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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Jan 28. 2024

당신 인생엔 영원히 머물고픈 순간이 있습니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 <원더풀 라이프>

영화 <원더풀 라이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1998년 작품으로 우리나라에서는 2001년에 개봉했고, 2018년에 재개봉되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작품마다 항상 기자 · 평론가 평점이 평균 7점이 넘는, 내가 믿고 보는 감독 중 한 사람이다. <아무도 모른다>(2005),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어느 가족>(2018),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걸어도 걸어도>(2009) 등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는 기회가 되면, 또는 문득 생각나면, 아직 보지 못한 작품들을 찾아 보는 편이다. 주로 가족 이야기를 소재로 삼는 이 감독의 영화는 요즘처럼 추운 계절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효과가 있다. 얼마 전에 군대에서 휴가나온 아들과 함께 본 영화 <괴물>도 좋았다. 특히 이 영화 <원더풀 라이프>는 영화를 좋아할 뿐 아니라 영화 공부까지 하고 있는 우리 큰아들이 고레에다 작품 중에 가장 좋았다고 손꼽는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의 소재가 독특하다.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천국으로 가기 전 '림보'라는 곳에서 7일 간 머문다. 그들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 하나를 골라야 한다. 림보의 직원들은 그 추억을 짧은 영화로 재현해주고 사람들은 그 기억만을 간직한 채 천국에서 영원을 살게 된다는 이야기다. 영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 인생엔 영원히 머물고픈 순간이 있습니까?


좋은 기억들이 너무 많아서 고를 수가 없을 것 같지만 림보에 모인 사람들은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기억을 선택하는 일이 무척이나 어려워 보인다. 딱 하나만 골라야 한다는 어려움도 있을 테고 흐릿해진 기억을 생각해내야 하는 곤란함도 있을 것이다. 



림보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알고보니 그 하나의 기억을 선택하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영화속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다보면 우리네 인생은 참 가지각색의 사연을 품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그들이 선택한,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기억들은 모두 하나같이 너무 평범하고 소박한 것들이었다. 인생에서 가장 화려했던 순간, 돈을 가장 많이 벌었을 때, 성공을 거머줬을 때의 기쁨을 기억하고 싶을 것 같지만 그들은 가슴 깊은 곳에서 작은 기억들을 하나 둘 꺼내 놓았다. 



영화를 보며 자꾸만 나 자신에게 묻게 된다. 어떤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냐고. 그리고 문득 궁금해진다. 다른 사람들의 기억속에 나는 어떤 모습일지…


이미 천국으로 간 우리 아빠는 어떤 기억으로 영원을 살고 계실까?

오랫동안 요양병원에서 있었던 우리 엄마는 매일 어떤 기억을 붙들고 그 외로운 날들을 견디었을까? 지금은 아빠와 함께 그곳에서 좋은 기억 함 나누며 편안하게 계실까?


우리 남편에게 아내인 나는 소중한 기억일까?

우리 두 아들에게 엄마와의 좋은 추억은 얼마큼이나 쌓여 있을까?



사람들의 인생은 각기 다른 모양과 색깔로 그려진다. 그 인생을 그려나가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다. 영화 <원더풀 라이프>를 보고 있노라면 내 인생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한 순간도 허투루 살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그래서 오늘 하루도 가족,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 그리고 누구보다 나에게 친절겠다고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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