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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Nov 20. 2023

나의 글쓰기 선생님 은유의 책 2권

『글쓰기의 최전선』과 『쓰기의 말들』

글쓰기에 대한 올바른 자세! 은유『글쓰기의 최전선』



2017년 4월 일을 그만두고 그해 7월부터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서점과 도서관을 다니며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있을 때, 읽으니까 쓰고 싶다는 마음을 처음 알았다. 책 읽는 건 그저 좋아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내 방식대로 마음껏 하게 되는데 글쓰기는 쉽지 않았다. 글쓰기는 내 생각과 마음을 표현하는 일일 뿐인데 영 자연스럽지가 않아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잘 쓰고 싶으데 내 글이 자꾸만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는 것 같아 고민하다 글쓰기 책을 찾아 읽었다. 2018년 은유의 책  『글쓰기의 최전선』을 처음 읽으며 그래, 이거다 싶었다. 한 권의 책을 씹고 뜯고 새겼다. 은유 작가가 글쓰는 사람으로서 얼마나 많은 고민과 깨달음을 반복했을지 짐작이 되었다. 글쓰기를 위한 좋은 교본이 되는 책이지만 글쓰기에 따르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고 겁을 주기도 한다. 책 내용에 영감을 주는 좋은 문장들이 툭툭 불거진다. 적어가며 반복해 읽었다. 이 한 권의 책을 꽤 오랫동안 읽었다.


‘왜’라고 묻고 ‘느낌’이 쓰게 하라


작가 은유는 글쓰기를 중심잡기, 풀어내기, 물러앉기, 지켜내기, 발명하기, 감응하기, 함께하기로 설명한다. '우리 삶이 불안정해지고 세상이 더 큰 불행으로 나아갈 때 글쓰기는 자꾸만 달아나는 나의 삶에 말 걸고, 사물의 참모습을 붙잡고, 살아 있는 것들을 살게 하고, 인간의 존엄을 사유하는 수단이어야 한다'는 말에 무릎을 탁 쳤다. 글쓰기의 가치, 역할을 기막히게 표현하는 문장이다. '내가 쓴 글이 곧 나다. 부족해(보여)도 지금 자기 모습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고 인정한다는 점에서, 실패하면서 조금씩 나아진다는 점에서 나는 글쓰기가 좋다. 쓰면서 실망하고 그래도 다시 쓰는 그 부단한 과정은 사는 것과 꼭 닮았다.'

글로서 지금의 나를 보여주는 것이 때론 부끄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쓸수록 조금씩 나아지는 나의 글이 내 삶에 큰 위로가 된다. 완벽한 삶은 없다. 노력하는 삶이 있을 뿐. 글쓰기와 함께 나는 삶을 배운다.


삶에 존재하는 무수한 “차이를 보편으로 환원하는 것이 아니라, 차이로부터 기존의 보편을 끊임없이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글이 생명력을 갖는다. 내가 쓴 글이 숨 막히는 세상에 청량한 바람 한 줄기 위한이 되는 것도 좋지만, 사막을 옥토로 만들 물음의 씨앗을 품고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질문하는 글’은 ‘생성하는 삶’으로 이어진다. 왜라고 묻는 글, 자신을 다양한 존재로 개방하도록 등 떠미는 글, 도덕 위에서 춤추도록 깨달음의 오르가슴을 선사하는 글. 모든 글(책)의 최종 목적은 ‘감동’이다. 그리고 진정한 감동은 신체가 바뀌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이다.


내가 아는 범위에서 벗어나는 걸 두려워하고 안전한 삶만을 지향한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삶에 존재하는 차이, 드러나지 않는 것들에 대해 무관심했다. 누군가를 자극하고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글은 결코 안정과 테두리 안에서는 창작되지 않을 것이다. 나 자신의 틀을 벗어나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용기와 의지가 필요하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더더욱...『글쓰기의 최전선』에는 "마주치거나 부딪치지 않고 이해되는 것은 없다."(김현) 처럼 마음에 새길 만한 좋은 명언들이 많이 등장한다. 치열하게 글을 썼던, 그리고 지금도 그 고통스러운 작업을 해내고 있는 작가들의 조언을 듣는 듯하다. 글쓰기에 대한 올바른 자세를 가르쳐 준다.



책을 읽으면서 도대체 어떤 책들이 작가 은유의 글을 이렇게 야무지게 만들었을까 궁금했다. 친절하게도 뒷편에 참고도서가 수록되어 있다. 한 권 한 권 작가의 찰진 책소개를 읽으며 내 다이어리에 읽고 싶은 책들로 옮겨 적어뒀다. 만트라처럼 내 글쓰기에 주문을 걸어 줄 것만 같았다. 마음이 급해졌다. 어떤 책부터 찾아 읽어야 할까? 행복한 분주함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자마자 이 책에서 은유 작가가 소개한 책, 『정희진처럼 읽기』를 읽었다. 그 후로 은유가 소개하는 책들을 읽으며 나의 최애 도서가 차곡차곡 쌓였다. 좋은 책은 좋은 책을 부른다.

         


글을 쓰게 하는 이상한 힘!  은유의『쓰기의 말들』


자신을 문장 수집가라고 말하는 은유의 『쓰기의 말들』을 다시 읽었다. 처음 읽을 때는 은유가 모아 놓은 104개의 문장을 적어 놓고 감탄하기 바빴다. 이런 멋진 말들을 쏟아내는 작가들이 우러러 보였고 그 문장 하나하나에 어울리는 글을 써서 책을 구성한, 은유의 참신함이 돋보였다. 은유의 책은 일상이 한 편의 글이 되는 사례를 보여준다. 특별한 소재나 대단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나의 평범한 하루가, 내가 마주친 사소한 것들이 다른 사람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은유는 책에서 얻은 환각의 문장들이 글을 쓰게 하는 힘이 된다고 말한다. 은유의 책을 읽으며 나는 왜 매일 글을 쓰는지, 나에게 글을 쓰도록 하는 힘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남을 부러워하지 말고 자기가 발 디딘 삶에 근거해서 한 줄씩 쓰면 된다.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것은 누구나 글감이 있다는 것... 글쓰기는 만인에게 공평하다. 

왜소하고 볼품없는 것들이 소재가 된다고 위축되지 말자. 정치와 사회와 역사의 거대 담론 사이에서 위축될 필요는 없다. 독자들의 공감이 중요하다. 소재 찾기보다 의미 찾기다.

인생에서 스친 무수한 인연과 겪은 수많은 사건에 자기 행동의 기원이 있다. 다른 사건과 관계가 투입되는 운동 속에서 한 존재는 변한다. 자기 경험을 기반한 글쓰기는 관계 속에서 나를 관찰하고 변화를 기록하는 일이다. 가족, 친구, 애인, 행인, 스승, 동료 등이 빠지지 않았나 살펴야 한다. 그들이 없으면 나를 설명할 수 없다.


『쓰기의 말들』은 글을 어떻게 써야 한다는 구체적인 방법을 가르치진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책을 읽다보면 생각지도 않았던 글의 소재가 떠오르기도 하고 쓰고 싶은 말이 문득 생각나 노트 자판을 두들기게 된다. 정말 쓰지 않던 사람을 쓰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쓰기의 말들'이라는 책의 제목이 아주 적절하다. 


매일 쓰는 글 특유의 맛. 삶을 곱씹어 만든 단맛. 달지 않은 팥이 꽉 찬 단팥빵 같은 글. 그걸 누가 맛있게 먹고 말해 주면 좋겠다. “매일 글 쓰는 사람의 글이네요.”

자기가 누구인지 ‘기죽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글을 써서 돈을 벌고 글을 써서 사랑을 받고 글을 써서 사는 이유를 묻고 그러는 동안 삶의 에너지를 되찾았다. 한 사람이 글 쓰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연습과 노력 외에)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 자기를 믿어 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쓰기 전엔 잘 쓸 수도 없지만 자기가 얼마나 못 쓰는 줄도 모른다는 것. 써야 알고 알아야 나아지고 나아지면 좋아지고 좋아지면 안심한다. 안 쓰면 불안하고 쓰면 안심하는 사람, 그렇게 글 쓰는 사람이 된다.

쓰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데 쓰기 전엔 불가능해 보인다... 저번에 썼으면 이번에도 쓸 수 있다.

 “남들이 쓰지 않는 글, 나만 쓸 수 있는 글을 쓴다” 
‘나’라는 불완전성을 드러내야 그 불완전성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돈 버는 일을 하지 않고 집에 있을 때 자칫 자존감이 무너질 수 있었다. 그런 위태로운 나를 붙잡고 바로 세워주는 것이 매일 읽고 쓰는 일이었다. 더 이상 젊지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중년의 내가 새벽부터 일어나 글을 쓰고 끊임없이 읽은 이유는 내가 그래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위안, 하루하루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 나로 인해 누군가가 위로를 받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 더 많은 사람들과 말과 글로 공감을 나누는 사람이 되겠다는 목표가 있기 때문이었다. 여전히 글쓰기는 어렵고 아직도 나는 나다운 글을 찾지 못해 서성이고 있지만 글을 쓰는 이 순간만큼은 할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나 자신이 대견하고 뿌듯하다.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가 나에겐 큰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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