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살 재취업 도전과 성공... 그리고 일

돈 버는 즐거움, 나의 꿈은 아직 진행중

by 유쾌한 주용씨

49살에 이력서를 쓴다. 날 알아봐주는 사람이 있을까?


이력서를 쓰기로 했다. 통장에 바닥이 보이면서 경제적 요구가 가장 큰 이유이기는 하지만 3년 정도 일을 쉬고 나니 반갑게도 일에 대한 열정이 다시 생겼다. 23년 동안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니 다시 일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곳도 학원이다. 49살에 쓰는 이력서가 쑥스럽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설레기도 한다. 50이 다 되어가는 나를 강사로 채용해 줄 학원이 있을까 걱정이 앞서지만 나의 진정성과 가치를 알아봐 줄, 좋은 인연을 만날지 모른다는 기대도 있다.


3년 이상 경단녀로 살았다. 하지만 그동안 나의 체력과 정신력은 더 강해졌다. 재충전이 된 기분이다. 매일 아침 산책과 요가로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 힘쓰고 있고, 매일 독서와 글쓰기로 정신적 성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궁금하다. 나이는 좀 많지만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더욱 진심어린 애정으로 대할 거라는 걸 믿어주는 곳이 있을지, 젊은 사람 못지않은 열정과 매일 똑같은 일을 꾸준히 해내는 나의 성실성을 알아봐주는 사람이 있을지...


나의 진정성과 가치를 알아봐주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최선을 다해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돈에 대한 과욕 없이 내가 가진 능력을 마음껏 펼치면서 학생들에게 유쾌하고 에너지 넘치는 강사로서의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걱정과 기대, 설렘으로 오늘 나는 이력서를 쓴다.




49세 경단녀 재취업 성공! 3년 4개월 쉬고 드디어 오늘 첫 출근!


지난 달 7월 23일, '49살에 이력서를 쓴다'는 제목으로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이력서와 자기 소개서를 쓰기 시작했다. 10년 넘게 학원 강사였고, 그후 10여 년을 학원 원장으로 일했고, 3년 넘는 시간을 전업 주부로 지내온 나는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결국 학원 강사로 재취업을 하기로 결심했었다.


3년 동안 많은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내 책을 쓰고 작가이자 강연자로 제 2의 인생을 시작해보고 싶은 꿈이 생겼었다. 하지만 바닥이 드러난 통장과 두 아들의 사교육비, 남편의 축 처진 어깨를 외면하고 내 꿈만을 좇기엔 난 좀 덜 뻔뻔했고 좀 더 현실적이었다.


이력서와 자기 소개서의 초고를 써 놓고 강사 채용 사이트에 들어가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지역으로 일할 만한 학원을 찾았다. 몇 군데 있기는 했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나이가 많다는 핸디캡 때문만은 아니었다. 한 번 학원 강사로 발을 들여놓게 되면 내 꿈과는 영영 멀어지게 될 것만 같았다.


몇 주를 고민하다가 우선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써 두었던 이력서와 자기 소개서를 고치고 완성본을 만들었다. 금요일 우리 집 책장 앞에서 셀카를 찍어 이력서에 첨부하고 이틀 전 토요일 드디어 세 군데 학원에 나의 이력서와 자기 소개서를 보내고 연락을 기다렸다.


주말이니 다음 주나 되어야 한 곳에서라도 연락이 오려나 했는데 세상에, 내가 이메일로 지원하고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세 학원 중 한 곳에서 당장 면접을 보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토요일과 일요일, 단 이틀만에 49세 경단녀의 재취업은 성공했다. 학원의 급한 요구로 3년 4개월 만에 나는 오늘 첫 출근을 한다.




49살 경단녀 학원 전임 강사 재취업 과정!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마흔아홉 살의 나이로 경력 단절 기간 3년 4개월 만에 재취업에 성공했다. 나의 재취업 소식에 많은 블로그 이웃분들이 축하해주셔서 그 기쁨이 열 배는 더 커진 듯하다. 지난 주 월요일에 첫 출근해서 무사히 3일 근무를 마치고 4일 여름 휴가 후 오늘부터 주 5일 본격적인 전임 강사 업무가 시작된다.


내가 일하는 곳은 초중고 종합 학원이다.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작년에 15년 된 내 차를 폐차했기 때문에 직장이 집에서 걸어서 갈 정도로 가깝다는 것은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너무 큰 이점이다. 게다가 이력서를 보내고 30분도 채 되지 않아 면접을 보자고 가장 먼저 연락이 왔고 원래는 파트 강사로 지원했으나 학원측에서 전임 강사를 제안했다.


주말 이틀 동안 면접과 근무 확정이 빠르게 이뤄지고 바로 월요일부터 출근하기로 결정했다. 몇 달 후면 50이 되는 경단녀를 적극적으로 채용하겠다는 곳이 있어서 너무 반갑고 고마웠다. 이력서를 보낸 다른 두 곳이 있었지만 그곳은 우리 동네 옆 신도시에 위치해 있고 국어 전문 학원이라 진입 장벽이 높을 거라 예상했다.


초중고 학생들을 전부 가르쳐야 하고 주 5일이나 출근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가까운 거리라는 이점과 전임 급여가 주는 경제적 안정감을 이유로 결정했다. 나를 간절히 원하는 학원측 태도에 힘을 얻어 학원이 제시하는 급여보다 20% 가까이 상향 조정을 제안했고 바로 수락되었다.


일요일에 근무를 확정하고 월요일 수업 자료를 받는 중에 내가 지원했던 신도시의 한 학원에서도 연락달라는 문자가 도착했다. 이미 일할 곳을 정했지만 나를 원하는 곳이 또 있다는 사실에 흥분되었다. '그래! 이주용, 죽지 않았어!'를 속으로 외치며 더욱 자신감 있게 학원과의 미팅을 마치고, 연락 온 다른 학원 원장님과 통화를 했다.

벌써 다른 학원에 출근하기로 했다는 말에 그 원장님은 무척 아쉬워했고 내가 보낸 이력서와 자기 소개서가 너무 좋아서 학원 휴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출근해서 내게 연락했다고 했다. 게다가 그 원장님은 30대 초반의 젊은 경영인이고 다른 강사분들은 원장보다도 더 어린 나이란다. 그런 곳에서 나처럼 나이 많은 사람에게 호감 있는 연락을 했다는 사실이 더욱 내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젊은 원장은 겨울쯤 중고등부 논술관을 열 계획이라며 그때 다시 연락할 테니 팀장격으로 와서 함께 일해볼 생각이 있냐는 제안까지 했다. 이게 웬일? 통화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발걸음이 가볍고 자신감으로 가슴은 벅차올랐다.


이렇게 좋은 결과가 있었던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내 방식대로 쓴 이력서과 정성 들여 쓴 자기 소개서가 열일한 것 같다. 또한 자기 소개서에 남긴 내 블로그의 역할도 컸을 것이다. 3년 남짓 일을 쉬는 동안 많은 책을 읽고 좋은 영화를 찾아보며 꾸준히 글을 써 온 나의 건강하고 성실한 생활이 블로그에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 말이다.


49살 경단녀의 학원 전임 강사 재취업 과정을 정리해보니 꽤 할 말이 많다. 재취업 후 학원 강의를 다시 시작하면서 내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걸 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로 책을 쓰고 강연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던 꿈을 놓지 않고 계속 도전해 보려고 한다.


아이들 앞에서 강의하는 내가 요즘처럼 좋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직장에서 일하는 것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을 넘어 앞으로 내가 하고자 하는 일들, 꿈꾸는 삶과 연결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 오르기도 한다.


학원 수업 준비와 내 꿈을 위해 읽고 쓰고 공부하느라 잠을 줄여야 할 정도로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로 많은 사람들이 위태로운 삶을 견뎌내고 있지만 나는 어쩌면 지금이 내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재취업한 나에게 힘이 되는 말!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재취업을 하고 난 뒤 내 하루 24시간은 더욱 촘촘하다.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들로 빈틈없이 채워 넣는다. 예전에는 너무 바쁘다고 툴툴거렸고, 힘들어 죽겠다고 짜증내고,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냐며 푸념했었다. 그런데 3년 남짓 재충전의 시간이 나를 꽤 여유롭고 단단하게 만들어 준 것 같다. 지금은 이 모든 것이 견딜 만하고, 나 자신을 조절할 수 있을 것 같고, 가끔은 지금의 내 상황이 무척 고맙다는 생각마저 든다.


코로나 확진자 증가로 수도권은 이번 일주일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시행중이다. 남편은 이틀만 회사에 나가고 3일은 재택 근무다. 재수생 큰아들은 4일이나 가던 미술학원이 휴원을 했고, 매일 가던 스터디 카페에도 가지 못한 채 집에서 그림을 그리고 공부를 한다. 방학중인 고1 작은아들은 영수 학원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다. 학원 국어 강사인 나는 생애 처음 학원에서 실시간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는 중이다.


세 남자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으니 여러 가지 챙겨줘야 할 것들이 많지만 주 5일 출근해야 하는 나는 완벽함을 빨리 내려 놓았다. 집안 청소와 빨래는 두 번 할 것을 한 번만 하고, 설거지는 모아서 되도록 한꺼번에 끝낸다. 반찬은 단순화하고 시장이나 마트 가는 횟수도 확 줄였다. 대신 일주일에 한 번 생필품이나 식재료를 배달시킨다. 완벽한 전업 주부 대신 힘들다고 짜증내지 않는 워킹우먼이 되기로 했다.


마흔아홉 살의 나이에 학원 강사로 재취업한 나는 마스크를 쓰고 수업하는 것에 적응할 때쯤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 수업까지 하게 되었다. 기계와 친하지 않고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에 익숙하지만 못 한다고 발뺌하고 싶지 않았다. 이 기회에 잘 배워서 멋지게 해내고 싶었다. 그런데 현실은 변수가 너무 많고 그래서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디지털 기술에 서툰 나는 이틀 동안 학원에서 간식 먹을 시간도 없이 정신 없었다. 배우고 시도하고 다시 개선하고 또 시행하면서 수차례 나의 능력 부족을 실감하며 허둥댔다.


어제 지친 몸으로 퇴근하려는데 원장님이 내게 온라인 수업을 가장 잘 하고 있는 강사가 나란다. 부원장님은 다른 선생님들도 아주 곤란해하고 있다며 나 정도면 아주 괜찮은 진행이라고 하셨다. 그제야 다행이라는 안도감에 긴장이 좀 풀렸다.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서 나 자신에게 말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건 시간을 아끼는 것, 내 몸이 지치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꾸준히 지속하는 것, 가족을 위해 내가 희생한다는 마음이 들지 않게 하는 것, 완벽하지는 않아도 매일매일 조금씩 더 나아지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것이다.




49살 경단녀 재취업 후… 첫 월급 받았다!


49살 경단녀가 재취업에 성공했다고 좋아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 지나고 어제 첫 월급을 받았다. 10년 넘게 학원 원장으로 지내면서 강사들 월급만 보내주었지 내가 월급을 받아본 기억은 가물가물했다. 내 통장에 월급 들어오는 기분 그야말로 끝내준다.


3년 4개월 충분히 쉬고 책과 영화, 새벽 산책과 블로그 글쓰기 등으로 재충전을 한 덕분인지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랜만에 학생들 앞에 서서 강의하는 일이 오히려 내게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것 같아 기분좋게 한 달을 보냈다.


코로나 탓에 생애 처음 마스크를 끼고 강의를 하고, Zoom 온라인 수업도 경험해 봤다. 이런 경험을 하지 않을 수 있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상황에 따라 적응하며 살아야 하는 것도 인간의 운명이겠지. 20년 넘는 경력을 가진 베테랑 학원 강사라는 딱지는 날려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신입 강사처럼 모든 업무를 꼼꼼히, 성실하게 해내겠다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돈을 벌 목적으로만 여긴다면 일하는 시간이 얼마나 지겨울까? 나는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그동안 읽었던 책을 바탕으로 나의 N잡을 구상하고 있다. 나의 업무를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들과 연결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생각으로 일을 하니 더 집중하게 되고, 성과를 내기 위해 더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찾게 된다.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학원일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고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의 얼굴과 이름을 대부분 기억하게 되었다. 우리 작은아들과 동갑인 고1 아이들을 보면 다 내 아들딸 같아서 너무 사랑스럽고 마음이 더 간다. 집에서는 우리 아들 국어 수업도 시작했다. 이번 2학기 중간고사에는 학원 아이들뿐만 아니라 우리 막내 국어 성적도 신경써야 할 것 같다.


어제 저녁엔 학원 수업을 마치고 남편과 첫 월급을 자축하며 술 한 잔 했다. 물론 내가 계산했다. 남편 어깨를 짓누르던 짐을 조금이나마 나눠지게 돼서 참 다행이다. 남편 가을옷도 한 벌, 작은아들 운동화도 한 켤레 사 주고 큰아들 밥값도 좀 두둑하게 넣어줘야겠다. 이런 재미로 돈을 버는구나 싶다. 참 오랜만에 느끼는 기분이다.

내일부터 한 달 정도 학원 아이들 2학기 중간고사 대비로 아주 바빠질 예정이다. 학원에서는 학생들 시험 결과로 모든 걸 말한다. 시험 자료 준비와 보충 수업 등으로 몸은 힘들겠지만 나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자고 마음먹으니 오히려 힘이 불끈 솟는 것 같다.


49살 경단녀 재취업 후… 첫 월급을 받고… 꽤 괜찮은 직장인이 되어가고 있다. 열심히 일하고 돈 버는 즐거움, 내게 큰 활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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