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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Feb 25. 2024

지금 봐도 좋다! 20년 전 한국영화 <인어공주>

전도연, 박해일, 고두심, 그리고 이선균의 20년 전 모습!

 <인어공주>는 2004년에 개봉한 영화다. 개봉한 지 20년이다. 전도연, 박해일의 20년 전 모습을 볼 수 있다. 내 나이쯤 되는 고두심이 전도연의 엄마로 나온다. 시간이 많이 흘렀구나 싶다.  <일타 스캔들>의 전도연, 영화 <헤어질 결심>의 박해일, 그리고  <우리들의 블루스>의 고두심까지 영화 <인어공주>의 출연진들은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배우들이다. 이 영화에 나오는 줄 몰랐는데 이선균이 앳된 모습으로 전도연 남친으로 등장했다. 얼마 전 이선균의 안타까운 죽음이 있어서인지 반가우면서도 가슴이 아팠다. 이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은 20년 동안 꾸준히 연기를 해왔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최고의 배우가 되어 여전히 맹활약하고 있으니 참 대단하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이를 먹긴 먹었나 보다. 영화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하니 말이다. 


요즘엔 세월을 이겨낸 모든 것들이 좋다. 오래전에 쓰였지만 지금까지 감동적으로 읽히는 고전 소설, 저세상 사람이 되었지만 여전히 글로 이 세상에 살아 있는 작가들, 다시 봐도 좋은 오래된 영화들, 몇 번을 리메이크해서 여러 가수의 목소리로 듣고 또 들어도 좋은 옛 노래, 길가에서 우연히 만난 흘러간 팝송, 그리고 오래된 인연으로 함께 나이 들어가는 사람까지. 20년이 지난 후 나는 어떤 모습의 70대가 되어 있을지 궁금하다. 그때의 나는 무슨 책을 읽고 어떤 리뷰를 쓰고 있을까. 어떤 영화를 보며 감상에 젖어 있으려나. 지금은 좋아하지 않는 트로트를 그때는 좋아하게 되려나. 누구와 만나 지금의 우리를 추억하고 있을까. 



이 오래된 영화를 보게 된 건 언젠가 영화를 좋아하는 큰아들이 괜찮다고 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에 있길래 반가운 마음에 보기 시작했다. 영화를 보며 궁금해졌다. 이 영화는 큰아들 네 살 때 개봉한 영화인데 아들은 이 영화의 무엇이 괜찮았을까. 배우 박해일을 좋아해서일까, 젊디 젊은 우리 아들의 마음 속에 촌스럽고 순수한 것에 대한 끌림이 있나, 아니면 순전히 영화의 구성이나 완성도 또는 영상미에 대한 평가일까, 큰아들에게 한번 물어봐야지 싶다. 아무튼 나는 영화 속 고두심과 같은 엄마의 나이가 되어서 전도연, 박해일, 이선균의 그때처럼 젊었던 나를 추억하고 그리워하며 영화를 감상했다. 긴장하지 않고 볼 수 있는, 잔잔하고 따뜻한 영화라 혼자 보기에도 좋다. 



<인어공주>는 돈만 밝히는 억척스러운 엄마의 스무 살 때를 만나는 이야기다. 엄마도 처음부터 엄마였던 건 아니었다고, 엄마와 아빠도 풋풋한 사랑을 나눴던 시절이 있었노라고, 엄마가 지금의 이런 모습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을 겪었겠냐고, 엄마도 차마 말하지 못했던 가슴 아픈 사연이 있노라고, 딸에게 말해주는 그런 영화다. 울엄마는 2년 전 우리 곁을 떠나 아빠에게 갔다. 영화를 보며 틈틈히 엄마가 생각났다. 그리고 엄마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듣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엄마아빠의 앨범을 뒤져 결혼식 사진과 젊은 부부였을 때, 그리고 엄마가 지금의 내 나이쯤 되었을 때의 사진을 골라 액자로 만들어 남골당에 모셨다. 사진 속 엄마는 젊고 예쁘다. 아빠 곁에서 눈부시도록 환하게 웃고 있다. 그런 엄마가 우리 네 형제를 키우느라 젊음을 잃고 예쁨도 잊고 웃음마저 시들었다. 살아계실 때 미안하다고, 고마웠다고, 사랑한다고 더 많이 이야기할 걸 그랬다. 엄마를 너무 외롭게 한 건 아닌지 뒤늦게 후회가 밀려온다. 



이 영화의 전도연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영화 <내 마음의 풍금>(1999)이 떠오른다. 두 영화 속 전도연의 모습이 서로 아주 닮았다. 촌스럽고 순수하고 그래서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다. 얼굴은 검게 그을렸고, 주근깨인지 기미인지 눈밑에 가득하고, 옷은 촌티가 줄줄 흐르는데도 그냥 예쁘다. 한 사람을 향한 순수한 마음, 이가 다 드러나도록 환하게 웃은 그 웃음이 너무 사랑스러워 보는 사람도 웃음짓게 한다. 참 이상하다. 요즘엔 옷도 세련되게 입고 얼굴도 성형이니 시술이니 하는 걸로 팽팽하게 고치고 몸매도 늘씬하고 화장도 끝내주게 하는데도 이 영화 속 전도연 만큼 예쁘지 않다. 책에서나 나오는 '내면의 아름다움'이라는 게 진짜 있는지도 모르겠다. 잘 꾸미고 화려한 겉모습이 잠시 눈이 갈 수는 있지만 예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주는 매력을 이길 수는 없다. 


<인어공주>의 전도연과 <내 마음의 풍금>의 전도연


바깥 공기가 차다. 겨울이다. 그리고 오늘은 휴일이다. 따뜻한 방안에서 간식거리 앞에 두고 넷플릭스로 영화 <인어공주> 한편 보는 거 어떨까? 나처럼 나이든 사람들에게는 옛 추억이 새록새록 생각날 것이다. 엄마가 보고싶어질 수도 있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요즘 도심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 신선하지 않을까? 너무 촌스럽다고 웃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몸도 마음도 따뜻해지는 영화다. 20년 전의 영화지만 지금 봐도 좋다. 중년이 되고 노년이 된 배우들의 젊은 시절의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오래된 한국영화 <인어공주>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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