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것은 2019년 올해부터다. 과거에도 책을 읽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제대로 읽지 못했다. 독서를 하는 당시에는 그 내용이 신선하게 다가왔지만 아무런 인풋이 없었기 때문에 내 인생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최근에서야 독서 후 감상평을 쓰고, 서평을 쓰고, 인생에 적용해보기도 했는데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아웃풋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씽큐베이션이라는 독서모임에 참여하면서부터다. 매주 1권의 책을 읽고 1편의 서평을 써야 했기에 독서 후 의식적으로 아웃풋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그리고 모임 멤버끼리 각자의 서평에 대한 감상평을 남기고, 책의 주제와 관련된 토론거리를 준비해서 토론하는 등 정말 많은 아웃풋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책의 내용들이 내 몸 깊숙한 곳까지 흡수되기도 하고. 비슷한 말로는 '체화'라고 하기도하는데, 생각, 사상, 이론 따위가 몸에 배어서 자기 것이 된다는 의미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독서라는 인풋 후에 아웃풋이라는 과정이 필수다.
이렇게 독서 후에 다양한 아웃풋을 거치니 내 인생에도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양질의 책을 많이 읽으니 아는 것이 많아졌다. 아는 것이 많아지다 보니 선택할 수 있는 대화의 소재들이 많이 늘어났고, 자연스럽게 상대방과 주고받을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아졌다. 개인적으로 인생의 경험이 다양하고 지식이 많을수록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책을 통해 간접적인 경험과 많은 지식을 흡수했기에 대화가 오고 가는 와중에도 관련된 사례들이 많이 떠올랐다. 그래서 그 내용을 통해 다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또한 2주에 1번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서 꾸준히 토론을 하다 보니,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키워졌다.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아는 것이 많고 실시간으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한 마디로 머리가 돌아가는 속도가 빨라야 한다는 것. 개인적으로 예전부터 말을 잘하지 못했다. 이야기를 하면서도 지금의 이야기에 대해 머릿속으로 생각하다 보니 말을 할 타이밍을 놓치기 일수였다. 그런데 모임을 통해 토론을 자주 하다 보니 말을 하는 데에도 타이밍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상대방의 말을 주의 깊게 들으며 끝까지 기다렸다가, 관련된 내용에 대한 부연 설명 또는 공감의 말을 하는 것. 너무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게 적절한 타이밍에 말을 이어나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상대방이 말을 끝내지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치고 들어간다면 애매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머릿속으로 계속 생각만 하다 보면 현재의 대화 타이밍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다반사 기도 하고. 지금도 대화의 타이밍을 잡는 게 쉽지는 않지만 꾸준한 토론을 통해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정리하자면 책을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아는 것이 많아지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야깃거리가 많아진다. 이야깃거리가 많아지면 상대방과 대화를 나눌 때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확률이 늘어난다. 이러한 아웃풋이 많아질수록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될 테고 자신의 생각을 더 잘 표현해낼 수 있게 된다.
이 모든 것은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이 아닌 독서 후에 글을 쓰고, 관련된 이야기를 누군가와 함께 말하며 소통하는 등의 아웃풋이 있을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다. 다양한 연구 사례에서도 아웃풋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영어 단어를 외울 때도 단순히 눈으로 보고 외우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보며, 입으로 읽고, 머리로 생각하며, 손으로 쓰는 것이 더 오래 남는다고 한다.
실제로 겪은 사례도 있다. 얼마 전 애덤 그랜트의 <오리지널스>라는 책을 읽었는데 읽다 보니 모두 다 아는 내용들이었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어서 아는 것이 많아져서 관련된 내용을 다 아는 것인가?"라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했다. 계속해서 책을 읽다 보니 앞서 했던 생각은 정말 어처구니없고 오만한 생각이라는 걸 깨달았다. 알고 보니 <오리지널스>는 과거의 내가 언젠가 중반부까지 읽어본 책이었던 것이다. 어쩐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메타인지가 확 떨어지는 나의 행동에 매우 반성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으로 볼 때 독서 후에 아웃풋을 하지 않으면 책의 내용이 기억 속 어딘가로, 전혀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아웃풋이라는 과정을 거치면 그 내용을 복습할 수 있게 되고, 몇 번의 복습을 통해서 우리의 뇌는 해당 정보가 가치 있는 정보라는 것을 인식해서 장기기억으로 남기게 된다.
과거의 내가 아웃풋을 조금이라도 했더라면 <오리지널스>를 아예 새로운 책이라고 인식한 것이 아니라 언젠가 읽은 적이 있는인상 깊은책이라고 기억했을 것이다.
수백 권, 수천 권의 책을 읽어도 기억에 남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독서라는 인풋 후에 다양한 방식의 아웃풋을 통해 책의 내용들을 흡수해서 더 나은 인생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금의 내가 그저 독서(인풋)만 하는 것은 아닌지, 한 번 읽은 책은 다시는 쳐다보지도 않는지, 과거에 읽은 책들이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기억나지는 않는지 한 번쯤 되돌아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