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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Mar 03. 2024

요즘 가장 볼만한 영화 <파묘>

관객수 1000만까지 가려나?

오컬트(occult)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신비적ㆍ초자연적 현상. 또는 그런 현상을 일으키는 기술.


영화 <파묘>한국 오컬트 영화의 맛을 보여준다. <검은 사제들>, <사바하>를 만든 장재현 감독의 최신작이다. 그 전 영화들을 본 것 같은데 나이 탓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 블로그를 찾아보니 영화 <사바하>에 대한 리뷰가 있다. 지난 주말에 우리 네 식구가 <파묘>를 같이 봤는데 작은아들은 <사바하>가 더 좋았다고 다. 나는 <파묘>가 기대 이상이어서 그렇다면 <사바하>도 다시 봐야겠다 생각했다. 시간이 되면 장재현 감독의 그 전 작품 <검은 사제들>(2015), <시간위의 집>(2017)도 챙겨 보고 싶다. 요즘 볼 만한 영화, 특히 한국 영화가 없었는데 오랜만에 본 영화 <파묘>는 우리나라만의 정서와 문화가 영화로 잘 표현된 것 같아 좋았다.



죽은 사람이 묻힌 묘를 파내는 일을 소재로 하고 있으니 영화의 분위기는 음침할 수밖에 없다.  '죽음'은 산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다. 내가 죽는 것도 무섭지만 내 가족의 죽음은 상실의 슬픔으로 오래오래 가슴에 남는다. 그런데 너무 오래 전에 땅에 묻힌 누군가가 한을 풀지 못하고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해를 가한다면? 영화를 보는 내내 생각했다. 생과 사는 분리되어야 한다고, 육신과 영혼은 함께 가야 한다고 말이다. 죽은 이는 땅속에 묻히는 순간 땅위의 모든 것에서 손을 떼야 한다. 그리고 산 자들은 죽은 자가 훌훌 털고 편안히 잠들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예를 갖추어 보내야 한다. 그것이 틀어지면 땅속이 소란스럽고 산 자들도 편안하지 않다. 



신과 인간의 중간 쯤에 있는 듯한 인물들은 아우라가 다르다. 죽은 사람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장의사, 땅의 기운을 읽어내는 풍수사,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사람들의 마음까지 읽어내고 한을 풀어주기도 하는 무당, 영화 <파묘>의 인물들은 그 직업의 특이성이 우선 흥미롭다. 유해진, 최민식, 김고은, 이도현, 네 배우의 연기도 볼 만하다. 자기 색깔에 맞는 옷을 잘 입은 느낌, 그래서인지 영화에 대한 몰입도가 좋다. 특이한 소재에 예상할 수 없었던 이야기의 전개,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팽팽한 분위기, 나는 최근 본 한국 영화 중에 최고였다고 생각했다. 


항상 영화에 대한 평이 날카로운 큰아들은 앞부분 1시간은 좋았는데 뒷부분 1시간이 좀 억지스러운 면도 있었다며, 장재현 감독이 <검은 사제들>, <사바하>에 이어 아직 100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아쉬워했다. 작은아들은 <사바하> 만큼은 아니지만 영화가 끝날 때까지 지루하지는 않았다며 괜찮았다는 평이다. 남편은 자신의 최애 영화 <곡성>은 못 따라가지만 기대 이상이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나는 김고은이 무당 역할을 비교적 잘해냈다고 생각했는데 남편은 <곡성>의 무당 황정민에게는 못 따라간다며 갑자기 나홍진 감독은 영화 안 내놓고 뭐하고 있냐고 해서 우리 가족 함께 웃었다. 나도 나홍진 감독의 영화를 기다리는 한 사람이다. 



<곡성>의 황정민 만큼의 아우라는 아니어도 <파묘>의 김고은은 젊은 여자 무당의 분위기를 한껏 뽐냈다. 굿하는 장면은 나름 신선했고 살짝 무서웠고 잠깐 동안 가슴이 둥둥 울렸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순하게 바둑을 두던 배우, 김도현의 문신 가득한 팔도 인상적이고 연기 변신도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영화를 보면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항상 떠오른다. 다른 나라와 문화에서는 흉내낼 수 없는 우리나라의 고유의 것을 예술의 소재로 삼는 것은 특이성이라는 면에서 아주 좋은 선택인 것 같다. 물론 그것이 보편성을 획득하고 대중성까지 지니게 하는 건 감독의 역량이겠지만 말이다. 



영화 <파묘>는 오랜만에 우리 가족이 함께 본 영화다. 2시간 넘게 바짝 긴장하고 봐서인지 영화를 보고 나오니 어깨가 뻐근했다.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오늘 같은 휴일 영화관 나들이를 권한다. 검색해보니 누적 관객수가 오늘 538만 명이란다. 이번 주말이 지나면 훨씬 오를 텐데 설마 1000만까지 가려나?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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