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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Jan 07. 2024

독특하고 묘한 영화! <애프터썬>

아빠와 딸의 이야기!

작년에 본 영화 중에 평론가들의 평가가 높은 영화 <애프터썬>이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묘한 기분이었다. 이 영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좀 어렵다는 생각도 들었다. 슬픔을 닮은, 뭔지 모를 감정으로 몇 번 울컥하기도 했다. 너무나 예쁘고 귀여운 11살 딸과 31살 젊은 아빠의 여행 이야기이다. 그런데 행복과 불안이 공존한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알 수가 없다. 영화가 끝난 뒤 내 뒤에 있던 여자 관람객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대체 무슨 영화야?' 그럴 수도 있다. 잠시 앉아서 생각을 정리했다. 나가면서 보니 영화관에 관람객이 우리 부부를 포함해 열 명도 채 되지 않았다. 난 그래도 이 영화 괜찮았는데...



엄마와 런던에 살고 있는 딸 소피와 스코틀랜드 출신 아빠가 오랜만에 만나 휴가를 간다. 여행지는 터키의 튀르키예다. 엄마와 아빠가 이혼한 상태이고 비교적 넉넉해 보이지 않는 아빠지만 딸과 아빠의 관계는 무척 가깝고 돈독해보인다. 딸을 향한 아빠 미소는 그야말로 사랑 그 자체다. 아빠는 다시는 못 볼 사람처럼 딸의 모습을 눈에 담고 캠코더로 찍는다. 둘은 때로는 친구 같고 때로는 연인 같다.  



젊은 아빠 캘럼에게는 깊은 고민 또는 우울증, 아니면 불치병 이런 것이 있어 보인다. 딸 소피와 함께 있을 때는 환하게 웃으며 장난을 치고 딸을 살뜰히 챙기는 자상한 아빠다. 하지만 딸이 보지 않는 곳에서는 한없이 우울해 보이고, 꺼이꺼이 목놓아 울기도 하고, 밤바다로 걸어가는 등 불안한 행동을 보인다. 그는 자신의 고향인 스코틀랜드에서 단 한번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했으며 11살 생일은 누구도 기억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의 슬픔은 아주 오래 전부터 시작된 것 같다.


어린 딸은 그런 아빠의 마음을 알 리 없다. 우리가 아빠의 젊은 날을 알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빠는 어린 딸에게 좋은 모습만 보이려고 애쓴다. 영화의 제목 애프터썬 썬크림과 같은 뜻이다. 뜨거운 터키의 태양으로부터 딸의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아빠는 수시로 딸의 몸에 애프터썬을 발라준다. 햇볕만이 아니다. 아빠는 세상 모든 위험으로부터 딸을 지켜주고 싶다. 딸의 곁에서 영원히 든든한 아빠로 존재하고 싶다. 이것이 세상 모든 아빠들의 마음이겠지.


하지만 아빠는 언젠가 딸의 곁을 떠나게 될 것이다. 우리 아빠가 지금 내 곁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아빠는 불안하고 슬프다. 아직 젊은 아빠는 자신을 지탱하고 살아가는 것도 힘겨워 보인다. 하지만 자신보다는 딸이  앞으로 살아가게 될 삶이 걱정된다. 곁에 있어주지 못하고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기만 하다. 그런 아빠의 마음을 딸은 언제쯤 온전히 이해하게 될까? 나는 부모가 되어서야 아빠의 마음을 겨우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은 '사랑'이다. 소피는 “아빠랑 같은 하늘 아래 있다는 게 좋아. 비록 같은 장소에 함께 있진 않더라도 같은 태양 아래 있으니까 같이 있는 거나 다름없잖아?” 라는 말로 아빠를 감동시킨다. 아빠에게 깜짝 생일 이벤트를 해주는 사랑스러운 딸이다. 여행을 끝내고 딸과 헤어지며 뒤돌아서는 아빠의 뒷모습이 무척이나 쓸쓸해 보였다. 그래도 여행의 기억은 아주 오랫동안 아빠에게 힘이 되지 않았을까. 20년이 지난 후 성인이 된 소피가 아빠를 추억한다. 느낌상 아빠는 왠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하다. 소피는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지만 어딘지 좀 불안해 보인다. 아빠 나이가 된 딸은 여행지에서 딸에게 보이지 않은, 그때의 아빠를 이해할 수 있을까?

 


영화 <애프터썬>세상 모든 아빠들의 이야기다. 자식, 특히 딸 앞에서 강하고 든든한 모습만 보여주려는 아빠의 깊은 속내를 보여주는 듯하다. 모든 인간은 다 약하고 불안하다. 그런데 아빠라는 이름을 갖게 되면 그런 것들이 허락되지 않는다. 돌아가신 우리 아빠가 생각났다. 나의 아빠로 살면서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걱정과 불안에 맞서 치열하게 싸웠을, 한 남자가 이제야 보였다. 딸은 없지만 두 아들의 아빠로 살아가는 남편에게 좀 더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남자도 많이 애쓰며 살았겠구나 싶다.


색다른 영화를 좋아한다면

영상이나 구성이 독특한 영화가 궁금하다면

평론가들의 눈으로 영화를 감상해보고 싶다면

영화 <애프터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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