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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Nov 08. 2023

[프롤로그] 우리 부부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2023년 11월 8일, 25주년 결혼 기념일에 연재 시작!

오늘은 우리 부부의 25주년 결혼 기념일입니다. 1998년 11월 8일 백조웨딩홀이라는 동네 결혼식장에서 조금은 촌스러운 모습으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그후로 두 아들을 낳고, 시어머님과 시아버님을 차례로 잃었습니다. 5년 전에는 친정 아빠가 먼저 떠나고 작년 이맘때 엄마까지 아빠 곁으로 가셨습니다. 다른 부부도 마찬가지겠지만 함께하는 25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 부부에게도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함께 울고 웃으며 서로 위로가 되기도 했지만, 서운하고 미워서 싸우다가 잠시 헤어져 있기도 했답니다. 짧지 않은 시간 만큼 우여곡절도 많았는데 어느새 함께 50대에 들어선, 중년 부부가 되었네요. 


우리 부부는 지금이 가장 행복한 때라고 이야기할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서로에게 의지하며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결혼 생활에 서툴러서 서로를 품어주지 못한 때도 많았습니다. 자칫 남남이 될 뻔한 사건도 있었고 사랑했던 시간을 잊을 만큼 지독하게 미워한 적도 있었죠. 그래도 여기까지 오고나니 추억할 일이 많아서 우리 부부는 함께 있을 때 이야기가 끊이지 않습니다. 아니, 굳이 수다를 떨지 않아도 느낌으로 서로의 생각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습니다. 침묵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편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이가 된 거죠. 참 오래 걸렸습니다.


글쓰기 모임에서 만난 동료들과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우리 부부의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는데 그들의 반응이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저보다 10살 이상 어린 친구들이었어요. 그들은 아직 결혼 생각이 없고 그 중에 한 친구는 레즈비언으로 동성 애인과 동거를 하고 있었는데 나처럼 결혼생활하는 사람을 처음 본다며 제 이야기를 무척이나 흥미로워하더라고요. 한없이 평범해서 이야깃거리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때 잠깐 우리 부부의 이야기를 글로 써 볼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이야기가 '이렇게 사는 부부도 있구나' 하는 신선한 재미를 넘어서 어쩌면 다양한 결혼 생활의 좋은 예가 되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물론 다른 사람에게 자기 얘기 하는 걸 쑥쓰러워하고 드러내는 걸 꺼려하는 남편 때문에 좀 걸러야 할 부분은 있을 겁니다. 글쓰는 사람에게는 때로 치부를 드러내기도 하고 속을 뒤집어 보이기도 하는 용기가 필요하지만 저는 그보다 주변 사람들을 보호하고 배려하는 게 더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면서 글을 쓸 자신은 아직 없거든요. 아무튼 25주년 결혼 기념일을 맞이해 오늘부터 매주 수요일, 우리 부부의 이야기를 연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과거의 어떤 이야기가 소재가 될지, 그 시간을 나는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지 저도 궁금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부부의 오늘과 내일은 아직 모르니 어떤 이야기가 계속될지 기대도 되고요. 


오늘 우리 부부는 가까운 섬으로 나들이를 다녀올 예정입니다. 훌쩍 가버리는 가을이 아쉬워서 산행도 하고, 맛집 찾아가서 오순도순 이야기꽃도 피우려고요. 어제 저녁에는 남편이 케이크를 사 와서 촛불을 두 개 밝혀 놓고 서로에게 수고했다고, 축하한다고 말을 건넸습니다. 25년이라는 시간을 견뎌낸 서로를 대견해하면서요. 앞으로 5년 후 우리 부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결혼 30주년이 되는 때 우리는 다른 곳에서 제 2의 인생을 시작하기로 했거든요. 그때 오늘을 기념할 것 같습니다. 25주년 결혼 기념일이기도 하고, 브런치에 우리 부부의 결혼 생활에 관한 글을 연재하기 시작한 첫 날이기도 하니까요. 세상 모든 부부의 슬기로운 결혼 생활을 기원하며 우리 부부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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