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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Mar 10. 2024

내 취향에 딱 맞는 영화 <추락의 해부>

생각이 많아지는 영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이번 주 월급날, 오랜만에 혼자 영화를 보러 갔다. 큰아들이 먼저 보고 친절하게 엄마 취향일  거라며 권해준 영화다. 프랑스 영화 <추락의 해부> 제76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다. 영화가 어땠냐고 묻는다면 "잘 만든 영화다. 몰입감이 좋았다. 무엇보다 배우들이 하나같이 연기를 잘한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오전 내내 바쁘게 움직이는 바람에 혹시나 영화 보면서 졸기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아이스 아메리카노 도움 없이도 괜찮았을 것 같다. 152분이라는 러닝 타임이 길지 않게 느껴졌다.



영화 내용은 단순하다. 유명 작가의 남편이 추락사를 했는데 그것이 단순 사고냐 또는 자살이냐 아니면 그 유명 작가인 아내에 의한 타살이냐에 대한 법적 공방이 이어진다. 목격자는 시각 장애를 가진 어린 아들과 안내견뿐이다. 검사와 변호사가 내놓는 증거들과 증인들의 다양한 증언, 유력한 용의자인 아내와 목격자인 아들의 진술이 관객의 판단을 이리저리 이끈다. 자살이네 했다가 검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내가 죽인 것 같고 유명 작가의 진심어린 진술을 들으면 저런 사람이 남편을 죽이진 않았겠지 싶다가 사고 상황을 분석한 내용을 들으면 그냥 추락사로 보기엔 좀 무리가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고 치열한 법적 공방을 보여주니 지루할 틈이 없다. '추락의 해부'로 이렇게 완벽한 영화 한 편을 만들어낸 창작자의 능력이 존경스럽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 아주 작은 소재도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는다. 수많은 예술작품이 나왔지만 아직도 우리 세상엔 못다한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하다. 그러니 앞으로 내가 쓸 글도, 기회가 된다면 책도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얘기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해부, 나 자신에 대한 해부, 최근에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해부까지 더 깊이 들어가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한때는 서로를 사랑했고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자식을 낳았지만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은 아들 때문에 부부 관계는 틀어진다. 좋았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어려운 상황이 되었을 때 바닥을 드러내며 불거지기도 한다.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진짜 그 사람의 성격이나 욕구를 알게 되는 것 같다. 살면서 자신이나 상대방을 시험하는, 어려운 문제에 부딪치지 않으면 좋겠지만 어디 인생이 그런가. 부부는 수시로 보이고 싶지 않은 면을 보이기도 하고 보고 싶지 않은 부분을 보기도 하며 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갈 수 있는 힘은 상대방이 나와 다르지 않은 약한 존재라는 걸 인정하기, 자신의 길을 찾을 때까지 응원하며 기다려주기, 끝까지 믿어주기, 이런 것들이 아닐까 싶다. 나는 남편에게 그런 아내인가를 생각했다. 



 영화 <추락의 해부>의 배우들은 하나같이 연기를 잘한다. 잠깐 나오는 죽은 남편과 주인공 아내, 아내의 오랜 친구이자 변호사 남자 친구, 시원한 머리가 특징인 검사, 그리고 어린 아들과 하물며 개까지 관객의 몰입을 돕는다. 한 편의 영화가 잘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감독과 각본도 중요하지만 연기자들의 자기 역할이 이처럼 중요하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영화였다. 



영화를 다 보고나면 생각이 많아질 수 있다. 영화가 보여주는 결말이 과연 진실일까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죽은 사람을 위한 진실 규명이 중요한가, 아니면 산 자들을 위한 행복한 결말이 더 나은가 라는 생각을 할 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는 이런 영화가 좋다. 볼 때는 영화에 완전히 몰입하게 하고, 끝나고 나면 여운을 남기며 여러가지 생각에 잠기게 하는 영화 말이다. 영화든 책이든 보고난 후 그 전의 나와는 조금 다른 내가 되어가는 느낌은 그 깊은 생각 후에 오니 말이다. 최근에 본 영화 중에 나는 <추락의 해부>를 최고로 꼽을 것 같다. 큰아들의 말대로 내 취향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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