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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vitia J Nov 27. 2023

이세연 클라리넷독주회

영재의 호흡

 클라리넷 독주회는 아마 자주 감상한 기억이 없을 거다. 클라리넷 소리는 익숙하지도 않았다. 13살 연주자의 호흡과 소리가 들린다. 클라리넷은 목관악기로 리드reed가 떨리면서 소리가 난다. 공기를 가르면서 내지 않는 악기가 있느냐만은. 유난히도 맑은 바람을 닮은 소리 sound가 흘러나온다. 어린 천재는 수줍은 듯 그렇지만 자신감 있게 연주한다. 떨림도 없이 긴장도 없이.

어린 친구가 그려낼 수 있는 재기 발랄함이 전해온다. 아직 힘이 약해 숨이 작고 손가락도 성인에 비할 수 없는 길이여서 소품들로 프로그램이 구성되었다.

피아졸라의 ‘망각’과 베버의 ‘클라리넷 콘체르티노, 작품 26’은 접근이 편한 곡들이었다.

펠릭스 멘델스존의 ‘연주회용 소품 제1번 f단조, 작품 113’은 채재일 클라리네티스트가 같이 연주했다. 두 개의 클라리넷이 서로 주고받는 향연을 즐겼다. 두 개의 호흡, 바람은 하나가 되기도 하고 두 개로 나눠어 지다가 감상자의 마음을 흔들기도 한다. 영재의 잠재력이 보인다.

거슈윈 ‘파리의 미국인’인 블루스는 재미있는 곡이다. 연주자도 흥겨워하는 게 느껴진다.

사실 이후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 중 ‘그곳에서 우리 손을 맞잡고’에 의한 환상곡이나 망가니의 ‘두 대의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위한 소협주곡’ 등. 짧고 가볍고 달콤하기만 한 곡들로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한 곡 정도는 과감하게 실험적 곡을 선곡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모든 곡들이 신선함이 전혀 없는 대중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클래식이라고 대단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은 줄 알았는데.

 긴 곡을 연주할 수 있는 표현력이 약한 나이임을 이해하며,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어린 영재의 인터뷰 때 목소리를 상기했다. 근심, 걱정을 날려주는 호소력과 전달력이 강한 연주회였다. 그리고 클라리넷이 충분히 매력적인 악기라고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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