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의 초대는 그때그때 생각을 적어보는 글입니다. 특별한 체계도 없고 형식도 없고 발행 주기도 없습니다. 분량도 제멋대로이고 다소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지만, 정돈되지 않았더라도 날것의 저를 표현해 보고 싶은 마음에 시작해봅니다.
보통은 어린 시절에 호기심이 가득하다가 점점 사라진다는데 저는 반대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수업 시간에 우리나라의 수동적이고 튀면 안 되는 문화 때문이 아니라 정말로 궁금한 것이 없어서 질문을 안 했었고, 책은 열심히 읽었지만 딱히 궁금해하지 않는 편이었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가치관이 확고해져서 새로운 생각을 잘 받아들이지 않고, 유행어도 잘 모르게 되는 나이가 되었음에도 계속해서 새로운 생각을 생각해보고, 새로운 밈을 보며 감탄해하고 있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제 제 나이만 돼도 라떼는 운운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입니다. 그래도 그 나이가 되고 보니 충분히 이해가 되긴 합니다. 과거에 살던 느낌이 아직 생생함에도, 요즘 친구들이 전혀 모르고 공감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럽다는 생각도 듭니다. 심지어 중학생들이 요즘 초등학생들은 모른다고 말하는 것도 볼 수 있으니 말입니다.
세상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함에도 여전히 전 세대에 즐거움을 주는 곡이 하나 떠오릅니다. "워 어어어~~"라는 인트로만 들어도 크리스마스가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죠. 바로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입니다. 매년 등장하여서 식상할 만도 한데 항상 들을 수 있고, 들을 때마다 즐겁습니다.
머라이어 캐리는 실력으로 보나 기록으로 보나 90년대 최고의 가수였지만, 이 곡은 그녀의 대단한 커리어 중에서도 확실히 특별해 보입니다. 하도 어릴 때부터 들어온 곡인 만큼 기존의 캐럴을 리메이크한 줄 알았는데 완전히 새로운 곡이었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나온 지 25년 만인 2019년 12월 세 번째 주에 빌보드 핫 100 1위를 했다는 것도 대단합니다. 역주행의 신화라고 볼 수 있죠. 이 곡은 2020년 1월 첫째 주에도 1위를 차지하게 됨으로써 머라이어 캐리는 19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 2020년대 매 10년 안에 모두 빌보드 1위 곡을 낸 최초의 기록을 가지게 됩니다.
매년 유명 가수들이 수도 없이 많은 캐럴을 쏟아내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크리스마스라는 특수한 상황이 만들어낸 기록이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진부한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이 곡은 27년이 지나 들어도 촌스럽지 않은 곡으로 보입니다. 너무나도 잘 만들어진 곡이기 때문에 살아있을 수 있었던 것이죠. 물론 아무리 좋은 곡이라도 계속 들으면 질리는 법이니만큼, 잊고 지내다가 크리스마스라는 한 철에만 듣는 곡이라는 점은 분명 롱런의 큰 요소였겠네요.
매년 돌아오는 크리스마스는 어찌 보면 식상한 컨셉입니다. 루돌프, 산타, 트리는 매년 반복되지만 상점들은 때가 되면 장식을 시작하고, 사람들의 분위기는 들뜨게 됩니다. 최근 몇 년 만에 회사 로비에 트리를 설치하였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하며 마음의 위안을 받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도 뻔하디 뻔한 트리임에도 때때로는 그런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고 보면 가끔 제 세대 음악이나 문화에 빠지는 중고생들이 있는 것을 보면 사람의 마음은 비슷한 구석이 많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머라이어 캐리의 캐럴이 좋다한들 크리스마스에 캐럴 한곡만 들을 수는 없죠. 저는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에 버금가는 곡으로 가인, 용준의 "Must Have Love"를 꼽습니다. 항상 이맘때쯤이면 꼭 듣는 곡이죠. 머라이어 캐리의 캐럴보다 더 오래된 곡으로 이승환의 "크리스마스에는"도 좋아합니다. 그리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캐럴도 아닌데 이맘때쯤이면 항상 생각나는 지누의 "엉뚱한 상상"도 있습니다.
올해의 최고 크리스마스 신곡으로는 무려 엘튼 존과 에드 시런이 콜라보한 "Merry Christmas"가 아닌가 싶네요. 늘 새로운 일에 부딪히며 힘겹게 전진하시는 모든 분들께, 조금 익숙하고 상투적인지만 편안하고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내실 것을 권해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