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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Feb 11. 2024

"나는 돌덩이"

<이태원 클래쓰>의 박새로이처럼 소신있게 살고 싶다!

2020년 금요일과 토요일에 우리 가족은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함께 봤다. 벌써 4년 전 일이다. 그때 재수생이었던 큰아들과 고1이었던 두 아들과 나는 오래 전에 웹툰을 먼저 봤고,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에 반가워하며 기다렸다. 주인공 박새로이 역에 유아인이 어울릴 거라 생각했다가 박서준이 주인공이라는 발표에 더 큰 기대를 갖고 있었다. 역시 박서준! 완벽하게 박새로이다. 


두 아들이 박새로이 같은 소신 있는 인물을 좋아하는 게 반가웠다. 남편은 당시 드라마를 보며 '좋긴 한데 사실 너무 비현실적이지.' 라고 했지만 그래도 아들들이 옳은 것이 무엇인지 알고, 바람직한 삶의 방향을 응원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만으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꼭 박새로이처럼 살지는 못하더라도 비겁하게 살지는 말라고, 현실적으로는 어렵겠지만 한번 사는 인생 좀 멋지게 살아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드라마를 볼 때마다 두 아들을 부추겼다. 좋은 대학을 들어가지 못해도, 풍족한 집안에서 태어나지 않았어도, 지금 당장은 가진 것이 없어도, 아들들이 박새로이 같이 굳은 의지와 신념을 지니고 산다면 두 아들에 대한 걱정은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태원 클라쓰> 몇 회차이던가, 박새로이의 멋진 대사와 "나는 돌덩이"라는 시, 그리고 트랜스젠더 마현이의 당당한 선언, 하현우가 부른 OST "돌덩이"까지... 그날 드라마의 완벽한 엔딩을 기억한다. 



누구도 저와 제 사람들을 건들지 못하도록 
제 말, 행동에 힘이 실리고
어떠한 부당함도 누군가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제 삶의 주체가 저인 게 당연한
소신의 대가가 없는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

- 박새로이의 대사 -



나에게도 지켜야 할 가족과 지키고 싶은 신념이 있다. 아무도 내 가족을 건드리지 못하도록, 내 삶의 주체가 영원히 나일 수 있도록, 나의 소신이 누구 때문에 무엇 때문에 대가를 치지 않도록, 그런 삶을 살기 위해 나도 열심히 노력해서 힘을 기르고 싶다.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앞둔 우리 두 아들도 자기 삶의 주체로 당당히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네가 너인 거에 다른 사람을 납득시킬 필요 없어.
괜찮아... 괜찮아...괜찮아...

- 박새로이가 마현이에게 하는 위로의 말 -


어떤 이익보다 자기 사람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인 박새로이의 위로는 남다르다.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이 밝혀진 후 고개 숙인 마현이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말했다. 그렇다. 내가 나인 것에 다른 사람을 납득시킬 필요는 없다. 나는 나인 채로, 너도 너인 채로, 그대로 우리는 다 괜찮다. 남들이 보기엔 좋은 학벌을 가지지 못한 두 아들이지만 괜찮다. 아들들은 각자 자기다운 삶을 살아갈 테니까. 그리고 내가 항상 응원하고 지켜줄 테니까. 지킬 것이 있는 사람은 강해질 수밖에 없다. 아들들이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엄마를 다짐한다. 



나는 돌덩이
                                                                                 -광진

나는 돌덩이
뜨겁게 지져봐라
나는 움직이지 않는 돌덩이

거세게 때려봐라
나는 단단한 돌덩이

깊은 어둠에 가둬봐라
나는 홀로 빛나는 돌덩이

부서지고 재가 되고 썩어 버리는
섭리마저 거부하리

살아남은 나
나는 다이아

-이서가 마현이에게 읊어준 시 "나는 돌덩이"


박새로이의 위로를 받고 이서가 전화로 읊어주는 시를 들은 마현이는 도망치지 않고 <최강포차> 카메라 앞에 섰다. 그리고 모든 사람 앞에서 당당하게 선언한다. 



단밤 요리사 마현이,
저는 트랜스젠더입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 우승하겠습니다!

- 마현이의 선언 -


결과에 상관 없이 마현이 그녀는 이미 이겼다. 비겁한 자들과 아무렇지 않게 남의 말 하기 좋아하는 이들에게 한 방 먹이는 완벽한 승리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도 나를 믿어주고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면 용기를 낼 수 있다. 나에게 우리 가족이 그렇듯이 남편과 두 아들에게 언제나 힘이 되는 아내, 엄마가 되어주고 싶다. 


https://youtu.be/9mwRQ96CuHg



Hit me harder Make me strong
그저 정해진 대로 따르라고
그게 현명하게 사는 거라고
쥐 죽은 듯이 살라는 말
같잖은 말 누굴 위한 삶인가
뜨겁게 지져봐
절대 꼼짝 않고 나는 버텨낼 테니까
거세게 때려봐
네 손만 다칠 테니까
나를 봐
끄떡없어
쓰러지고 떨어져도
다시 일어나 오를 뿐야
난 말야
똑똑히 봐
깎일수록 깨질수록
더욱 세지고 강해지는 돌덩이
감당할 수 없게 벅찬 이 세상
유독 내게만 더 모진 이 세상
모두가 나를 돌아섰고
비웃었고 아픔이 곧 나였지
시들고 저무는
그런 세상 이치에 날 가두려 하지 마
틀려도 괜찮아
이 삶은 내가 사니까
나를 봐
끄떡없어
쓰러지고 떨어져도
다시 일어나 오를 뿐야
난 말야
똑똑히 봐
깎일수록 깨질수록
더욱 세지고 강해지는 돌덩이
누가 뭐라 해도 나의 길
오직 하나뿐인 나의 길
내 전부를 내걸고서 Hey
걸어가
계속해서
부딪히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걷는 거야
언젠가
이 길 끝에 서서
나도 한 번 크게 한 번
목이 터져라 울 수 있을 때까지

- <이태원 클라쓰> OST 하현우 "돌덩이" 가사 -


통쾌한 엔딩 씬에 잘 어울리는 <이태원 클라쓰>의 OST 하현우의 "돌덩이"를 듣는다. 가슴이 뜨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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