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이 되자 너는 아침부터 배가 아프다 한다.
자세히 세어 보지는 않았으나 대략 스무 번도 넘게 투정 섞인 목소리를 나를 향해 던지고 있다.
네가 배 아프다는 말을 했을 때 나에게 든 감정은 걱정이나 염려, 안타까움이 아닌
얘가 학교가 가기 싫어서 저 소리를 또 시작했구나. 하는 거다.
주말 내내 물놀이하고 풀쩍풀쩍 날뛸 때는 단 한 번도 아프지 않던 배가 왜 월요일 아침만 되면 이다지도 아프단 말이냐.
밥을 차리며 건성으로 그래, 그래 어쩌노 하자 이번엔 책에 베인 데가 너무 아프다고 우는 소리다.
내 안에 남아 있는 친절함을 모두 끌어모아 그저께 사 둔 티니핑 반창고를 세 개나 붙여주었다.
아침으로는 야채를 싫어하는 너를 위해 온갖 재료를 아주 잘게 다져 고슬고슬한 볶음밥을 만들어 팬지꽃이 그려진 접시에 담아주었다.
너는 밥상을 보자마자 먹기 싫다, 이 밥 싫다고 원망의 말들을 던진다. 그러다 물병을 보더니 마음에 안 드는 물병에 물을 담아 주었다며, 이 물병 학교에 가져가면 친구들이 놀리는데 엄마는 그것도 모르면서, 하며 나의 미욱함을 탓한다.
그리고 또 배가 아프다고 한다.
등교 시간이 가까워져 마음이 급해진 나는 양말장 앞에 네가 좋아했던 티셔츠와 양말을 꺼내 놓고 이거 입어, 하니 너는 급기야 울면서 바닥을 뒹군다. 이 옷 싫어, 나 이제 이 옷 싫어졌는데, 나한테 안 어울린다고. 엄마는 내 마음을 하나도 몰라, 하면서 발버둥치며 운다.
나는 결국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네가 하고 싶은 일은 학교도 안 가고 누워서 만화책이나 보는 일이냐? 엄마도 엄마가 해야 할 일이 있듯이, 너도 네가 해야 할 일이 있어. 오늘 네가 해야 할 일은 학교에 가는 거야. 지난주에도 가기 싫다고 해서 일찍 데리러도 가고, 검도도 가기 싫다 해서 검도도 끊고 그랬는데 왜 맨날 배 아프다는 소리야. 이제 엄마는 너 배 아프다는 소리 듣고 싶지 않아. 빨리 밥 먹고 학교 갈 준비 해."
너보다 덩치가 두배는 큰 엄마가 소리를 꽥꽥 지르니 얼마나 무서웠을까.
너는 풀 죽은 얼굴로 밥을 한 번 떠 씹더니 못 먹을 걸 먹은 표정을 한다.
이 실갱이를 하다 겨우 너를 학교에 보내고, 창 밖으로 네 모습을 내려다본다. 실내화가방을 질질 끌면서 무거운 발걸음을 겨우 떼어 놓는 너의 뒷모습. 울음이 채 삭지 않아 들먹거리는 어깨.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려왔다.
선생님도 무섭고, 마음 붙일 친구도 많지 않다는 너의 이야기를 좀 더 차분히 들어줄 수 있었다면.
지각하는 게 뭐 그리 대수라고 그렇게 안달복달했을까.
오늘 네 이야기를 들어주면 혹여나, 툭하면 학교 안 간다고 할까 봐, 그렇게 네가 나약한 아이로 클까 봐 엄마는 지레 겁먹었던 거야.
배가 아프구나, 그래 학교 가는 거 참 힘들지, 하며 엉덩이라도 툭툭 두드려줄 수 있는 아침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오늘 엄마의 인내심은 거기까지였나보다.
그래도 네가 학교 가 준 덕분에 엄마는 무거운 육신을 이끌고 요가원에 갈 수 있었어.
참 고맙다.
고오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