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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에서 만난 한국인 사장님

by keemondo

잠시 치앙마이를 간략히 설명해 보자면,



치앙마이는 중앙의 네모 성곽으로 둘러싸인 올드시티를 중심으로, 서쪽에 SUTHEP, 동쪽에 THAPAE 그리고 북쪽에 CHANG PHUEAK이 있다.


SUTHEP은 치앙마이의 가로수길이라 불리는 현대적이고 모던한 스타일의 님만이 있는 곳이다.

예쁜 소품샵과 빈티지샵 등이 많이 있어 쇼핑하러 많이 찾고, 아트빌리지인 반캉왓이 있는 곳.


THAPAE는 성벽부터 유명한 타페게이트와 치앙마이의 가장 유명한 야시장인 나이트바자르, 그리고 저렴한 과일이나 물건이 많은 와로롯시장과 더불어 분위기 좋은 술집들도 많아 청춘들이 몰리는 곳이다.

CHANG PHUEAK은 타패, 수텝만큼 올드시티와 가깝지만 관광지처럼 북적이지는 않아서, 장기로 사는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고 현지 맛집도 많은 곳이다.


마지막으로 성벽이 감싸고 있는, 치앙마이의 중심에 위치한 올드타운(Old Chiang Mai). 올드타운은 구시가지로 역사와 관광이 공존하는 아주 매력적인 곳이다. 마치 한국의 경주 같은 곳이랄까. 쌘뿡 게이트로 들어오자마자 현지인 보다 관광객이 더 많았다. 거리에는 치앙마이의 대표 사원은 물론이고 골목 사이사이에 작은 사원들도 많이 보였으며, 예쁜 카페 및 음식점과 호텔들이 늘어서 있었다.




호텔로 들어가기 전에 간단한 요기를 하려고 눈에 띄는 빨간 외관의 어느 식당으로 들어갔다.

애매한 시간이었지만 손님들로 북적이던 이곳, 한나레스토랑은 찾아보니 무척이나 유명한 곳이었다.



테라스 쪽 테이블에 앉아, 전날 편의점에서 현금의 부재로 먹지 못한 요거트를 떠올리며 제철 과일이 듬뿍 들어간다는 요거트 볼을 주문했다. 치앙마이의 제철 과일과 홈메이드 요거트, 그리고 그래놀라를 듬뿍 넣은 요거트 볼은 건강한 한 끼 식사로도 매우 훌륭했다. 불어오는 바람을 쐬며 땀을 식히며, 주변에서 들려오는 전 세계의 언어와 웃음소리를 듣고 있자니 뜬금없이 행복하다는 네 글자가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행복의 조건은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혼자 밥을 먹다가도 갑작스레 발견하게 되는 법이다.



지도상으로는 호텔까지의 거리가 도보 44분이었지만 2시간이나 걸려 도착했다.



캐리어 끌기에 불편한 도로와 그 위로 쏟아지던 비, 그리고 중간에 멈춰서 먹은 요거트볼도 한 몫했지만 늘어난 시간의 가장 커다란 원인은 치앙마이의 파릇파릇하고 이국적인 풍경 때문이었다. 거의 1분마다 멈춰서 사진을 찍느라 앞으로 나아가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던 치앙마이의 거리.


마침내 들어선 호텔 근처의 골목 어귀. 10m 정도 앞에 어느 외국인 커플이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는데, 내 캐리어 바퀴 소리에 돌아보고선 림위앙호텔을 찾아왔냐며, 바로 이곳이라고 웃으며 알려줬다. 알고 보니 이미 투숙객이었던 이들의 친절함에서부터 시작된 림위앙 호텔에서의 이틀은 체크아웃을 하는 순간까지 온통 따스함으로 채워졌다.



국내든 해외든 어딘가로 여행을 할 때는 그곳의 문화를 최대한 깊이 경험하고 싶다는 마음에 밥이나 숙소 등을 최대한 현지식으로 선택하는 편이라, 이번 여행에서도 숙소를 알아볼 때 현지의 다양한 숙소 스타일을 찾아봤었다. 그래서 림위앙 호텔을 예약하기 전에 꽤 머뭇거렸는데, 사실 이 호텔은 한국인 사장님께서 운영하시는 곳이다. 하지만 디스크 발병 이후 처음으로 도전하는 혼자 여행에 대한 불안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잠재워지지 않을까 싶어 초반 이틀만 예약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결정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가 된다.



치앙마이 올드타운 내에 위치해서 접근성도 좋고, 무엇보다 호텔 사이트와 구글맵 모두에서 평점이 굉장히 높아 한국인으로서 뭔가 뿌듯한 마음마저 들었던 림위앙 호텔.


외관도 무척이나 로맨틱하다.


(엘리베이터도 있는 소중한 숙소)


숙소를 예약할 때 구글맵이나 호텔예약 사이트에 올라온 리뷰를 최대한 많이 읽고 결정하는데, 다른 건 몰라도 베드버그 관련 리뷰가 있는지 가장 꼼꼼하게 확인한다.


이번 여행에서 지내게 될 숙소 중에서는 오래된 연식에 완전히 전통적인 스타일의 호텔도 있었기 때문에, 베드버그는 물론이고 호텔 자체가 굉장히 깔끔하고 아름답다는 평이 좋은 림위앙에서 여행 초반을 지내면 왠지 마음 진정에 좋을 듯했다.


예상대로 호텔은 무척이나 깔끔했고, 방 크기도 꽤 넓었다.

전날 잠만 자기 위해 예약한 호스텔 방과 비교가 되어 더욱 그랬겠지만, 4만 원 중반의 가격(우기 기준)에 이렇게 넓은 방과 푹신한 침대, 게다가 커다란 화장대와 아름다운 욕조까지 있다니! 홀로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치앙마이로 날아온 하루가 모조리 보상되는 기분이었다.



체크인을 하고 샤워 후 일단 침대에 누웠다. 전날 비행으로 무리하고 하루종일 비를 맞으며 다녀서 그런지 몸이 무겁길래 애초 기대하고 계획한 야시장은 내일로 미루고 쉬기로 했다. 돌아갈 날이 정해지지 않은 여행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쉬다가 근처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저녁거리를 사서 돌아왔다. 태국 방송이라도 틀어두려고 텔레비전을 켰는데, 이럴 수가. KBS가 나오는 게 아닌가!



24시간 동안 듣지 못했던 한국어의 등장에 몸의 긴장이 일순간 풀어졌다.

한국 방송 중에서도 가장 한국스러운 ‘우리말나들이’를 보며 맥주 한 캔을 마시고, 깨끗하고 푹신한 침대에 누워 하루 동안 쌓인 피로를 녹였다.



다음날.

격자무늬 창으로 보이는 초록색으로 시작하는 하루. 말 그대로 눈을 뜨자마자 치앙마이라는 게 느껴졌다.



림위앙 호텔은 여러 장점이 있지만, 그중 가장 집처럼 편안하게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던 건 바로 조식이었다.


림위앙 호텔에서는 꼭 조식을 먹어야 한다.

나는 한국에서도 한식을 잘 안 먹고, 특히 아침은 더욱 안 먹으며, 심지어 여행에서는 왜 호텔 조식을 먹는지 이해하지 못하던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내가 호텔 조식에서 감동을 했다는 건 꽤나 이례적이고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었다.



이곳에는 다양한 스타일의 조식 메뉴가 있는데, 타이식과 치앙마이식, 그리고 아메리칸 브런치 메뉴는 물론이고, 낯선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 분들, 혹은 오랜 타지 생활로 한국 음식이 그리울 한국 고객을 위한 한식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그저 치앙마이의 한 호텔이 아니라, 한국이 그리운 분들을 위한 쉼터이자, 전 세계의 외국인 손님들에게 한식의 맛을 알리는 하나의 창구가 되어주고 있는 림위앙호텔. 올드 치앙마이 속 작은 한국처럼 느껴지던 곳이었다.


이런 훌륭하고 사려 깊은 메뉴들 말고도 꼭 조식을 먹어야 하는 이유가 있는데, 바로 조식 때마다 뵐 수 있는 사장님 때문이다.


지인분께 받으신 소중한 파김치도 나눠주시던 사장님


치앙마이에 온 지 이틀 동안 거의 묵언수행을 하던 나는 한국어로 인사해 주시는 사장님을 뵈니 너무나도 반가웠고, 감사히도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렇게 사장님이 알려주신 치앙마이 현지 정보나 역사, 팁으로 여행의 전반을 풍성하게 부풀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여행의 시작에서 사장님을 만날 수 있었던 건 이번 여행에서 너무나도 커다란 행운이었다.


커피를 좋아하시는 사장님께서 매일 챙겨주셨던 커피


우기 시즌이라 더 저렴했지만, 하루 4만 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믿기지 않는 퀄리티의 위치와 내부, 서비스와 조식, 그리고 영어 가능한 직원이 언제나 로비에 상주하고, 로비엔 늘 스낵과 각종 차, 커피가 상주하는 곳.



림위앙 호텔의 아늑한 분위기와 사려 깊은 서비스들은 모두 배려심 깊고 다정하신 사장님을 무척 닮았다.


다시 치앙마이를 가게 된다면 사장님을 위한 한국 음식을 가져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이 호텔에서 일하며 치앙마이에 살면 어떨까 행복한 상상마저 하게 만드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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