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많아지는 영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한때는 서로를 사랑했고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자식을 낳았지만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은 아들 때문에 부부 관계는 틀어진다. 좋았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어려운 상황이 되었을 때 바닥을 드러내며 불거지기도 한다.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진짜 그 사람의 성격이나 욕구를 알게 되는 것 같다. 살면서 자신이나 상대방을 시험하는, 어려운 문제에 부딪치지 않으면 좋겠지만 어디 인생이 그런가. 부부는 수시로 보이고 싶지 않은 면을 보이기도 하고 보고 싶지 않은 부분을 보기도 하며 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갈 수 있는 힘은 상대방이 나와 다르지 않은 약한 존재라는 걸 인정하기, 자신의 길을 찾을 때까지 응원하며 기다려주기, 끝까지 믿어주기, 이런 것들이 아닐까 싶다. 나는 남편에게 그런 아내인가를 생각했다.
영화 <추락의 해부>의 배우들은 하나같이 연기를 잘한다. 잠깐 나오는 죽은 남편과 주인공 아내, 아내의 오랜 친구이자 변호사 남자 친구, 시원한 머리가 특징인 검사, 그리고 어린 아들과 하물며 개까지 관객의 몰입을 돕는다. 한 편의 영화가 잘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감독과 각본도 중요하지만 연기자들의 자기 역할이 이처럼 중요하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영화였다.
영화를 다 보고나면 생각이 많아질 수 있다. 영화가 보여주는 결말이 과연 진실일까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죽은 사람을 위한 진실 규명이 중요한가, 아니면 산 자들을 위한 행복한 결말이 더 나은가 라는 생각을 할 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는 이런 영화가 좋다. 볼 때는 영화에 완전히 몰입하게 하고, 끝나고 나면 여운을 남기며 여러가지 생각에 잠기게 하는 영화 말이다. 영화든 책이든 보고난 후 그 전의 나와는 조금 다른 내가 되어가는 느낌은 그 깊은 생각 후에 오니 말이다. 최근에 본 영화 중에 나는 <추락의 해부>를 최고로 꼽을 것 같다. 큰아들의 말대로 내 취향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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