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나 Nov 15. 2023

싱가포르 금융가에서 맛보는 사테_Lau Pa Sat

Lau Pa Sat 老巴刹, 라우파사 

(Telok Ayer Market, Old Market)

라우파사는 '아시아의 스위스'라 불리는 싱가포르 금융가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카지노가 있는 마리나 베이와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 관광객들에게도 잘 알려진 호커 센터이다.


1822년, 어선에서 생선을 내리고 손질하기 쉽도록 물가에 세운 목조 시장이 라우파사의 시초이다.

현재 라우파사의 위치에서 바다에 닿으려면 고층 건물이 들어선 길로 몇 블록은 지나야 는 데 당시 이곳까지 배가 들어올 수 있었다는 것이 잘 상상되지 않는다.


싱가포르는 영토가 해마다 넓어지는 나라다. 전체  영토의 25%가 매립지이며 지금도 바다를 메꾸어 땅을 만들고 있다. 바다, 강, 호수를 매립해서 땅으로 만드는 매립이 단지 싱가포르에만 국한된 기술이 아니지만 놀라운 것은 목재로 세운 부실한 시장 건물을 철거하고 주철을 조립해서 세운 현재의 라우파사는 1879년에 공사를 시작한 매립지 위에 세워졌다는 것이다. 오랜 매립의 역사가 놀랍기도 하지만 매립을 시작한 지 10년이 걸린 1890년이 되어서야 사용 허가를 얻을 수 있었다니 요즘과 다르게 순전히 노동력에 의지해서 바다를 매립했을 당시 도대체 얼마나 많은 노동력이 투입되고 희생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라우파사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빅토리아 시대 건축물의 하나로 아시아에서 조립식 주철로 지어진 최초의 건축물이다. 팔각형 주철 구조물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 있는 철 주조 공장에서 제작해 싱가포르로 운송되어 조립되었다.


1970년대 초반, 라우파사 주변 지역이 싱가포르의 주요 상업 및 금융 지구개발되면서 재래시장은 더 이상 이 지역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져 1972년, 시장은 호커 센터로 개조되었다.


19세기 라우파사, 현재 라우파사의 모습. 라우파사 내부의 철재 기둥과 지붕


1973년 국가 기념물 ( National Monument )로 지정된 이래 여러 번 개장과 폐장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점심시간에는 직장인들로, 해가 지면 관광객들과 퇴근 후 가족, 친구들과 맥주 한 잔 곁들여 사테 (꼬치구이)를 먹으러 오는 현지인들로 많이 붐비는 곳이다. 사테는 고기나 새우를 꼬치에 끼워 불에 구운 후 달콤한 땅콩 소스에 찍어 먹는 싱가포르 음식이다. 물론 '사테 거리'가 오픈하는 저녁에도 호커 스톨 (hawker stall)에서 파는 싱가포르 대표 음식인 호끼엔 미, 호펀과 같은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라우파사와 같은 복잡한 호커 센터에 갈 때 필수품, 휴대용 티슈

티슈 본연의 쓸모도 있지만 티슈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여긴 내 자리' 하며 표시할 수 있다.

싱가포르의 독특한 Chope Culture (자리 맡는 문화)이다.


사테
싱가포르 Chope Culture
지난주 라우파사에서 촬영하고 있는 런닝맨 멤버들
싱가포르 금융가.상공에서 찍은 라우파사 지붕. 싱가포르 1달러 동전


싱가포르 1달러 동전에 얽힌 '믿거나 말거나'하는 이야기가 있다.

MRT라 불리는 싱가포르 지하철 공사를 처음 시작했을 당시 유명한 풍수가가 싱가포르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8 각형 (bagua, 八卦)을 몸에 지니고 다니지 않으면 MRT 사고가 자주 일어날 거라고 당시 싱가포르 수상에게 조언했다 한다. 어떻게 싱가포르 사람들 모두 8 각형을 몸에 지니고 다닐 수 있게 할까 고민하다 생각해 낸 것이 1달러 지폐를 8 각형 모양의 동전으로 바꾸는 것이었고, MRT 첫 개통과 같은 해에 1 달러 동전이 발행된 걸 보면 아예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뉴욕의 맨해튼 보다 땅 값이 비싸다는 싱가포르 금융가 중심, 화려한 고층 빌딩 사이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라우파사. 해가 지면 화려한 조명이 켜지는 빌딩에 기죽지 않고 지극히 서민적인 숯불에 구운 사테를 팔고 있는 이곳. 1달러 동전에 얽힌 미신처럼 팔각형 지붕의 라우파사가 돈이 모이는 금융가를 지켜 주는 건물이라 믿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Lau Pa Sat – The Taste of Singapore


Lau Pa Sat
18 Raffles Quay, Singapore 048582


Opening Hours:
24 Hours


Nearest MRT:
Raffles Place MRT
Downtown MRT






                     

이전 04화 달고 짠 맛 _ French Fold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