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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emondo Sep 24. 2024

퇴사 후 편도만 끊고 치앙마이 가는 허리재활러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정녕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 될 뿐인 걸까?”



1년 10개월 전부터 허리 통증이 시작되었고, 도수치료와 시술, 여러 번의 주사, 한의원 등을 거쳐서 수술까지 받은 나는 실업급여가 끝나는 시점이었던 올해 3월부터 다시 일을 시작하며 일상을 회복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두세 달 전.

일을 하다가 일어나는데, 처음 허리 디스크 발병 때처럼 갑자기 허리에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가고 극심한 통증이 느껴지는 게 아닌가. 일단 급하게 회사 근처의 병원으로 향했고, 생각보다 상태는 심각했다. 횡단보도를 신호 안에 건너지 못할 정도. 스스로도 꽤 많이 놀라고 또다시 악화되는 굴레가 너무나도 절망스러웠다.


그렇게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검사 결과 여느 병원에서 똑같이 들은 것처럼 철 박을 때까진(유합술) 이 고통은 어쩔 수 없으며 운동으로 잘 버텨야 한다고 했다.


이때는 일을 하고 있던 상황이라 한동안 잘 붙이지 않던 진통패치를 다시 붙이며 지냈는데, 이 패치도 부작용이 뒤늦게 나타났다. 패치마저 붙이지 못하게 되면서 앉아서 하는 일이 더욱 힘들어지게 되었고, 이때 개인적으로 힘든 상황들도 몇 개 겹치면서 몇 달 동안 오랜만에 공황장애랑 우울증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이젠 프로재활러가 되어 예전보다 컨디션을 꽤 빠르게 올리긴 했지만, 여러 이유들로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이 즈음의 나는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 있었다. 열심히 살아갈 전의가 소진되어, 되살릴 희망이 조금도 없도록 재 마저 날아간 듯한 느낌. 그래서 이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자신감이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일을 안 하고 무작정 본가로 내려가 쉬기에는 현재 나이도 나이지만.. 어릴 때부터 서울이라는 도시를 무척 좋아했는데, 이 마음이 어느 정도냐면 외국에서 잠시 살 당시 향수병이 올라올 때마다 고향보다 서울, 특히 한강을 그리워할 정도였다. 하지만 서울에서 살아간다면 이대로 또다시 쉴 틈 없이 일을 하며 살아야 하는데, 그럴 수 있을까 불안하고 고민되었다.

 

그래서 나는, 잠시 모든 걸 내팽겨둔 채 휴가 겸 생각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좋아하는 말 중에, 떠나고 나서야 비로소 내가 머무를 곳을 알게 되었다는 말이 있다. 한국에서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어딘지를 잃어서 완전히 떠나서 생각을 해보기로 했고, 현재의 모든 상황에 대해서도 정리를 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무작정 떠나게 된 휴식의 여행지로의 편도행.

허리 상태도 보고, 생각이 정리될 때 돌아오려 한다.


비행시간조차 도전의 시작이고,

낯선 곳에 혼자 이 허리로 가는 1분 1초가 모두 도전일 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때는 좀 더 성장하고 단단해질 수 있겠지?


욕심과 불안, 걱정은 모두 비우고

많은 경험들과 자신감, 확신은 채워갈 수 있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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