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무한한 사랑으로
우주가 5살 즈음 아이의 고모가 우주에게 엄마는 어떤 사람이야?라고 물은 적이 있다. 내심 우주의 대답이 궁금해서 나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못 들은 척 귀를 쫑긋했다.
"우주야 엄마는 어떤 사람이야?"
"엄마는 다 잘한다고 해주는 사람. 그리고 맨날 안아주는 사람이에요."
어떤 대답이 나올까 두근거리며 뒤통수로 듣고 있던 나는 앞으로 내가 가야 할 길의 정답을 얻은 것 같았다. 엄마는 잘한다고 해주는 사람, 안아주는 사람이구나. 그걸 잊지 말아야지. 그날의 기억이 무척 선명해서 아직도 길을 잃을 때면 그때를 떠올린다.
아이가 더 커서 내 품에 안기지 않는 나이가 되면 마음을 안아주는 사람이 되어야지. 세상이 다 등 돌려도 안아주고 또 안아주는 사람이 되어야겠구나. 어쩌면 아이에게 필요한 건 그것뿐인 것 같았다.
하나가 그때의 우주와 같은 나이가 되었을 때 했던 말이 있다.
"엄마는 맨날 잘한다고 해."
그림 그린 걸 가위로 자르고 있는 하나에게 평소처럼 잘한다 잘한다 박수를 치던 나에게 하는 말이었다. 하나에게 나는 잘한다고 해주는 사람이려나. 그렇다면 더 오래 더 많이 잘한다고 해줘야겠다. 이 아이가 하는 뭐든 일에 든든한 뒷배가 되어줘야지. 기뻐하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되어야지 생각했다. 그걸로 나는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하나에 대한 고민은 끝난 것 같았다. 나는 아이에게 안아주는 사람. 잘한다 잘한다 해주는 사람. 그거면 되었다.
아이들은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맹목적으로 사랑했고 의심 없이 다가왔고, 얼마든지 용서해줬다. 오직 무한한 사랑으로. 그건 내가 아이에게 주는 것 이상의 크기였다. 내리사랑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아이는 이미 부모에게 모든 것을 주었을지 모른다.
아이의 예쁜 말들을 최대한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육아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엄마처럼 좋은 엄마는 세상에 없어요.' 이야기하며 잠들었던 6살의 여름밤을. 눈이 마주쳐서 웃었더니 '엄마 왜 웃었어요? 내가 좋아서 그랬구나?' 가끔은 나도 잊고 있던 내 마음을 입 밖으로 꺼내 주는 날을. 조금은 피곤한 얼굴로 웃고 있을 내 젊은 날을 잊지 않으려고 쓴다. 흔들릴 때마다 날 붙잡아 주었던 아이들의 기록이 훗날 아이들에게 부족한 엄마를 이해하는 단서가 되어주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