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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Mar 16. 2024

오늘 <여행을 일상처럼> 연재를 마칩니다!

내가 꿈꾸는 여행...

이번 주 목요일부터 요일별 브런치북 연재를 하나하나 마무리짓고 있다. 오늘은 토요일,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을 연재하는 날이다. 사실 작년 11월 브런치를 시작할 때가 재수생 둘째의 수능이 얼마 안 남았던 때였다. 수험생 자식이 있으니 작년엔 맘놓고 여행을 갈 수도 없었고 그 후로도 둘째가 1월까지 체육 실기를 봐야하는 상황이었으니 당분간 여행은 언감생심이었다. 그런데 일주일 7개의 브런치북을 연재하겠다고 마음먹고 토요일 주말에 어울리는 주제는 '여행'이지 하며 무턱대고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여행은 가지 못하면서 글을 쓰겠다고 그야말로 용썼다. 전에 블로그에 썼던 여행 글을 편집하기도 하고 여행이라고 하기엔 멋쩍은 당일 데이트를 올리기도 했다. 얼마나 쓸 게 없었으면 집 새시와 문을 교체하고 커튼 단 얘기까지 '일상을 여행처럼'이라는 말에 어거지로 끼어 맞춰서 썼을까. 여행 작가들이 보면 정말 우습기 짝이 없는 글일 것이다. 그래서 그만두기로 했다. 


여행에 대한 글을 연재하지 않는다고 해서 여행을 꿈꾸지 않는 건 아니다. 올해 남편과 더 적극적으로 국내 여행을 다니기로 했다. 5년 후 결혼 30주년을 기념해 우리 부부는 도시를 떠나 지방으로 내려가 살아보자는 포부를 갖고 있다. 그때 어디서 살면 좋을지 국내 구석구석을 돌아다녀 보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여러 이유를 대며 미뤘던 등산도 다시 시작할 계획이다. 2017년에 일을 그만두고 3년 동안 여러 산을 올랐다. 내가 그렇게 산을 좋아하는지 나도 그때 처음 알았다. 2018년 1월에 두 아들과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하면서 남편, 시동생과 함께 올랐던 한라산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무릎과 허리가 안 좋아서 동네 청량산 등산에만 만족하고 있었는데 이제 봄이 오고 있으니 슬슬 움직여봐야겠다.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여행과 등산을 게을리 했더니 몸이 더 안 좋아지고 기분마저도 활기를 잃은 듯하다. 역시 사람은 움직여야 한다.


평생 해외 여행이라고는 98년 11월 신혼여행으로 다녀온 방콕 파타야 여행이 전부다. 대학 졸업 전부터 학원 강사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월급이 끊기는 걸 두려워했다. 넉넉하지 않은 집 셋째 딸로 형편에 맞지 않는 4년제 대학을 다녔으니(나보다 공부 잘했던 두 언니는 집 형편 생각해서 간호 전문대, 그때 핫했던 컴퓨터 전공 전문대를 다녔다) 낯짝이 있으면 일찌감치 발벌이를 해야했다. 목돈이 들어가고 기간도 길게 잡아야 하는 해외 여행은 언감생심이었다. 다행히 외국어 스팩이 필요없는 국어 강사로, 지금은 논술 강사로 재취업해서 일하며 토종 한국인으로 살았다. 남편이 "이제 우리도 애들하고 해외 한번 나가도 되잖아?"하면 그때마다 난 우리나라도 아직 안 가본 데 투성이고 국내도 충분히 좋다며 굳이 큰돈 들여 해외에 나가야 하냐고 했었다. 전보다 나아진 형편이 다행스럽기는 하지만 해외 여행에 한번 발을 들여 놓으면 자꾸 떠나고 싶어질까봐 살짝 걱정도 됐다. 


그런데 요즘 마음에 바람이 인다. 세계사 책을 읽으며 지구본을 돌려보다가 세계는 무지무지 넓고 우리나라는 너무너무 좁아서 나 자신이 쪼그라드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멀리 떨어진, 대한민국과는 완전히 다른, 그런 곳에 가면 내가 무엇을 느끼게 될 지 궁금해졌다. 우리 두 아들에게도 넓은 세상을 얼른 보여주고 싶어졌다. 적금 통장을 꺼내보며 이걸로는 일본, 저걸로는 유럽, 혼자서 계산기를 두드려보기도 한다. 여행은 가기 전이 더 설렌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진 못했지만 넓은 세상, 다른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가슴 속에서 일렁이고 있다. 올해가 가기 전에 나의 처음과도 같은 해외 여행 기록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의 연재는 끝내지만 내 인생의 여행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전보다 나이 든 몸이지만 전과는 달라진 마음으로 새로운 여행을 계획하련다. 여행이 일상이 되진 않겠지만 일상을 여행처럼 사는 건 가능할 것 같다. 여행 기간은 길지 않더라도 가고 싶은 곳을 정하고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는 과정이 일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면 나의 일상이 설렘으로 가득차지 않을까 싶다. 머지 않은 때에 나는 다시, 나만의 여행 기록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여행을 일상처럼, 일상을 여행처럼> 19화로

연재를 마침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이전 18화 도무지 여행 기분을 낼 수가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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