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샤갈 박물관(Musée National Marc Chagall) 은 1966년 샤갈이 기증한 17점 작품을 시작으로 하여, 현재 약 400여 점을 보관, 전시 중이다. 오디토리움 메인 홀의 '성서 이야기'란 주제로 12점의 종교화가 전시돼 있으며, 전시관 안쪽의 스테인드글라스인 '메츠 대성당의 장미창' 이 볼거리이다.
샤갈은 러시아 영토였던 벨라루스에서 출생한 러시아인인데, 대부분의 시간을 프랑스에서 보낸 화가이다.
샤갈의 친구였던 앙드레 말로가 문화부 장관 시절에 박물관에 '아가서' 연작을 기증할 것으로 것을 제안하면서 본 박물관이 건립되었다.
입장료 6€를 내고 입장.
현장에 와보니 한국인 단체 관광객이 관람 중.. 왁자지껄한 아줌마 부대들. 예까지 어떻게 오셨나요? 그래도 멀리 니스에서까지 한국 분들 만나니 말도 통하고 반갑긴 하더라고요. ^^ 사진도 찍어 주시고.
위 그림은 아브라함이 100세 때 얻게 된 옥동자 '이삭'을 제단 위에 올려놓고 칼을 드는 순간 하늘에서 '아브라함아 아브라함아' 하는 하나님의 목소리를 듣는 장면.
하나님을 하얀 비둘기 형상으로 묘사하였다.
이 그림은 (아마도) 요한계시록 최후의 심판의 모습을 그린 것 같은데, 왼쪽의 노란 옷을 입은 예수님, 천국으로 승천하는 이들과 지옥 불못으로 떨어지는 악인들을 묘사하였다. 우측에 천사가 생명책을 들고 있다.
죽은 자들이 무론 대소하고 그 보좌 앞에 섰는데 책들이 펴 있고 또 다른 책이 펴졌으니 곧 생명책이라
죽은 자들이 자기 행위를 따라 책들에 기록된 대로 심판을 받으니
...
누구든지 생명책에 기록되지 못한 자는 불못에 던지우더라.
- Holy Bible, 요한계시록 20:12-15
그림 하단에 아담과 하와의 모습과 초목과 동물들이 Vibrant blue color로 묘사돼 있고 (창세기 2장 7절), 상단에는 이와 상반되고 다양한 주제가 밝은 color 배경에 그려져있다. 전면에는 천사가 아담을 들고 있는데, 아담의 몸 아래에 뱀이 똬리를 틀고 있다. 우측 하단에 하와가 아담에게 선악을 알게 하는 과일을 건네는 모습으로 원죄(Original Sin) 을 묘사한다.
우측 상단에는 돌고 있는 태양을 그리고 있고 그 빛이 성서의 다양한 인물들, 유대인, 동물들을 비추고 있다.
십자가 예수님도 보이는데 유대교 회당에서 입는 숄을 걸친 모습으로 그렸는데 샤갈은 이를 제2차 세계대전 때 희생된 유대인을 상징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한다.
샤갈은 이 그림을 통해 인간의 창조를 넘어 인류애의 역사에 광대한 비전을 불어넣고자 하였다.
위 그림은 이곳을 대표하는 그림이기도 하다.
그의 손길이 닿으면 동일한 주제랄지라도 느낌이 사뭇 다르다. 둥글둥글한 인물들이 공간에서 유영하고 있는 듯한. 그만의 그림으로 창조된다.
봉준호 감독이 미국 오스카상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으로 한 말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말에 다름 아니다.
샤갈의 예의 하늘을 나는 사람들, 물고기, 말, 닭고기 등이 등장한다.
나이가 들어도 순수한 마음을 가진 어린아이가 그려낸 상상화 같은 그림을 캔버스에 담은 그의 일관된 예술관에 박수를!
샤갈은 영감이 떠오르면 먼저 연필로 옮기고, 그다음에 파스텔로 칠하고 마지막으로 잉크로 그리거나 오일로 캔버스에 옮긴다. 최종적으로 그것을 트레이싱지로 옮기고 그리드 종이에 옮긴 다음 이를 확대하여 Large canvas에 비로소 옮겨 그리는 것이다.
이러한 복잡한 Process를 통해 하나의 그림이 완성된 것.
보기처럼 쉽게 휙휙 그린 것이 아닌 것이다.
폐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관람하기 좋았다.
천사와 씨름하는 야곱의 장면을 여기서 또 보네요. ㅎ
아래 파리 '생 쉴피스 성당'에서 들라크루아의 그것과 비교해보시길
들라크루아의 그림과 비교하면 샤갈은 너무 귀엽다. ㅎ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한 장미창이다.
다음은 샤갈 본인의 감정 상태를 담은 구약성서 아가서를 주제로 한 '노래 중의 노래' 연작이다.
필자는 샤갈 박물관에서 이 그림이 가장 따뜻하고 예쁘고 맘에 들었다.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말을 타고 하늘을 유영하고 있다. 배경이 따스한 붉은색 톤이라 따스한 느낌. 아들이 좋아할 것 같다.
이 그림을 거실에 걸어두면 분위기도 화사해지고, 그냥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 나만 그런가요?
예루살렘 상공 위를 날고 있는 말이 화면의 중심을 이루고 다윗(David) 과 밧세바(Bathsheba)가 말위에 올라타 있다.
- 다윗이 휘하 장수였던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의 목욕하는 장면을 보고, 반해서 그녀를 취하고자 우리아를 전쟁터 선봉에 세우고 죽게 하였던.
다윗의 얼굴이 초록인 까닭은 감정이 있는 얼굴을 묘사하기 위함이라고.
인간이 사랑의 힘으로 하늘에 닿을 수는 있지만 욕망과 육욕의 힘이 그를 붙잡아 추락할 수밖에 없는 것을 페가수스(Pegasus)로 형상화했다.
현장에서는 모르고 작품을 감상했는데 돌아와 샤갈 홈피에서 작품 소개 글을 보니 이런 의미가 있었네.
후일 남프랑스의 생 폴 드 방스를 굽어보는 언덕에 위치한 샤갈의 묘를 찾게 된다.
소소한 샤갈의 묘. 그를 회상하는 사람들이 작은 돌멩이를 올려놓았다.
샤갈은 결혼을 두 번 했는데, 첫 부인인 벨라는 사별하였고, 위 묘비에 같이 합장된 바바(Vava, Valentina Brodsky)는 벨라 사별 8년 후인 60세 때 만난 유대인 여성이었다.
이들 부부와 함께 합장된 Michel Brodsky는 바바의 남동생.
30여 분 남짓 샤갈의 작품 세계를 살펴보고 밖으로 나온다.
아직도 밖은 밝기만 하다.
이곳 카페테리아에서 커피 한잔하며 작은 정원 풍경을 감상하는 것이 좋다길래 필자도 따라 해본다. 해보라는 것은 다 해봐야지 암.
2유로 커피 한 잔 주문하고 철제 의자에 앉아 잠시 쉼.
니스에 와서 또 이렇게 대 화가의 작품을 감상하게 되니 약간의 성취감도 느끼고 내가 무슨 미술 애호가 같았다. 아니 애호가 맞다.
여행 다니면서 미술 애호가 다 됐구나 싶더라.
인생 뭐 있나 이런 데서 소소한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이고, 따지고 보면 별거 아닐 수 있지만 그게 의미가 있는 것이렸다.
이상 샤갈의 박물관 편이었습니다. 니스에 체류하시는 분들이라면 필수 코스로 추천합니다.
참 마티스 박물관도 있는데 샤갈 박물관에서 북쪽으로 버스 10분 더 가면 나온답니다.
◆ 샤갈 미술관 홍피 :
https://musees-nationaux-alpesmaritimes.fr/chag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