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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 나에게로의 초대

들어가며

by 평범한 직장인

저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조금 소개하자면, 공대 출신이며 여러 분야에 얕은 지식이 많지만, 그렇다고 내공이 높다고 말할 수준은 아닌 정도의 평범한 사람입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릴 때부터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 왔습니다. 과거에 이러한 관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매체는 책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면서 적당한 수준의 책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전문 서적의 경우 내용이 너무 어렵고 설명이 복잡하며, 알아들을 수 없는 용어가 잔뜩 있었습니다. 학술적으로는 가치가 있을지 몰라도 일반인이 읽기에는 너무 많은 노력이 필요하였기 때문에 평범한 저로서는 가까이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많이 읽게 되었던 책은 해당 분야를 쉽게 풀어쓴 교양서적이었습니다. 교양서적은 쉬운 만큼 한계가 뚜렷했습니다. 어릴 적에 상대성 이론에 관심이 많아 해당 교양서적을 몇 권 보게 되었는데, 약간씩 설명이 바뀌긴 했지만 모두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책들은 빛의 속도를 기준으로 하는 특수 상대성 이론을 설명하다가 중력에 의한 공간의 휘어짐을 설명하며 마무리합니다. 저자가 이 이론을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는지 의문이 갈 정도로, 상대성 이론에 대한 책을 읽다 드는 궁금증에 대답을 해주는 책이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책은 한 방향으로만 소통을 하는 매체이다 보니 그 권위에 도전하기가 어렵기도 합니다. 어릴 적에는 무작정 책을 많이 읽었다면, 커가면서 비판적으로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무조건 많은 책을 읽는 것이 좋은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릴 적에는 출판되어 인쇄되어 있는 책의 권위에 눌려 반박을 할 생각조차 못했지만, 갈수록 그다지 좋지 않은 책들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매체가 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팟캐스트, 유튜브가 발달하면서 시대는 급격히 읽는 시대에서 듣고 보는 시대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들은 팟캐스트 “지대넓얕”은 제가 원하는 부분을 긁어주어 정신없이 들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적인 설명을 쉽게 풀어줬을 뿐 아니라, 각기 다른 분야의 전공자들이 서로의 분야에 겁 없이 의문을 품고 비판하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전문가는 그 분야를 많이 공부하고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무시해서는 안되지만, 다른 일반인의 의문이나 비판에 대해 가소롭게 보는 태도가 많았던, 권위주의가 강했던 세상에서 새로운 변화가 오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매체의 변화에 따라 권위주의는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는 누구나 보고 어렵지 않게 느낀 바를 말할 수 있다 보니, 어느새 예전의 영화 평론가는 재미없는 영화를 어려운 말로 칭찬하는 이상한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많은 영화를 보면서 쌓은 지식으로 평론을 하였고, 과거에 많은 사람들은 그런 수준 높은 이야기를 존중하였지만, 요즘 시대에는 확실히 예전만큼 존중을 받지 못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러한 추세는 점점 더 심해져서, 자신이 전혀 모르는 전문적인 내용에 대해서도 아무 근거 없이 자신의 마음대로 주장을 하기도 합니다. 인터넷 댓글을 보면 전문가가 보기에 말도 안 되는 내용을 확신을 갖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경제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터무니없는 말로 모든 것의 해결책을 아는 말하기도 하고, 과학 지식이 1도 없으면서 과학자의 이론을 비판합니다. 각자가 생각만 품고 사는 것이라면 문제가 적은데, 안아키 같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현상까지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권위주의가 없어지자 사람들은 다들 각자의 권위를 만들고 살게 된 느낌입니다.


항상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에는 혼란스러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세상은 언제나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과거 우리나라는 전쟁 후 나라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사람마다 학력의 격차가 많이 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때문에 우리나라는 높은 학력을 지닌 사람은 언제나 존중받고 권위를 인정받는 사회였습니다. 지금은 교육 수준은 물론, 매체와 사상이 많이 달라지게 되어 권위주의가 급격히 무너지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부작용과 혼란도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권위주의를 매우 싫어합니다. 누구나 권위에 도전할 수 있는 세상이 좋습니다. 전문가 역시 과거와는 다르게, 더 대중화되어 자신들의 지식을 더 쉽게 설명하고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유/민주주의가 제대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속적인 토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분명 권위가 무너지기만 해서 좋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이 단지 자신만의 권위를 만들어서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권위주의만 못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회적으로도 문제지만, 그 사람의 인생 역시 더 좋은 많은 것을 경험하지 못함이 안타깝습니다. 각자의 선택이며 자기의 자유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자세로는 항상 모든 세상에 불평만 하다 세상을 뜨게 될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과거에 화제가 되었던 지구 평면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를 들면서 사실 지구가 평평하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야말로 가장 강력한 과학적 권위를 무시한 사람들인데, 물론 내용 자체는 매우 터무니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사의 댓글을 보면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을 조롱하고 멸시하며, 저능아 취급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지구 평면설 자체는 터무니없을지 몰라도, 과연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이 저렇게 조롱받아야 하는지 생각해 봅니다. 사실 실제로 지구 밖에서 둥근 지구를 본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냥 터무니없는 이야기로 무시하거나, 논리적으로 반박을 하면 될 일인데, 굳이 힘들여 댓글을 달며 조롱을 합니다. 그런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주로 여기저기서 자신만의 주장을 펼치는 적극적인 댓글러들이 많은데, 오히려 그들 역시 그들만의 권위에 빠져 타인의 생각을 전혀 받아들이고 있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은 나이가 어느 정도 들면 자신만의 아집이 생기게 됩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잘 변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정치인들은 파를 나눠 싸우는데 타협이 잘 없습니다. 지지자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논리적인 설득이 어렵다면 막무가내로 막말을 하거나 듣지 않아 버립니다. 이러한 소통의 문제는 많은 분야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상당히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제 생각을 적어 보기 시작하였습니다. 누군가의 말을 듣기 위해 제 생각의 정리가 필요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지만, 자신의 가치관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글을 쓰고 정리를 하니 제 생각이 조금 정리가 된 느낌입니다. 이제 이런 저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이 읽어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평범한 사람이 열심히 정리한 생각을 읽어보면, 공감이 갈 수도 있고, 반발이 생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각자 생각을 정립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해보고, 다른 사람의 생각에 영향을 받고, 토론을 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로 인하여 사람들의 대화와 생각이 좀 더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이러한 소망을 품고 매주 나에게 초대하는 초대장을 보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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