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등가를 한 건물 안에 꾸겨 넣은 듯한오차드 타워( Orchard Towers )와 타이타이(돈 많고 시간 많고 외모 가꾸고 여가 생활하는 게 일상인 가정 주부들을 지칭하는 은어)들의 놀이터팔레스 르네상스( Palais Renaissance )
둘은 컵에 담긴 물과 기름 같다.
붙어 있는데 섞이지 않는다. 성질이 너무 다르다.
오차드 타워 안에는 한 뼘 길이의 상의와 두 뼘이나 될까 싶은 미니 스커트를 입은 채 높은 의자에 앉아 가슴과 허벅지를 훤히 드러낸 여자들이 호객 행위를 한다. "Hi, Brother. How are you~", "Massage?"
같은 시각, 옆의 팔레스 르네상스에서는 물광이 흐르는완벽한 피부의 젊은 타이타이들이 길고 하얀손가락 위에서 반짝거리는 2캐럿 다이아몬드를 만지작거리며 엇비슷한 외모의 친구들과 여유로이 커피 한잔을 즐기고 있다.
벽을 사이에 두고 완전히 다른 '두 세상'이 있다.
이쪽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저쪽 세상을 모르고, 저쪽에 사는 사람들은 이쪽의 삶을 모른다.
팔레스 르네상스( Palais Renaissance )
오차드 타워( Orchard Towers )
아침운동을 마치고 '브런치' 먹으러 가는 길,
오차드 타워 앞을 지나가는데 늘 그렇 듯 지하 푸드코트에서 올라오는 음식 냄새가 요란하다. 건물 앞엔 출근하는 건지 퇴근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야한 옷차림의 여성들과 두리번거리며 발걸음을 멈추고 망설이는 남자들이 있고, 근처 어린이 집에 아이를 내려놓고 삼삼 오오 모여서 대화를 하고 있는 젊은 엄마들도 보인다.
먹고 싶은 건 내 맘대로 다 먹고 살던 내가, 성인병을 염려해야 하는 나이에 접어들었다.
종합 건강검진 결과지에 빨간 별이 붙었다.
BMI는 정상 범위이지만 체지방률이 높고, 콜레스테롤은 이미 정상 범위를 벗어난 상태.
그래도 운동 후에 여유 있게 혼자 즐기는 버터에 버터를 올린 Crepes와 에스프레소는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서비스로 주는 초콜릿 한 조각까지 녹여 먹고 나면 당과 카페인이 만나 일으키는 '에너지 스파크'가뇌에서 발끝까지 제대로 일어난다.집에 와서 그 기운으로 하기 싫어 미뤄뒀던 일을 마법에 걸린 듯 광속으로 해치운다.
Crepes 전문점 French Fold, 소품샵 Maison Marcel, 프렌치 카페 Merci Marc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