'를 고민하던 49살 재취업 학원 강사 마음 다잡기

by 유쾌한 주용씨

정말 오랜만에 꿀처럼 달콤한 휴일 아침이다. 어제는 오늘 중간고사 국어 시험을 보는 여고생들 수업까지 추가되어 3시부터 11시까지 8시간을 정말 쉬지 않고 떠들었다. 오늘 하루 쉴 수 있다는 희망이 없었다면 그렇게 힘을 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입안이 다 헐었다. 아랫입술 안쪽에는 하얀 구멍이 생겼다. 양치질 할 때마다 괴롭다. 혀는 양쪽으로 오톨도톨 무언가 걸리적거린다. 혀의 크기가 1.5배는 커진 듯 혀가 입안에서 움직일 때마다 어금니에 걸리고 자꾸 씹힌다. 목안쪽은 부어 올랐는지 침을 삼키고 음식을 넘길 때마다 통증으로 미간을 찌푸리게 된다. 입안이 총체적 난국이다.


마흔아홉에 3년 남짓의 경력 단절 기간을 극복하고 단번에 재취업이 되었다는 사실에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었다. 학원 원장이 아닌 강사로서만 학생들 앞에 서서 신나게 수업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마냥 설렜었다. 그런데 20년을 해 온 학원 수업이 이렇게 몸을 힘들게 할지 몰랐다. 남편 말처럼 이젠 나도 예전 나이와 체력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과중한 수업으로 몸은 힘들고 안 들어도 될 말들을 듣는 일이 마음을 흔들어 놓았지만 난 학원일을 당분간 지속하기로 했다.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지만 여전히 나는 강의하는 일이 좋다. 나를 따르는 학생들이 눈에 밟히기도 하고 기말고사까지 무사히 치르고 2020년을 잘 마무리하면 무언가 새로운 기회가 올 것 같은 예감도 든다.


잠시 "그만둘까?"를 고민했지만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고 백기를 드는 기분이 들어 자존심도 상했다. 힘들어도 슬기롭게 잘 헤쳐나가는 모습을 내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도 싶다. 그리고 나는 이 황금 같은 휴일에 간절히 하고 싶은 일도 있고 여전히 꿈을 향해 가는 길에 서 있다. 무엇보다 블로그 이웃님들의 진심어린 응원에 큰힘을 얻고 브런치 작가로서 성실하게 글을 써야 한다는 책임감이 나를 자극한다.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에 기뻐하기로 했다.


오늘은 입 꾹 다물고 말은 최소화하면서 부지런히 손가락을 움직여 하루종일 글쓰기에 집중할 계획이다.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 마감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수상을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몰입의 즐거움과 도전의 짜릿함을 느껴보고 싶다. 해야 할 일을 끝냈으니 이제 하고 싶을 일을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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