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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Nov 26. 2023

넷플릭스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

연애 세포를 살려라!

<나의 해방일지>를 보고 손석구라는 배우를 마음에 담았다. 그후로 영화 <범죄도시2>를 봤고, 좀 오래된 드라마 <60일, 지정 생존자>까지 챙겨봤다. 며칠 전 남편이 함께 보자며 넷플릭스에 올라온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를 튼다. 손석구를 좋아하는 나를 생각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개봉했는지도 몰랐던 영화라 큰 기대 없이 영화를, 아니 배우 손석구를 봤다. 사실 손석구 옆에 있는 여배우에 대해선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본 듯하다. 전종서라는 배우 이름도 한 번쯤 들어본 듯한데 어디서 봤더라 하다가 결국 검색해보고 알았다. 내가 좋아했던 영화 <버닝>에서 아주 독특한 인상을 남겼던 배우다. 이 배우를 까먹다니... 정말 갈수록 기억력이 떨어져서 큰일이다. 아무튼 두 배우를 다 알고나니 볼만하지 않나 싶어 남편과 <연애 빠진 로맨스>를 보기 시작했다. 우리 부부는 좀 다른 의미의 연애 빠진 로맨스라고 생각하면서...


역시 손석구. 배우는 천의 얼굴이라 하더니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에는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구씨도 없고 천만 영화 <범죄도시2>의 강해상도 사라졌다. 직장에서, 그리고 연애에 어리숙한 '우리'만 있다. 더 어려보이고 더 담백해 보인다. 손석구라는 배우만의 표정, 걸음걸이가 그만의 로맨스 장르를 만들어냈다. 배우  손석구가 좀더 좋아졌다. 

전종서는 다른 여배우들과 차별되는 무엇이 있다. 무턱대고 예쁘기만 한 건 아니라서 신선하고, 색다른 목소리와 말투도 그녀의 개성이 된다. 두 사람의 조합이 잘 그려지지 않았는데 영화 속에서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다른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조합 연인이다. 이 정도면 우리나라 로맨스 영화로 괜찮다 싶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 곁에 있는 친구들이 항상 부럽다. 진심으로 걱정하고 조언해주는 친구, 내맘을 들여다본 것처럼 나를 나보다 더 잘 아는 친구. 나이가 들수록 그런 친구 한 명 곁에 두지 못한 내가 좀 안쓰럽다. 책이 내 친구라고 말은 하지만 책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책에게 고민 이야기를 하는 건 한계가 있다. 다른 사람이 보면 살짝 미친 여자 같기도 할 테고... 비어 있는 친구 자리를 남편이 열심히 채워주고 있다. 하지만 카페에서 아줌마들의 웃음 소리를 들을 때면 샐쭉하게 눈을 흘기면서도 사실 속으로는 부럽기도 하다. 수다쟁이 친구들과 하하 호호 웃고 떠들어 본 적이 언제였는지... 영화 속 친구들의 모습이 너무 즐거워보여 살짝 샘이 났다.


올해 금주를 결심했다가 포기했는데  영화에서 술 마시는 장면이 정말 많이 나온다. 단주를 결심할 때는 20대에서 40대까지 30년 술과 함께 흔들렸으니 50대부터는 술 없이 꼿꼿하게 살아봐도 좋겠다 싶었다. 그런데 술 빠진 일상은 밋밋하고 심심하다. 이런 영화 보면서 남편과 한잔 해야 맛이다. 술은 청춘에게 잘 어울리지만, 중년의 우리에게도 예전의 감성을 자극하고 낭만을 잊지 않게 해주는 데에는 술만한 것이 없다. 젊었을 때는 조절하지 못해 후회스러웠던 일도 적지 않았지만 이젠 적당히 즐길 수 있는 나이가 되었으니 다행이다. 아무튼 <연애 빠진 로맨스>는 술이 땡기는 영화다. 



<연애 빠진 로맨스>를 보면서 오랜만에 연애 세포가 살아난 듯 잠시 설렜다. 이제 우리 두 아들이 이런 연애를 하겠지 하는 생각을 하니 웃음이 나왔다. 각자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남녀가 인연을 맺고 사랑을 하고 헤어졌다가도 서로를 그리워하다 다시 만나 웃는다. 생각해보면 참 신기하다. 지금 우리 남편을 만나 4년 연애를 하고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하고 아들 둘을 낳았다. 함께 살던 시부모님을 보내고 미운 정 고운 정을 쌓아가며 25년 넘는 시간을 함께 살고 있다. 이 지구에서, 이 대한민국에서 이런 인연으로 만나 가족이 되어 이렇게 긴 세월을 함께하고 있으니... 참 신기하고 애틋하다.



나이 들어 이런 로맨스 영화를 보면 나도 이런 때가 있었지 하며 부러웠다가도 다시 20대로 돌아가 연애를 시작하라고 하면 솔직히 피곤할 것 같다. 그래서 인생은 한 번뿐인 게 아닐까 싶다. 니체가 말한 영원회귀를 진짜 경험하게 된다면 좀 끔찍할 듯. 젊었을 때의 체력, 피부, 무모함 등은 부럽지만 난 지금 내 나이의 또다른 열정, 여유로움, 느긋함이 더 좋다. 연애는 빠졌지만 더 뜨겁게 가족을 사랑한다. 오래된 친구 같은 남편과 지금도 여전히 나의 로맨스는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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