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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Jan 21. 2024

감동, 치유, 평온, 꿈... <나의 문어 선생님>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요즘 볼 게 없다고 투덜대던 나에게 남편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 권했다. 남편은 최근에 본 프로그램 중에 최고였다며 거침없이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었다. 나는 제주도 한 달 살기 이후 바닷가 마을에서 살고 싶어졌다. 제주도에서 해녀로 살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사람들은 어이없어 했지만 나는 해녀 학교까지 검색해 볼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남편은 그런 내가 문어 선생님의 매력에  빠져들 거라고 확신했다.   



개나 고양이가 아닌 문어가 사람의 친구, 아니 선생님이 될 수 있다니… 그런 일이 어떻게 가능하지? 문어는 집에서 키울 수도 없을 텐데 말이다. 궁금한 마음에 보기 시작한  <나의 문어 선생님>은 그야말로 감동과 치유, 평온과 꿈을 가져다 주었다. 결국 우리는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왕이면 나는 바다가 가까운 곳에서 살겠노라고 단단히 결심했다. 



중년의 남자는 살면서 품었던 목적의식이 무너져 내린 기분이 들었었다고 했다. 그 상태로는 어린 아들에게 좋은 아버지가 돼줄 수 없을 것 같았단다. 근본적인 변화가 절실했던 그때 그는 어린 시절을 행복하게 보냈던 대서양으로 갔다. 사람들로 둘러싸인 곳에서는 근본적인 치유도, 극적인 변화도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물에 들어가기가 힘들지만 숨이 멎을 만큼 추운 물속에서 긴장을 풀고 기다리다 보면 갑자기 온세상이 평온해지는, 아름다운 시간이 찾아온다고 그가 말했다.


추위 때문에 두뇌 회전이 빨라지고 온몸의 감각이 살아나죠. 몸이 적응해 갈수록 점점 더 편안해집니다. 그러다 보면 결국 1년쯤 후에는 그 추위를 갈망하게 되죠. 


바닷속을 유유히 날아다니며 그는 한결 여유로워진 표정이다. 갈수록 숨을 더 오래 참을 수 있다고 했다. 



정말 삶이 다 그런 것 같다. 처음에는 두렵고 힘들지만 참고 견디다 보면 익숙해지고 평온해진다. 여유가 생기면 그 세계로 더 깊숙히 들어가게 된다. 그곳이 어디든 깊이 가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알 수 없는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누가 등을 떠밀지 않아도 자연스레 발길이 향하고 더 오래 숨을 참아가며 더 많은 일들을 해내고 싶어지는 나만의 세계, 그것 그렇게 찾아지는 것이 아닐까? 


그가 문어와 친해지는 데에는 긴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나는 살면서 누군가에게 이토록 진심어린 정성을 기울인 적이 있었던가 돌아보게 되었다. 그와 문어의 1년을 지켜보며 진정한 친구가 되는 방법을 배운다. 

궁금해하기

꿈이 무언지 알아보기

서두르지 않기

상처를 이해하기

더 아파하기

욕심내지 않기

날마다 관찰하기 

더 잘 알기 위해 공부하기

섭리를 거스르지 않기

추억하고 그리워하기



문어에게서 생존을 위한 창의적인 노력을 배운다. 한없이 연약해보이는 문어는 아주 오랜 시간 자신의 몸을 지키는 방법을 터득해 왔다. 상어에게 잘려 나간 팔이 새팔로 완벽하게 자라는 데 100일이 걸렸다. 

문어 선생님이 몸으로 말한다.


상처 없는 삶은 없다고, 
쉽게 완성되는 것도 없다고,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며 성장하는 거라고, 
절박하면 다 방법을 찾게 되어있다고, 
도망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고, 
큰 상처도 시간이 지나면 낫게 되어 있다고, 
그러니 살라고, 
특히 부모는 자식을 위해서 더욱 힘을 내서 기꺼이 살아가야 한다고, 
누구의 삶이든 모두가 그 나름대로 가치있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나의 문어 선생님>은 아주 특별한 선생님이다. 다 큰 어른에게 인생을 가르친다. 사람은 상처를 주지만 자연은 그 상처를 치유한다. 자연은 졸업이 없는 학교다. 인생의 답을 윽박지르지 않고 아주 천천히 가르친다. 든든해졌다. 살면서 너무 지치고 외로울 때 자연을 찾아가면 되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을 몰라 답답할 때면 자연 선생님한테 물어보면 될 일이다. 엄마아빠가 돌아가셔서 친정은 없어졌지만, 갈 곳이 생겼다. 그러니 나는 지금, 여기에서 마음껏 살아보련다. 돌아갈 곳이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을 만나 함께 웃고 함께 울었다. 내가 결국 돌아가야 할 자연이 더 이상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그 자리에 있어주었으면 좋겠다. 세상에서 가장 먼저 지켜져야 하고 가장 나중까지 보호받아야 할 것은 다름 아닌 자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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