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 업체와 스튜디오 웨딩 촬영 사진 선택하기 13
결혼식에 대한 장점이 갑자기 생각났다.
결혼식 준비를 하다 보면 '선택과 결정'을 연습하기 좋다.
사람이 살면서 일정 기간 그렇게 많은 대안들 중에서 자신이 선택할 종류가 많은 프로젝트를 할 일이 많을까?
선택의 연속인 삶에서 가장 집약적으로 선택을 해볼 수 있는 결혼식을 하고 나면,
배우는 것도 많고 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끝낸 것에 대한 만족감이 크다는 말을 많은 친구들이 했는데
나도 왠지 그렇게 느낄 것 같다.
나는 그나마 결혼식에 대한 로망이 없는 정도여서 좀 더 힘을 빼고 빠르고 편하게 선택해 나갔던 것 같지만,
완벽하게 결혼식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결혼식에서 주어지는 수많은 선택지와 그에 대한 결정은 쉽지 않을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그래도 중요한 것들은 선택을 했고 준비를 70프로는 마친 상황이다.
스튜디오 촬영까지 했는데 굳이 스냅사진을 찍어야 하나 고민을 하기는 했지만,
내 결혼식은 결국 나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가족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가족들의 모습을 담는 스냅은 찍어야겠다고 결정했다. 그래서 예산(60만 원) 범위 내에서 포트폴리오가 가장 마음에 드는 업체를 선정했다.
거의 5분 만에 스냅 업체 결정.
내가 생각해도 나는 결혼식 준비를 별다른 고민 없이 빠른 시간 내에 결정한 것들로 진행했다.
예식장, 웨딩촬영스튜디오, 스드메 업체 등을 말이다.
가끔은 그래도 되나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이러다가 나중에 후회가 남는 건 아닌지...
하지만 그것에 대한 생각을 해보니, 결국 결혼식은 내가 나의 로망 실현과 만족을 위해서 한다기보다는 가족들과 가까운 지인들에게 나와 예비신랑이 함께 새로운 가정을 만들었음을 알리는 목적이기 때문에 굳이 과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마음을 먹어서 지금도 별 고민 없이 결정을 내리고 있다.
안 하기로 한 건 마음 쓰지 않고 다 제외하면서 진행한다.
그러니까 스트레스도 덜하고 시간과 에너지 소비도 생각보다 적다.
아직까지도 미뤄둔 것들을 생각해 보자면, 혼주드레스 대여, 혼주 화장 및 헤어, 모바일 청첩장 정도가 남았다.
그리고 재밌게 촬영한 스튜디오 웨딩촬영의 사진을 고르는 날이 되었다.
이메일로 전체 사진을 보내주고 선택하는 곳도 있다고 하는데,
내가 촬영한 곳은 직접 찾아가서 결정한 사진만 원본으로 보내주는 시스템이었다.
이왕 찍은 거 그냥 다 주지 하는 생각도 들기는 했지만, 어떤 상술이 들어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리고 20장을 초과해서 고르면 한 장 당 초과금이 33,000원이 들어서(사진 하나에 치킨 한 마리)
딱 20장 선택을 위해 남자친구에게도 미리 단단히 일러두었다.
재밌게 촬영을 했던 기억이 있어서인지, 스튜디오가 반가웠다.
사진 고르는 곳에 앉아서 500장이 넘는 사진 중에 20장을 추려내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사진이 용량이 커서인 건지 다운로드가 빠르게 되지는 않았다.
일단은 포즈와 콘셉트를 나눠놓고 같은 포즈와 콘셉트인 것 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것 한 장씩 선택을 해갔다.
콘셉트가 20개가 넘어갔기 때문에, 각각 다양하게 한 장씩 선택하면 20장을 넘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중에서도 마음에 드는 걸 여러 번 추려냈다.
나중에 딱 20개만 고른 우리에게 사진 관리해 주시는 이사님이 감정이 조금 상해 보이긴 했지만,
나는 여기에 지출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생각한 나는 굉장히 F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그 부정적인 감정을 신경쓰지 않고 단호하게 내 뜻을 지킬 수 있었다.
그리고 사진을 찍을 때, 많이 부어있어서 사진도 그렇게 예쁘게 나오지는 않았던 게 큰 도움이 되었다.
어떤 결정을 할 때는, 스스로 깊게 생각해서 설정한 확고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걸 배운 순간이었다.
그래야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내가 원하는 대로 내 일을 진행시킬 수 있다.
스튜디오에서 선택한 사진은 1차 수정을 대략적으로 거쳐서 3월쯤에 나에게 전달이 된다고 한다.
그러면 나는 2차 수정을 무료로 받을 수 있어서, 그때, 꼼꼼하게 원하는 것들을 말씀드려서 수정하고, 큰 액자에 넣을 사진도 고른다. 여기에도 숨어있는 액자별 추가금액.
하지만 큰 사진을 집에 걸어놓을 생각이 없는 나는 그냥 기본으로 선택할 예정이다.
이렇게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경험해 본 것들을 평소에도 예산을 잘 잡아서 해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돈을 일정 부분 모아서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고 사진 찍는 그런 것들이나, 남자친구에게 특별한 맞춤 양복을 선물하거나 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역시 사람은 경험을 다양하게 많이 해봐야 본인이 뭘 하고 싶은지 뭘 잘하는 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