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나 Nov 01. 2023

여행자의 아침 _ Wild Honey

올데이 글로벌 브렉퍼스트

2009년,

당시 '싱가포르 항공 기내 잡지' 편집일을 하고 있던 제인이 요즘 핫하다는 '튀니지안 브렉퍼스트'를 먹으러 가자고 연락을 해왔다. 튀니지의 정확한 위치도 그 사람들이 아침에 뭘 먹는지도 몰랐지만, 피곤에 절고 재미있는 일이라곤 1도 없는 주중에 받은 여자 친구의 주말 브런치 제안은 지긋지긋한 일상을 이겨낼 힘을 주는 타우린이 들어간 달달한 박카스 한 병 같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제인이 제안하는 식당은 지옥에 위치한 곳 일지라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믿고 따라간다.

제인은 소금 한 톨의 맛까지 구별하는 예민한 미각을 가진데다 냉면을 먹겠다는 일념으로 평양 여행을 다녀온 먹는데 목숨 건 또라이 미식가다.



토요일 아침,

전형적 아침형 인간인데다 새벽부터 연거푸 퍼마신 커피의 카페인까지 보태져 에너지를 감당하지 못하고 쉴 새 없이 떠들어 대는 남편과 주말에 해야 할 잔뜩 밀린 집안일을 뒤로하고 약속 장소인 오차드 로드로 향했다.


'Wild Honey'

1호점은 오차드 로드 중간 지점에 있는 만다린 호텔(현, 힐튼 호텔)과 연결된 쇼핑센터, 만다린 갤러리 3층에 있다. 싱가포르에서 아따스(Atas)라 부르는 상류층을 겨냥한 명품을 파는 상점들이 모여있긴 하지만 좁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식당과 상점이 마주한 답답한 구조의 건물 1층도 아니고 3층에 브런치 카페가 있다의아했다. 다소 구석진 위치에 조명이나 전체적인 느낌이 칵테일 바 같아 밝고 활기찬 분위기의 기존 브런치 카페들과는 많이 달랐다.


만다린 갤러리에 위치한 1호점


shakshouka, 샥슈카

뜨거운 무쇠 팬 안에서 바글바글 끓고 있는 토마토소스.  그 가운데 지금 막 깬 듯한 날 계란 두 개와 둥글게 썰린 스페인식 소시지가 들어 있다.

Signature Dish 샥슈카 / 샥슈카의 매운 맛을 내는 Harrisa / 메뉴의 모든 레시피가 사진과 함께 들어 있는 요리책


친구들은 브렉퍼스트 칵테일을 샥슈카와 함께 주문하고 나는 진한 블랙커피를 주문했다.

토마토소스는 뚝배기 김치찌개에 고추장을 크게 한 숟가락 넣은 것 같은 다소 자극적이고 얼얼한 맛이었다. 매운맛을 가라 앉히려고 단 맛이 나는 두툼한 브리오슈에 반쯤 익은 계란을 적당히 풀어 찍어 먹어 보았지만 은근하게 올라오는 뜨겁고 매운맛은 쉽게 가시질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한 커피 대신 뜨거운 맛을 식혀 줄  mocktail을 주문할걸. 처음 먹어 보는 샥슈카의 매운 정도를 얕잡아 봤던 것 같다.




1호점 오픈 후 3년, 1호점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스코츠 스퀘어에 2호점을 오픈하고 지금도 여전히,

Welcome to the beautiful world of all-day global breakfast!

라는 소개글처럼, 문 여는 시간부터 문 닫는 시까지 하루 종일, 글로벌한 아침 식사를 서빙하고 있다.

아침 식사 메뉴



글쎄, 누가 아침 식사 메뉴를 저녁에 찾아 먹을까???


나는 미국을 다녀오면 잠자는 패턴뿐 아니라 뱃속까지 거꾸로 뒤집어지는 지독한 시차 적응 과정을 일주일 정도 겪는다. 배고픔에 잠에서 깨는 새벽에는 스테이크와 그래이비를 잔뜩 올린 매시트 포테이토가 먹고 싶고 저녁에는 이제 막 깬 위장을 달래 줄 부드러운 팬케이크생각나는 그런 이상한 증상이 지속된다.


어디에 가면 저녁에도 푹신한 담요 같은 팬케이크를 먹을 수 있을까?


캐나다산 메이플 시럽에 푹 적신 팬케이크를 저녁으로 먹고 나면 밤에 꿀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는 미친 생각을 하며 스코츠 로드에 위치한 Wild Honey 2호점을 찾아갔다. 그리고 탄수화물, 지방, 당이 넘치게 흐르는 팬케이크 한 접시를 비운 그날 밤,

꿀잠까지는 아니어도 지끈거리며 괴롭히던 두통에서 벗어났고 다음 날 아침엔 몸이 가뿐해지는 경험을 했다.


덕분에 요즘도 의식처럼,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저녁을 먹으러 Wild Honey 2호점을 간다.

이럴 때 내가 선택하는 메뉴는 달달하고 부드러운 Canadian,  Belgian, Tahitian이다.


내가 사랑하는 당이 듬뿍 든 Canadian, Belgian,Tahitian


미국에서 시댁 식구들이 놀러 왔을 때,

"시차로 인한 증상 완화에 100퍼센트 효능, 나만 믿고 먹어 봐"  나는 Wild Honey에서 브렉퍼스트 메뉴를 저녁으로 대접했고 의 엉터리 같은 처방은 시댁 식구들에게도 MAGIC 같은 효과를 주었다.


Korean:구운 청경채,김치,양파피클이 들어간 샐러드




Wild Honey - All-Day Breakfast   

예약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1호점 위치

#03-01/02 Mandarin Gallery,
333A Orchard Rd,
Singapore 238897


Opening Hours

Mon-Thu, Sun 9am-9.30pm (last order 8.30pm)

Fri, Sat/Eve of PH 9am-10.30pm (last order 9pm)


2호점 위치

#03-01, 6 Scotts Square,
6 Scotts Rd,
Singapore 228209


Opening Hours

Mon-Thu 9am - 4pm (last orders 3pm)

Fri/Sat/Sun, eve of PH 9am-6pm (last orders 5p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