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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Mar 02. 2024

천안 맛집을 소개합니다!

<곤드레 예찬>, <아모르라운지>, <흙사랑>, <구름정원>

천안에 자주 다녀옵니다. 최근에요. 큰언니가 천안에서 30년 넘게 살았는데 요즘처럼 자주 가지는 못했어요. 우리 자매들이 끈끈한 정을 자랑하며 살갑게 구는 스타일이 아니라 적당한 거리를 두며 살았거든요. 일을 하고, 결혼하고, 아이 둘씩 낳아 키우고, 각자 3,40대를 정신 없이 살았죠. 그러다가 8년 전 친정아빠가 암 진단을 받고 2년 반 동안 투병 생활을 하시면서 친정에서 모이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6년 전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 혼자 요양병원에 남게 되면서부터는 사 형제가 돌아가면서 요양병원을 방문했어요. 친정과 제일 가까이, 인천에 사는 저는 그때마다 천안에서 오는 큰언니, 서울에서 오는 작은언니, 대구에서 오는 남동생을 만나 함께 엄마를 보러 갔고요. 2년 전 친정엄마까지 아빠 곁으로 가고나서는 우리 형제들 만남이 뜸해지겠구가 했는데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 큰언니가 아빠와 똑같은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그래서 큰언니 때문에 자주 모이게 되었네요. 좋은 일로 얼굴 보면 좋으련만 오랜 시간 가족들의 병이 우리 자매들 만남의 이유가 되었습니다.


아픈 큰언니를 만나러 가다보니 무엇을 먹어야 할지 항상 고민이었습니다. 그런데 평생 맛집 검색은 안 할 것 같았던 큰언니가 요즘 천안 맛집 리스트를 가지고 있어요. 우리가 가면 함께 가려고 수시로 맛집을 알아본다네요. 2월에 천안에 두 번 갔는데 그때마다 갔던 곳이 모두 대만족이었답니다. 검색을 해보면 메뉴나 분위기 등은 이미지로 다 나올 테니 저는 간단한 개인 감상을 남겨보려 합니다. 혹시 천안에 가시는 분들, 우리 자매들과 취향이 비슷한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자극적인 음식을 먹지 못하는 언니 때문에 우리는 주로 한식 위주의 식당을 고릅니다. 복잡한 주말을 피해 비교적 한산한 평일에 주로 만나고요. 그래서인지 여유롭게 식사하고 차 한 잔 마시며 실컷 수다 떨다 옵니다.


<곤드레 예찬>은 큰언니와 저 둘이서 갔던 곳이에요. 주차장이 식당 앞에 무척 넓습니다. 식당 안도 테이블이 많아요. 평일인데도 점심 시간에 손님들이 꽤 많더군요. 여러 메뉴 중에 소불고기 정식으로 시켰습니다. 황태 조림도 고민했는데 옆 테이블을 보니 빨간 양념으로 언니에게는 자극적일 것 같더라고요. 밥은 기본적으로 곤드레 솥밥이 나옵니다. 양념 간장이나 불고기 양념에 비벼 먹고 물을 부어두었다가 누룽지를 만들어 먹으면 향긋하니 좋아요. 반찬이 모두 깔끔하고 담백해서 큰언니가 아주 잘 먹었습니다. 저는 시래기 된장국을 맛있게 먹었네요. 집에 와서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삶은 시래기를 주문해서 된장국을 해 먹기도 했답니다. 아무튼 잘 못 먹는 큰언니가 1인분 가까이 잘 먹은 밥상이었습니다.



배불리 밥을 먹고 신정호로 산책을 갔습니다. 우리가 만난 날이 겨울인데 봄처럼 날이 좋았거든요. 차에 외투도 놔두고 걸었어요. 벤치에 앉아 햇빛을 받는데 겨울 날씨가 이래도 되나 싶더라고요. 개나리가 봄인 줄 알고 피지나 않을까 걱정이 될 만큼 햇살이 참 좋았습니다. 덕분에 다리 힘이 없어서 잘 걷지 못했던 큰언니가 저와 함께 꽤 많이 걸었습니다. 기온이 높은 날씨여서인지 좀 걷다보니 목이 마르더라고요. 시원한 거 한 잔 마시며 쉬자고 했죠. 신정호 주변으로 식당과 카페가 정말 많아요. 검색을 하다 공간이 무척 넓어보니는, <아마르라운지>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3층 건물입니다. 주차 걱정도 할 필요 없이 카페 바로 앞에 공터에 주차 공간이 아주 넓어요. 이 카페의 특징은 의자가 다양하다는 거예요. 언니가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쇼파 자리에 앉았습니다. 통창으로 신정호가 보입니다. 아파서 입이 짧은 큰언니에게 메뉴 고를 권한을 모두 넘겨주었습니다. 분명 다 마시지도 못할 테지만 언니가 몇 모금이라도 맛있게 먹었으면 해서요. 메뉴판에 보니 빵도 있고 간단한 식사 거리도 있는 것 같아요. 윗층에서는 식당도 운영하는가 봅니다. 아무튼 우리는 딸기, 레몬 음료를 주문하고 쇼파에 푹 안겨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다 먹지 못한 음료는 테이크아웃 잔에 담아서 집에 오는 길 차에서 마셨어요. 



이번 주에는 작은언니까지 천안에서 우리 세 자매가 함께 밥을 먹었습니다. 이번에도 큰언니가 검색을 통해 맛집 몇 군데 알아봤더군요. 그 중에 우리가 선택한 곳은 <흙사랑>이라는 식당입니다. 밥 먹고 각원사 산책을 할 계획이라 각원사 근처 맛집으로 알아봤죠. 그동안 천안에서 먹은 밥상 중에 저는 최고였습니다. 가격 대비 양도 푸짐하고 무엇보다 건강한 맛이었어요. 아침을 거른 우리 세 자매 정말 배불리 잘 먹었습니다. 메뉴는 뭐였냐고요? 바로 '누룽지 흑임자 오리 백숙'입니다. 색깔이 거무스름하죠? 흑임자가 들어가서 그래요. 정말 고소해요. 피자처럼 나오는 누룽지에 백숙 국물을 부어 먹으면 진짜 맛있답니다. 닭 백숙에 비해 오리가 살도 푸짐하더라고요. 반찬도 맛깔스러워서 배고픈 우리는 한동안 정신 없이 먹는 일에만 열중했습니다. 30분 정도만 미리 예약하고 가도 돼요. 사장님 내외분이 친절하셔서 계산하고 나오면서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다음에 천안에 사는 우리 시동생 커플과도 꼭 한 번 가봐야지 했네요. 네 명이서도 먹을 수 있는 푸짐한 양이랍니다.



각원사 산책을 하고 큰언니가 뜬금없이 쌍화차를 마시고 싶다고 해서 전통찻집을 검색해 온 곳이에요. <구름정원>이라는 곳인데 각원사에서 멀지 않아요. 주변에 공사 중인 곳이 있어서 뷰가 좋지는 않지만 실내는 아늑하고 좋아요.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전통찻집 특유의 향이 납니다. 이런 곳은 언제 와봤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아요. 어쩌면 생애 처음일지도... 쑥떡과 대추잎차가 먼저 나와요. 쑥떡은 안에 들어있는 고물이 달지도 않고 아주 맛있었어요. 대추잎차는 아주 은은하고요. 우리 세 자매는 각기 다른 차를 주문했습니다. 큰언니는 쌍화차, 작은언니는 대추차, 저는 시원한 오미자차로요. 언니들과 함께가 아니라면 이런 곳에 와서 이런 차를 마실 일은 없었겠죠? 큰언니가 옛날 생각 난다며 가래떡도 주문해서 꿀에 찍어 먹었습니다. 친정아빠가 아주 좋아하던 건데 지금은 세 딸이 아빠를 추억하며 먹고 있네요.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작은언니 KTX 예매 시간을 놓칠 뻔했습니다. 아쉬워하며 서둘러 헤어졌어요. 



큰언니 덕분에 천안 맛집 투어 잘하고 있습니다. 다음에는 어디로 무엇을 먹으러 갈지... 아무튼 큰언니가 무엇이든 맛있게 잘 먹고 빨리 건강을 되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월요일이면 새로운 항암을 시작하는 언니, 이번엔 약이 잘 맞아서 몸이 좋아지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우리 세 자매, 아니 네 형제 앞으로 맛있는 거 함께 먹으러 다니고 좋은 거 함께 보고 즐기며 오래오래 행복할 수 있기를... 하늘에 계신 우리 엄마아빠가 바라고 있을 텐데요. 다른 욕심 없이 그저 건강만을 바라게 되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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