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ivitia J Dec 04. 2023

강원도 여행

뮤지엄 산을 다녀와서


 계획대로 진행되는 건 없었다. 세상이 내 의지대로 움직여 주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갤러리에 일하기 위해서 면접을 보러 갔다. 면접관이 에비앙에 소주를 넣고 종이컵에 소주를 마시면서 면접을 보았다. 내가 경험한 바가 적고 처음 있을 수 있는 일들이 많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리고 나는 스무 살이 아니다. 회사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들을 수 없었다. 나는 점점 추위를 느꼈고 가고 싶어졌다. 인생 선배들이 회사에서 일하려면 성희롱과 많은 것들을 견뎌야 한다고 했다. 두 시간이 넘었고 이상하게도 선보러 나간 것처럼 느껴지고 인내심이 다했을 때 일어났다. 최대한 정중하게 말했고 인사도 하고 마무리했다. 분명히 괜찮았는데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눈물이 난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모든 연락을 끊어 놓고 누워서 끙끙 앓았다. 마음이 아프고 몸도 아팠다.


다들 그랬다. 똥 밟은 거야. 신경 쓰지 마.


다음날 오크밸리에 내려가서 머물렀다. 숙소는 서울집보다 크고 원주는 공기가 맑고 사람이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기온이 내려가서 차가운 공기가 코끝을 자극했다. 눈이 하얗게 내리고 리조트 산책길을 계속 걸었다. 특별한 무언가는 없었지만 숨을 크게 쉴 수 있었다. 숨을 제대로 쉴 수 있게 되니 편안한 기분이 들었고 마음이 놓였다. 서울에서 자주 두근두근 쿵쿵거리던 심장이 천천히 움직인다. 쫓기지 않나 보다. 마음에게 물었다.


뭐가 그렇게 무서웠니? 두려웠니? 무엇을 도망 다녔니? 지금은 괜찮으니.


하루를 자고 아침에 뮤지엄 산이 시작하는 때를 맞추어 방문했다. 전시는 안도 타다오 전이었는데 별로 흥미롭지 않았다. 공간과 공간을 휘감는 공기가 좋다. 공간이 전시였다. 명상도 하고 제임스 터렐관도 참여했다. 강원도에 머무는 내내 내 안의 빛은 은은하게 빛났다.




이전 01화 이세연 클라리넷독주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