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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Nov 04. 2023

패션 디자이너가 만든 퓨전식_Chopsuey

고급지게 재탄생한 Anglo Asian Food

게으른 일요일 오후,

점심을 먹기엔 늦은 듯하고, 한 끼 거르고 저녁때까지 기다리기엔 시간이 애매하게 길어 배가 고플 것 같고.


"뭘 먹긴 먹어야 할 것 같은데." 하며 배달앱을 뒤적거리는 나를 보며

몇 달째 배달 음식만 먹었더니 피자를 먹는 건지 빈대떡을 먹는 건지, 스파게티를 먹는 건지 쌀국수를 먹는 건지 선척적으로 둔한 미각이 이젠 아예 마비된 것 같다고 남편이 퉁퉁거린다.


그러니까 진작 요리 좀 배우거나 이럴 때 인터넷 레시피라도 보고 요리하는 시늉이라도 내보면 좋으련만. 아무리 요리에 취미가 없어도  배달 음식 3개월이면 질려서라도 뭔가 해볼 텐데. 여전히 아무 시도도 안하는 남편.



"뭐, 당신은 안 하겠다 그러고, 나는 못하겠고. 배달 음식은 지겹고. 좀 늦긴 했지만 밖에 나가서 먹고 오자. 답답한데 바깥바람도 쐴 겸."


어디에 가서 뭘 먹을까.

"뎀시에 있는 Chopsuey (찹수이) 어때?"

"어? 나도 같은 생각하고 있었는 데. 지금 테이블 예약이 될까?"

당일 예약이 거의 불가능한 식당이지만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예약을 시도했다.

"30분쯤 후에 도착할 수 있는데, 혹시 테이블 있을지..."

"Sure! Table for 2, Reservation Confirmed~"

어라, 로또 맞은 기분인 걸.

대충 옷을 갈아입고 뎀시로 향했다.


East Meets West
West Meets East


Chopsuey는 디자이너 출신인 P.S Cafe 창업자들이 유럽과 미국에서 먹었던 화교 음식을 자신들의 레시피로 고급지게 재탄생시킨 퓨전 식당이다.  Black&White라 부르는 콜로니얼 건물(영국 식민지 시대에 지어진 방갈로) 안에 중국식 가구와 서양식 테라스 가구를 적절히 섞어 놓은 인테리어는 이곳의 음식처럼 섞인 듯 섞이지 않고 각자의 존재감을 차분한 듯 진하게 드러내고 있다. 



Chopsuey는 뎀시힐 끝자락 BLK 10에 위치하고 있다


아. 덥다.


내 이름으로 예약된 테이블은 실내도 실외도 아닌 그 두 공간을 연결하는, 붕으로 덮여 있긴 하지만 실외나 다름없는 곳에 놓여 있었다. 뜨겁게 달궈진 지열에 양철 지붕에서 쏟아져 내리는 열기. 무겁고 습한 공기.

소나기가 빨리 쏟아져야 하는데 습도만 잔뜩 올려놓고 올 듯 말 듯 약을 올리니 나무로 우거진 뎀시힐은 금세 습식 사우나가 되었다.


땅에서 올라오고 지붕에서 내려오고.

마치 Grilled Cheese Sandwich의 치즈가 양면 프라이팬에서 녹아 내리 듯 온몸이 열기에 축 축 늘어졌다.


"얼음물로는 안 되겠어. 쿨러 마시자."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면서

Lychee와 Mint, Lime을 꽉 눌러 으깬 뒤 얼음을 채운 쿨러를 음료로 주문했다.


에어컨과 선풍기로는 달궈진 양철지붕의 열기를 식힐 수 없었다


밥 한번 먹겠다고 하필 더운 날 양철 지붕 아래서 땀을 뿜으며 앉아 있었다.


드뎌~ 밥 먹자!!


아~

감탄이 나온다.


눈과 입이 즐겁다.

화려한 비주얼도 맛있지만 입에 들어간 음식은 더 맛있다.


이걸 먹겠다고~ 

양철 지붕 아래에서 흘린 땀 정도는 음식이 입에 들어가자 다 용서가 되었다. 




Chopsuey Cafe Dempsey — PS.Cafe (pscafe.com)


ADDRESS:

Block 10, Dempsey Road, #01-23, Singapore 247700

HOURS:

Sunday - Thursday

11.00am - 11.00pm (Last order at 9.30pm)

Friday - Saturday & Eve of Public Holidays

11.00am - 11.30pm (Last order at 9.30pm)

(From 4.00pm - 6.00pm daily, only Dimsum is avail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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