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에서 레스토랑으로_모하메드 술탄 로드
우리의 나이에 맞추어 '함께' 변한 거리
프런트 페이지(Front Page), 넥스트 페이지(Next Page)
마담 웡(Madam Wong), 슈가(Sugar), 에덴(Eden), 녹스(Nox), 러쉬(Lush), 아메바(Amoeba)
싱가포르에서 누군가에게 이런 단어들을 던졌을 때,
모하메드 술탄 로드(Mohamed Sultan Road)!!!!!!
라고 외치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 그 사람은
'클럽 좀 다녀본 중년'이다.
모하메드 술탄 로드(Mohamed Sultan Road)가 클럽가가 된 것은
1991년 저널리스트였던 Peter Wong이 당시 창고로 쓰이던 샵하우스에 나이트클럽, '프런트 페이지'를 오픈하면서 부터다. 2003년 싱가포르 정부의 규제가 시작되기 전까지 약 20여년에 걸쳐 이 길엔 클럽이 우후죽순 생겼고 금요일과 토요일은 밤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요란한 음악과 현란한 빛, 그 보다 더 화려한 클러버 (clubber)들로 불야성을 이루었다.
'저널리스트에서 성공한 클럽 사업가로'
뭔가 좀 어울리지 않지만 Peter Wong은 그 만의 'sophisticated'한 클럽 문화로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언론의 통제가 있는 싱가포르라는 나라에서 저널리스트로 살아간다는 데 많은 답답함이 있었던 것 같다. 이 곳에 모이는 클러버들은 저널리스트를 비롯해서 지성과 외모를 갖춘 지성인들로 소위 물 좋은 곳으로 소문이 나면서 점차 이 길엔 클럽과 클러버들이 늘어갔다.
도로 정체와 취객들로 문제가 생기자 정부에서 크고 작은 규제를 시작했고, 이 길에 늘어서 있던 클럽들은 이젠 중년들의 추억의 장소로 남게 되었다.
"라떼는 말이야, 모하메드 술탄 로드에 가서....."
"클럽을 가보려 해도 클럽 여는 시간 전에 잠드는데 어떻게 가겠냐고. 나는 저녁 9시면 졸기 시작해서 밤 10시면 잠들어."
"요즘은 어떤 클럽이 쿨한가. 요즘 젊은 사람들도 그런 데 가나?"
"가지 안 가겠어? 우리가 안 가니까 모르는 거지."
"요즘은 무릎 아파서 하이힐 신고 오랫동안 서 있지도 못해. 클럽에 운동화 신고 가서 놀 수는 없잖니."
"갔다가, 아들 친구들이라도 만나면 어쩌니? 같이 놀아?"
지난 주말,
모하메드 술탄 로드에서 만난 친구들과 20년도 훨씬 지난 당시 클럽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가 함께한 시간과 사람들을 추억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그 사이 누군가는 엄마가 됐고, 누군가는 결혼했고, 누군가는 이혼했고. 누군가는 천국에 갔고. 누군가는 채식주의자가 됐고, 누군가는 술을 끊었다.
우리들은 흘러간 시간만큼 그렇게 변해 있었다.
모하메드 술탄 로드(Mohamed Sultan Road)의 클럽은 우리의 나이에 걸맞게 'sit down' 레스토랑으로 바뀌었고 한 때 이 길의 물 좋은 클럽에서 잘 나가던 우리들이 클럽이었던 자리에 생긴 레스토랑에 앉아 이곳에서 놀던 시간을 함께 추억하고 있다.
클럽에서 하이힐을 신고 꽉 조이는 드레스를 입고 술잔을 들고 뛰어 놀았던 우리들은 레스토랑 의자에 앉아 잘 차려진 음식을 보며 감탄하고 사진을 찍어대며 음식이 예쁘다고, 맛있다고 연발하는 것이 더 좋은 나이가 되었다.
실컷 놀아 봤기 때문에 이젠 못 놀아도 후회는 없다고 이구동성 말하는 우리들은 레스토랑의 어두운 조명을 탓하며 돋보기를 꺼내 쓰고 메뉴를 읽는 그런 나이가 되었다.
모하메드 술탄 로드 맛집
Bistecca Tuscan Steakhouse | Traditional Tuscan sharing steaks
요즘 누가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를 메인으로 먹니?
'스테이크가 거기서 거기지' 라는 통념을 깨주는 곳이다. 함께 곁들이는 소금조차 특별하다.
모양은 프렌치인데 맛은 인디언.
먹기 전에 눈으로 먼저 맛을 느낄 수 있는, 시각과 미각을 함께 만족시키는 퓨전 인디언 레스토랑.
모로코 음식에 익숙한 사람과 모로코 음식을 처음 접하는 사람 모두 만족하는, 북아프리카와 지중해에서 직접 공수한 스파이스와 재료로 만든 정통(Authentic)의 맛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