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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돼지 Nov 14. 2019

영국에서 알고 느끼게 된 소소한 것들

그전에는 몰랐다

영국에서 지낸 지 3년이 지났다. 짧다면 짧은 시간임에도 그동안 느끼게 된 흥미로운 사실들이 있다.


기후 변화는 유럽에만?

2016년 영국에 처음 온 후로 기후 변화에 대한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종종 기후 변화 때문에 영국 날씨가 많이 변했다는 이야기도 했다. 한국에서 접했던 뉴스는 정치, 경제, 연예가 주였던 터라 기후변화라는 주제를 접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얄팍하게도 나는 유럽에만 기후변화가 심각하다고 생각했다.
영국에서는 환경운동가, 일명 에코 워리어(eco warrior)들이 종종  런던 시내를 장악하고 시위를 하곤 한다. 한 번은 평일 대낮에 일주일 동안 시위를 하다 경찰들에게 끌려가는 에코 워리어들을 뉴스에서 보며, 저 사람들은 남들 한참 일할 시간에 시간이 남아돌아서 시위를 하는구나 싶었다. 한국에 사는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 한국은 먹고살기 바빠서 환경문제로 시위할 시간이 없다는 농담을 했다.
2018년 12월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으로 한참 바쁠 시기에 게트윅 공항에 정체불명의 드론이 나타났다. 안전상의 이유로 비행기는 이착륙하지 못하고 3일(12월 19일부터 12월 21일까지) 동안 공항은 문을 닫았다. 당시 뉴스에서는 에코 워리어들이 배후에 있을 거라고 했으나 피의자를 잡지 못해 실제로 에코 워리어들이 연관돼있는지는 모른다. 또한 영국의 정당에는 환경을 위해 정책을 펴는 녹색당도 있다.


녹생당은 공식적으로 형성된 정당으로서 사회정의, 환경주의, 비폭력과 같은 녹색 정치 원칙을 기반으로 한다.
A Green party is a formally organized political party based on the principles of green politics, such as social justice, environmentalism and nonviolence.

출처 : 위키피디아

https://en.m.wikipedia.org/wiki/Green_party


그러던 중 2018년도 여름에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어 당시 서울 최고온도 40도를 넘는 폭염을 직접 경험했다. 뉴스에서역대 최고 기온을 갱신했다거나 내일오늘보다 더 덥다는 사실만 기술할 뿐, 기후변화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30년 가까이 서울에 살았으면서도 사람이 녹아내리는 듯한 더위는 난생처음이었다. 그때서야 나는 기후변화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남을 인식했다. 영국도 미디어에서 환경과 기후변화에 대한 논의만 할 뿐 실질적으로 플라스틱을 줄이겠다는 정책이나 실천이 잘 이루어지진 않는다. 그럼에도 문제제기와 논의가 문제 해결의 시작이라면 한국은 한 발짝 뒤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전세계에서 영국이 8번째로 인당 많은 쓰레기를 배출한다. 한국보다 영국에서 환경 주제로 더 많은 논의를 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일까

출처 : 네이션마스터

https://www.nationmaster.com/coun


방목형 계란과 소고기

영국 슈퍼마켓에서 파는 계란에는 프리 래인지( free range)라고 쓰여있는 것들이 많다. 처음에는 계란을 사이즈에 상관없이 파는 상품이라 생각했다. 그러다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프리 래인지의 의미가 닭장에 가두지 않고 키운 닭들이 낳은 계란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영국 계란의 노른자가 한국 계란보다 더 노랗다. 영국의 계란이 한국 계란보다 더 고소하고 맛있다는 친구들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방이 낀, 이른바 마블링이 잘 된 소고기가 비싸고 질 좋은 고기다. 반면, 영국에서 파는 소고기는 방목으로 자라 비계 없이  빨갛다. 방목으로 자란 소는 누린 내가 나서 예민한 사람들은 영국 소고기를 먹기 힘들어 한다. 좁은 우리에 가둬서 키우는 한국 소는 기름이 많고 누린 내가 없다. 한국에서는 모든 가축들이 좁은 우리에서 자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영국의 땅이 큰 편은 아니지만 가축들이 들판을 돌아다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저렴한 생리대

영국은 집값과 교통비가 한국보다 많이 비싸고, 장바구니 물가는 한국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싸다. 그중에서도 생리대가 저렴하다. 한국에서는 생리대를 한 팩에 3천 원 정도는 줘야 했다. 그래서 항상 1+1 혹은 2+1 같은 할인행사를 할 때 한꺼번에 구매를 해놓았다. 영국에서 내가 자주 애용하는 드럭스토어 부츠의 자체 생산 제품은 나이트용 생리대 10개에 0.75p로 한화로 약 천 원 정도이다. 조금 더 비싼 다른 생리대들이 있지만 체감상 전반적으로 생리대가 저렴하게 느껴진다.

생리대 대형사이즈 12개가 한화 천원정도이다.
생리대 나이트용 10개가 한화 천원정도이다.

한국에서 저소득 가정의 학생들에게 몇몇 단체에서 생리대 후원을 한다. 여자에겐 꼭 필요한 필수품이라서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는 가격이다. 전반적인 물가와 최저임금이 상대적으로 높은 영국에서 생리대 가격이 한국보다 저렴하다면, 한국에서도 정부에서나 기업에서 단가를 낮추려면 낮출 수 있지 않을까.


접대 없는 영업, 회식 없는 회사생활

한국에서의 접대는 상대방의 가족관계부터 출신 대학, 고향과 같은 개인정보를 아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비싼 음식점에 가거나, 비싸지 않더라도 만족스러울 만한 식사 대접과 술자리가 필수다. 영국에서는 영업직원들이 근무시간에 사무실로 빈 손으로 온다. 기껏해야 달력, 다이어리, 크리스마스에는 와인과 카드 정도다. 와서도 업무 관련 이야기만 하고 짧게 머물다 간다. 영국에는 외식비가 비싸고, 런던과 같은 시내가 아니고서야 주변에 식사할 데가 마땅치 않은 배경도 있겠지만 확실히 영업직원도 사적인 선을 넘지 않는다.

회사에서 공식적인 저녁 회식은 일 년에 한 번 크리스마스 식사 정도고 그 외에는 없다. 개인적으로 친한 동료들끼리 만나는 것이 아닌 이상 퇴근 후 바로 귀가를 하고 그것이 이상할 게 없다. 한국 사람들이 한국보다 영국이 아이를 낳고 가정 꾸리기 더 좋다고 말하는 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은 모든 것이 최신식이고 발 빠르고 정확하다. 영국은 낡은 것들을 그대로 쓰는 경향이 있고, 느리고 엉뚱할 때가 많다. 중대 사안을 처리할 때마다 답답한 일들이 많이 생겨 영국식 스타일에 적응을 못 하는 사람들도 많다. 운이 좋게도 아직 나에게는 그렇게 답답하고 화나는 일은 없었고, 한국에선 느끼지 못했던 소소한 것들을 발견하는 재미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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